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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빵 Oct 17. 2024

11시 11분


당직날이다.

당직날엔 담당 선생님이 휴진인 환자분들의 진료도 보게 된다.

오늘은 아침부터 양수가 터진 산모분이 오셨다.

다음 주에 수술 예정이었는데 오늘 양수가 터졌으니 지금 바로 수술을 하자고 말씀드렸다.

이렇게 갑자기요? 하며 물어보시는 걸 보니 왠지 못 미더워하는 분위기를 살짝 느꼈지만 수술은 해야 하니까. 어쩔 도리는 없다. 환자분은 원장님께 수술을 받고 싶겠지만 오늘의 운명은 나다.

오늘따라 오전에는 수술이 없어 빨리 준비가 됐고, 여느 때처럼 수술방에 들어갔다.

느 때처럼 수술이 시작되고 아가가 나왔다.

응아아아앙

아기의 울음은 약간 비명같이도 들렸고 귀여웠다. 들을 때마다 느끼지만 아이마다 첫 울음소리가 제각각이고 제각각 귀엽다. 전형적으로 응애~~ 하고 우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약간 신경질이 난 것 같은 우는 소리를 내는 아이도 있다. 억지로 울려야만 겨우 울고 또 그 울음을 금방 그치는 아이도 있다.


마취과 선생님과 산모분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숫자가 너무 예쁘지 않아요?

맞아요! 정말 신기하네요.


숫자? 무슨 숫자?


아!

11시 11분에 태어났구나.

일부러 맞춘 것도 아닌데 정말 시간이 예쁘기도 하네.

내가 맞추려고 했으면 오히려 못 맞췄을 거 같은데.

뭔가 기분이 좋다.

좋은 시간을 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산모분들이 종종 분만 시일을 정해와서 대략 10시에서 11시 사이에 낳아달라고 하면 그 정도의 시간은 맞추긴 해도 분 단위로 시간을 맞춰본 적은 없다.


그런데 11시 11분.

시간이 좀 예쁘긴 해서

다음에도 한번 노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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