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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깨를 터는 아낙

by 사치한




삽지걸 평상에 걸터앉아

손이 없는 날, 어미가

깻대궁을 턴다

영글고 영근 다 익어 벌어진

톡, 톡, 톡, 달래다가

매질을 하다가

거꾸로 매달린 참깨가 참지 못하고

와르르 쏟아져내린다

한 해 다 갔다

매운 시집살이 다 해간다.


ㅡ.


와르르 쏟아지는게 어머니아버지의 눈물, 버틴 모진 세월과 청춘을 바친 시절에 대한, 참기름처럼 꼬소한 보상이 되길 바라는 그런 풍요의 계절을 마음으로 쓰긴 했어요.


참깨를 터는 농사(수확)의 과정을 통해

실제로 참깨는 알이 영글면 알주머니가 벌어져요.

그래서 너무 벌어지기 전에 낫으로 베어 뭉칫 단을 만들고 세워서 태양볕에 알주머니가 자연스럽게 영글기를 기다리며 말립니다. 때가 되면 바닥에 두꺼운 비닐(천막)을 깔고 깨를 털지요.

조심조심 한손으로 깻대궁을 거꾸로 들고, 한손으로는 막대기로 톡톡톡 두드리기도 하고, 남은 한톨의 깨도 털기 위해 세게 매질도 하고요. 그렇게 참깨를 터는 추수가 진행되요.

*참깨의 무게 : 그분들의 인생의 무게

*참기름(참깨로 짠): 그분들의 녹진한 인생이 짜여진 꼬소한 향내, 보상

*와르르 : 참고 참고 참다가 쏟아진 매운 시집살이(현실적)눈물, 삶의 애환, 보상 등

*매운 시집살이 다 해간다 : 결국 지나갈꺼란 희망

다양한 감정을 표현헸는데, 독자가 그렇게 느껴주면 감사하고요. 해석이 더 거창해서 민망하네요.ㅋㅋ

항상, 무언가를 쓰는 것은 어렵습니다.


ㅡ.

<경험적 근거>

어릴때, 아버지와 엄마가 참깨를 추수하실때, 저는 막내딸로 옆에서 그모습을 오래 지켜봤습니다.

부모님께선 저녇식사를 하시고, 벌래가 모여드는 마당에서 참깨를 털고 계셨지요.

방에서 공부를 한다고 책을 펴놨음에도, 밑에 깔아놓은 비닐장판으로 마치 장마때 소나기 쏟아지듯 와르르르~ 참깨가 큰소리를 낼때면 그 소리가 풍성할수록 아버지도 엄마도 무척 행복해 하셨어요.

참깨 수확을 소리로 인식하며, 저역시 어린 나이에도 그 소리만으로도 먹지않아도 배부르고 안도하고 그랬습니다. 점점더 많아지는 참깨 수확의 풍요로움과 아버지와 엄마의 모습을 짐작하면서요. (철이 빨리 들었거든요. ^^)


가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할때 그 소리가 들릴 때도 있었습니다.



2025. 11. 09

#자작시


종종, 자작 자작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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