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TV에서 <샤퍼Sharper>라는 영화를 보았다. 줄리안 무어 등 주연에 감독은 <더 크라운>을 연출한 사람이라고 한다. 사기꾼들 이야기로 장르는 스릴러로 표시되어 있다.
구글에서 이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몇 개 찾아보니, 감독과 화려한 출연에 비해 맥 빠진다면서 그저 킬링타임용으로 생각하는 게 낫다는 내용이다. 권선징악 결말을 그 이유로 하나 같이 꼽는다. 스릴러라는 장르 구분에 비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도, 특별한 반전도 없는 전개도 한 몫 했을 듯하다.
내겐 매우 인상적인 영화다. 물론, (막 엄청 대단한 정도는 아니지만) 재미도 있다. 왜 감독이 시작부에서 The one who live a wits라면서 관객이 영화 내용을 짐작하고도 남을 수 있도록 sharper 의미를 한 번 더 강조했는지 살펴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오히려 영화에 실망했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남는다.
감독은 권선징악 결말을 이미 예고했다. 그저 사기꾼sharper이 아니라 '교활하고 부정직하게 돈 버는 사람'이란 구체적인 서술에 함축되어 있는 뉘앙스를 통해서다.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건 단순히 나쁜 짓하면 벌 받는다는 메시지가 아니라 그 벌을 어떤 과정과 원리를 통해서 받는가이다. 그 과정과 원리에는 어째서 벌을 피할 수 없는 지도 포함되어 있다.
영화의 메시지는 한 마디로, 과보 또는 업보(다른 종교에도 같은 의미의 표현이 있겠지만, 이 불교용어가 가장 대중적인 듯하)다. 씨앗을 심고(원인), 적절한 빛과 온도, 물과 영양분이 주어지면(조건), 반드시 열매를 맺는다(결과)는 원리다. 영화는 그 자연법칙을 한 사건에 얽힌 인물 각각의 챕터로 나누어 은유한다. 결과에서 시작해서 그 원인이 되는 고리를 하나씩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으로.
이익을 취하기 위해 부정한 행위를 저지르는 방식은 단기적으로 성공하는 것 같아도 장기적으로는 나락을 피할 수 없다. 쭉정이 같은 씨앗을 심으면, 언뜻 싹이 나고 자라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죽고 마는 걸 피할 수 없는 것처럼. 이는 반대로 정당하고 적절한 행위와 노력은 단기적으로 무의미한 것 같아도 장기적으로는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영화를 볼 때마다 나는 헐리우드를 비롯한 서구의 정신적 깊이와 성숙을 가늠한다. 삶과 인간에 대한 심오한 메시지를 자본주의적 수단으로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려는 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