조선인 양경종과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를 아는 사람만이 오늘의 말투를 이해할 것이다.
연휴는 다이어트에 적색경보가 발령되는 시기라네. 아이와 부모님을 챙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입에도 기름진 음식이 들어가게 마련이더군. 지난 연휴 기간에 4킬로그램이 쪄서 빠지지 않았기에, 이번 연휴에 마저 몸무게를 추가할 수 없다는 독한 마음을 먹고 연휴에 돌입했다네.
연휴 첫날, 남편과 소소한 말다툼 끝에 화가 치밀어 집을 뛰쳐나왔다네. 한강 변을 따라 걷다가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털어내고자 미친 듯이 스쾃과 푸시업을 하고는 늦은 밤 집으로 돌아왔다네. 다음날 머리를 말리기 위해 헤어드라이어를 들고 팔을 올리는 순간, 깊고 묵직한 통증이 견갑골 아래를 강타했다네. 너무 아파 숨도 쉬지 못하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네. 어젯밤 무리해서 갈비뼈에 금이 간 건 아닐까? 순간 겁이 났다네. 하지만 과거 갈비뼈 골절 경험을 돌이켜 볼 때, 그 정도의 통증은 아니었다네. 찬찬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통증을 분석해 보니 담이 결리는 것이었다네. 덕분에 예정되어 있던 시댁 고기 파티에 불참하여, 배 터지게 먹을 기회이자 위기를 모면했다네.
그날 밤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던 남편에 관한 글에 댓글이 달렸기에 읽어보았다네. ‘이것은 웹소설이네요.’라는 문구이더군. 웹소설이라...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던 터라 궁금증이 올라왔다네. 오디오북을 켜고 웹소설을 듣기 시작했다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마지막 편까지 듣다 보니 어느새 새벽이 되었다네. 동틀 무렵 깜빡 잠이 들었지. 시끌벅적한 소리에 눈을 뜨니 식구들이 외출을 마치고 집에 들어왔다네. 남편이 친정 부모님 모시고 카페에서 아침을 먹고 왔다고 하더군. 며칠간 풀리지 않던 남편에 대한 화가 스르륵 녹아내렸다네. 아침을 건너뛴 덕분에 뱃살도 녹아내린 기분이 들었다네. 어쩐지 남편이 웹소설 주인공 같아 보이기도 했다네.
연휴 셋째 날 점심은 친정 부모님을 모시고 외식하기로 하여 다이어터로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네. 식구들과 아귀찜 가게로 향했다네. 아귀와 콩나물은 살 안 찐다는 부모님 설득에 음식을 목구멍까지 꽉꽉 채워 넣었다네. 살도 없는 아귀와 식이섬유인 콩나물은 다이어터를 배신할 리 없지 않은가. 아귀찜을 먹고 다이어터의 적인 흰쌀밥으로 만든 볶음밥을 대신하여 다이어터의 아군인 메밀과 부추로 만든 부추전을 먹었다네. 저칼로리 메밀 대장과 해독 장군 부추의 조합이라니! 다이어트라는 힘겨운 전투에서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듯했다네.
저녁이 되었다네. 여전히 배가 벙벙했지만, 저녁 식사를 건너뛰면 열한 시 넘어 뭔가를 먹을 게 분명하기에 간단히 식사하기로 했다네. 다이어트의 기본은 규칙적인 식사가 아니겠는가. 아이에게 카레를 데워준 냄비 위에 불고기를 볶았다네. 카레와 불고기의 조합은 맛도 맛이지만, 다이어트의 적격이니까. 황제 다이어트의 대명사 소고기와 지방 대사를 활발하게 하는 카레의 만남은 다이어터에게 내린 신의 축복과도 같았다네. 부실한 내 몸에 채워지는 단백질과, 녹고 있는 지방을 머릿속에 그리며 흡입하다 보니 한 사발을 해치웠더군. 몸과 마음이 환희로 채워졌다네.
이렇게 연휴 기간 내내 다이어트에 성공한 나는 소파에 앉아 그에 관한 자랑 글을 쓰기 시작했다네. 글을 마칠 때쯤, 눈 아래에 출렁이는 남산을 발견했다네. 성공이 아닌 실패담으로 글을 마무리 지어야 함을 깨닫고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