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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쎄오 Nov 14. 2023

애개육아의 오아시스, 스타필드

23.10.16 식당이 많다면 더 완벽할 그곳

지구가 우리에게 오기 꽤 전인 20년도부터 우리는 어느정도 양육자의 삶을 살고 있었다. 바로 반려견 또복이 때문인데, 세상 하나밖에 없는 유니크하고 사랑스러운 시츄믹스이다. 또복이를 입양하고 난 후 우리 일과는 철저히 또복이 위주로 돌아갔는데, 실외배변견이라 하루에도 두 세 번 산책을 시키고 주말에는 반려동물 동반 카페나 식당을 찾아가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러다 보니 또복 동반이 어려운 소위 핫플이나 맛집은 자연스레 가기 어려워졌고 우리 또한 그러려니 하며 지내왔다. 어디서 무얼 먹는지 보다는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우리에게 더욱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지구가 태어나 네 가족이 된 후에도 백일이 되기 전 까지는 지구와 반나절 이상의 외출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큰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 130일을 넘어가 부쩍 크다 보니 슬슬 놀러가고 싶은 생각이 퐁퐁 솟았다. 물론 일의 압박에서 잠시 벗어난 나의 해방감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러자 또복이가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어린 지구의 케어가 워낙 나와 아내의 손과 관심을 많이 요하다 보니 또복이에게는 미안하지만 놀아주는 시간이나 산책 시간이 조금씩 짧아졌다. 물론 혼자 산책을 나갈 수 없는 가련한 실외배변견을 위해 산책은 꼭꼭 나가 주지만 과거에 자신에게만 쏠리던 관심이 지구에게 상당수 분산된 것을 스스로도 느낄 테니 마음이 쓰였다.




그래서 토요일을 맞이하야 부모와 아기, 반려동물까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몇 안 되는 플레이스인 스타필드에 방문하게 되었다. 그리고 방문 시간은 역시 오픈런일 수밖에 없는 게 어차피 지구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추기 위해서 아침 6~7시부터 하루를 시작ㅁ해야 하니 오픈 시간인 10시 또한 대낮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부지런히 움직여 하남점에 도착한 우리는 지구, 또복이와 함께 즐기는 대형 몰의 바이브에 들뜰 수밖에 없었다.


우선 그동안 방문했던 곳들을 통틀어 가장 넓은 유아휴게실이 갖춰져 있어 마음이 편안했고 또복이 또한 자유롭게 걸릴 수 있어서 크게 눈치 보지 않고 케어할 수 있었다. 브랜드들은 어찌나 잘 구성되어 있는지, 몰리스를 비롯한 반려동물 관련 매장도 꽤나 있었고 유아용품 매장은 말 할 것도 없었다. (어느새 양육자의 삶에 익숙해져서 우리 옷 브랜드는 웬만해선 스킵하게 되었다는 슬픈 사실..)


다만 생각지 못한 어려운 점도 있었는데, 유아용품 매장에는 반려견 동반이 불가한 곳이 많았던 것이다. 즉 어른과 아이, 반려동물이 모두 출입 가능한 교집합 안에서만 움직여야 했기에 선택권이 훨씬 좁아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유아용품 매장은 아내가 지구를 데리고 이곳저곳 돌아 보고, 나는 또복이와 함께 밖에서 기다리곤 했다. 또한 3층에 큰 푸드코트가 있어서 식사 하기에도 좋겠다 싶었지만 안내판에 반려동물 동반은 안 된다고 되어 있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반려동물이 동반이 가능한 식당은 1층에 있는 세 군데 정도가 전부였다. 선택권이 좁다 보니 결국 스낵류를 사서 휴게공간에서 먹었는데 아무래도 식도락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이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필드는 비오는 토요일 오전에 아기와 댕댕이를 데리고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방안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이 곳에 나와 스쳐 지나간 수많은 아기 부모님들, 그리고 반려 가족들의 표정 속에서 약간의 애환이 엿보이긴 했어도 그보다 큰 행복과 즐거움이 존재했다. 그러니까 이 곳을 선택했겠지.


주차비 또한 무료이기에, 억지로 무언가를 구매한다기 보다 꼭 필요한 물품들만 찬찬히 구매하고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앞으로 우리 네 가족 모두가 움직일 때, 또다시 소중한 오아시스가 되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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