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잡초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메시지 (자연법)

by 홍주현

모든 생명에는 번식 본능이 내재되어 있다. 식물의 경우 그 본능을 확인하기에 단연 으뜸이다. 일 년생이라도 한 번 씨를 뿌려서 꽃을 보기만 하면 이듬해 같은 식믈이 또 자라나고 그렇게 매년 그 식물은 자기 자신을 더 많이 복제해 간다.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밭에 그 씨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특별히 나라는 어떤 주체가 의도를 갖고 뿌린 씨 뿐만 아니라 바람 타고 흘러들어와 자리 잡은 다양한 씨가 있다. 그 씨들 역시 흙과 햇빛, 수분이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주면 싹을 트고 풀의 모습을 하고 꽃을 피워 자기 씨를 뿌리려고 한다. 야생 자연의 경쟁은 그런 모든 씨들의 번식 전쟁이다.


이때 내가 의도한 씨가 잘 자라 꽃을 피우고 널리 번식하게 하려면, 너무도 당연하게 다른 씨(내가 의도하지 않은 다른 모든 새싹을 잡초라고 한다)의 번식을 막아야 한다. 잡초가 보이는 대로 뽑아내지 않으면, 애초에 내 의도에 따라 뿌린 씨/식물/꽃은 번성하지 못한다. 대개 잡초의 생명력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단의 특정 모습을 그리고 있다면, 의도적으로 끊임없이 잡초를 보이는 대로 뽑아내야 한다. 내가 원하는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물, 바람, 햇빛의 적절한 공급이 중요하지만, 잡초를 부지런히 제거하는 일도 그만큼 증요한 것이다.


이 원리는 세상 모든 일에도 적용된다. 개인적으로 원하는 바를 이루려면 그것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과 확신이 필요한데, 그 과정에서 뜻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의심이 밀려 올라오기 마련이다. 이때 의심이란 잡초를 뽑아내지 않고 그대로 놓아두면 잡초가 내가 뿌린 씨를 뭉게고 내 화단을 잡초로 무성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념 사상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더글러스 머리의 <유럽의 죽음>에 의하면) 자유주의 기치에 따라 유럽에서 모든 종교와 문화를 존중하다가 오늘날 무슬림에 스멀스멀 점령되어 고유 가치를 위협 받고 있는 건 자유와 존중이랍시고 침투성 식물 같은 잡초가 씨를 박고 싹을 틔워 자면서 화단(유럽 문화)을 점령해 가도록 내버려둔 어리석음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잡초의 생명력은 정말로 가히 무서울 지경이다. 여기서 어케 싹을 틔울까 싶은 그늘 아래에서도 내버려두면 무러무럭 자라 본래 화초의 자리까지 빼앗는다. 화단을 아름답게 가꾸고자 하는 의도가 없다면 상관 없다. 그게 아니라 아름다움과 번영을 바란다면, 과감하게 부지런히 잡초를 뽑아내야 한다.


물론, 잡초를 완전히 제거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래도 내가 퍼트리려는 식물이 자리잡아 화단 대부분을 차지할 때까지는 잡초 싹을 유심히 살피면서 제거해야 한다는 의미다. 내가 심은 식물이 충분히 퍼진 이후에도 잡초는 작은 틈이라 있으면 계속 싹을 틔우고 자라지만, 그땐 너무 크게 자라기 전까진 굳이 뽑지 않아도 무방하다. 그때 잡초는 오히려 내 화단이 비옥하다는 걸 나타내는 징표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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