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데이터 미팅이 있었다. 데이터 미팅을 하기 전에 논문제출자격시험을 위해 15분 연습용 톡을 하고 피드백을 받았다. 교수님의 피드백을 들어보니까 확실히 톡의 목적이 중요했다.논문제출자격시험은 논문을 쓸 자격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3명의 교수님들 앞에서 하는 발표다. 15분 안에 자신이 이 연구를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실험할 것인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에 대해서 말한다. 이 연구를 진행하는데 돈을 주세요. 라는 마인드로 작성하는 연구비 제안서 같은 톡이었어야 했다. 그러니까 이 톡의 목적은 3명의 교수님에게 내가 이런 중요한 연구를 할 것이라고 설득시키는 데에 있다.
이 연구를 할건데 교수님들 허락해주세요! 이 연구가 이래서 중요하고 또 저래서 중요한데요. 진짜 짱 중요하니까 해야할 거 같지 않나요? 그리고 이 중요한 연구는 제가 요래요래 할 건데요. 이거 제가 하면 진짜 잘 할 수 있을 거 같죠? 제가 그래서 미리 실험을 쫌 해봤는데요. 결과를 살짝 보니까 앞으로도 잘 될 거 같죠? 그니까 이런 짱 중요한 실험을 하도록 허락해주세요!
나는 톡의 목적을 살짝 잘못 이해했다. 나는 이만큼이나 연구 진행 결과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자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연구를 왜 하는지에 대한 Why 얘기는 적었고. 이 연구를 어떻게 했는지에 대한 How 얘기만 늘여놓았다. 생물학에는 이런 현상이 있습니다. 이런 현상에는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 됩니다. 이런 결과가 나타났고. 이 결과를 가지고 논리적으로 조금만 더 생각하면 저런 실험과 저런 결과가 나타납니다. 그래서 이 결과들을 종합하면 중요한 생물학적 의미가 나타납니다.
다른 사람들한테 톡을 할 때는 연구의 중요성에 대해서 더 더 더 신경을 써야한다.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두드러지는 현상에 대해서 연구를 하는 게 아니다. 다른 연구실은 뭔가 보이는 현상이 바로 있는데 우리 연구는 안 보인다. 그니까 보이지도 않는 이 연구의 중요성을 설득하는 데에 가장 시간을 많이 할애 해야한다. 이 연구의 중요성을 충분히 납득시키면 뒤에 나오는 결과는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솔직히 우리 연구는 방법도 어려워서 다른 교수님들이 디테일을 이해할 수는 없다. 그냥 학생이 실험 열심히 하고 잘 했구나. 이런 식으로 이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