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개발자가 본 근로소득의 치명적 버그
지난주, 임원 보고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회의실 공기는 무거웠고, 사장님은 붉게 칠해진 분기 실적 그래프를 가리키며 핏대를 세우고 계셨습니다.
"올해 목표 달성 못 하면 우리 다 죽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아?"
그 순간, 20년 차 직장인의 본능적인 공포 대신 기이한 '연민'이 느껴졌습니다.
남들은 그를 이 회사의 주인, 성공한 리더, 연봉 수억 원의 신화라고 부릅니다. 저 또한 신입 시절엔 그의 자리가 제 커리어의 최종 목적지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개발자의 눈으로 본 그는, 그저 '스펙이 아주 좋은 고성능 서버'일 뿐이었습니다.
IT 인프라 관점에서 사장님을 분석해 보았습니다.
- 입력 데이터(업무량) : 처리 한계치를 넘은 트래픽 폭주 상태
- CPU 점유율(스트레스) : 24시간 100% 풀가동으로 인한 과열
- 쿨링 시스템(휴식) : 고장 난 지 오래됨
- 전원 공급(노동) : 끊기는 순간 시스템 다운
가장 비싼 부품이지만, 결국 시스템의 일부로 소모되고 있는 사람. 그날 저는 깨달았습니다.
'사장님도 결국 월급을 아주 많이 받는, 가장 고달픈 노예일 뿐이구나.'
우리는 흔히 회사라는 시스템 안에서 더 높은 사양의 서버가 되기 위해 발버둥 칩니다.
대리 때는 라즈베리 파이 같은 저전력 서버였다가, 과장이 되면 워크스테이션급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임원이 되면 슈퍼컴퓨터가 되려 하죠. 물론 성능이 좋아지면 '유지보수 비용(연봉)'은 올라갑니다.
하지만 이 시스템에는 근본적인 구조적 결함이 있습니다. 바로 'Active Mode(가동 상태)'에서만 보상이 주어진다는 점입니다. IT 용어로 말하자면 SPOF(Single Point of Failure, 단일 장애점)입니다.
즉, 내가 아프거나, 늙거나, 혹은 회사가 나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되는 순간, 소득이라는 출력값은 즉시 중단됩니다. 사장님이라 해도 예외는 아닙니다. 오히려 유지 비용(품위 유지비, 자녀 유학비 등)이 높아진 상태라 시스템 종료 시 충격은 더 큽니다.
저는 그날 자리에 돌아와 엑셀을 켜고 제 남은 직장 생활을 시뮬레이션해 보았습니다. 연봉 인상률 3%, 정년까지 남은 시간 10년.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도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내 노동력을 파는 비즈니스 모델로는 경제적 자유라는 결괏값을 리턴 받을 수 없다."
그날 이후, 저는 회사를 다니는 목표를 수정했습니다. 더 좋은 서버(임원)가 되어 연봉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나를 대신해 24시간 돌아가는 '외부 서버(자산 소득)'를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코딩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가 '중복의 제거'와 '자동화'입니다. 똑같은 일을 사람이 매번 반복하는 것은 비효율적입니다. 돈을 버는 일도 마찬가지여야 했습니다.
부동산 알고리즘: 데이터로 검증된 아파트가, 노동력 투입 없이도 스스로 몸집을 불리는 '자가 증식' 구조.
미국 주식 시스템: 한국이 잠든 시간, 글로벌 1등 기업들이 내 계좌로 달러를 전송해 주는 '자동화' 구조.
저는 근무시간에 더 집중해서 야근을 줄이고 그 시간에 임장을 갔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상사의 비위를 맞추는 대신, 화장실에 가서 미국 나스닥 지수의 백테스트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동료들이 "홍 차장 요새 좀 변했어, 승진 욕심 없는 사람처럼?"이라고 수군거렸지만, 저는 속으로 웃었습니다.
저는 승진을 포기한 게 아니라, '노동자'라는 포지션을 청산하고 '자본가'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킥오프(Kick-off) 한 것이었으니까요.
후배님들, 그리고 동료 여러분. 지금 받고 있는 월급의 액수에 취해 있지 마십시오. 그것은 당신이 시스템의 부품으로서 잘 작동하고 있다는 '연료'일 뿐입니다.
회사를 그만두라는 말이 아닙니다. 저 역시 여전히 회사에 다닙니다. 다만, 회사를 이용하십시오.
회사가 주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월급)을 시드머니 삼아, 회사 밖에서 당신만의 시스템을 컴파일(Compile) 하십시오.
사장님이 두렵지 않은 순간은, 내가 사장님보다 일을 잘할 때가 아닙니다. 사장님의 월급 없이도 내 삶이 완벽하게 돌아가는 '이중화 시스템(Redundancy)'이 완성되었을 때입니다.
그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했냐고요? 이제부터 그 철저했던 제 '디버깅'의 기록을 하나씩 공개하려 합니다.
"월급은 마약과 같습니다. 끊으면 금단현상(생계 위협)이 오지만, 의존할수록 내 삶의 주도권은 희미해집니다. 지금 바로 당신만의 '해독제'를 설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