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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gsungg labnote Sep 11. 2024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과학자들 <트위스터스>

★★★


뉴욕 기상청 직원 케이트는 대학 시절 토네이도에 맞서다 소중한 친구들을 잃고 죄책감에 살고 있다. 그런 그녀 앞에 옛 친구 하비가 찾아와 토네이도를 소멸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제안한다. 고민 끝에 합류하게 된 케이트는 하비와 함께 토네이도를 연구하기 위해 서부로 향한다. 그곳에서 토네이도 카우보이라 불리는 유튜버 타일러를 만난다. 타일러는 자연을 정복한 듯이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토네이도를 쫓아다니며 유튜브를 방송한다. 매사 부딪히게 되는 케이트와 타일러는 어느 날, 초대형 토네이도가 휘몰아칠 것을 감지한다.



- 실험실 과학 vs 필드 과학


케이트는 대학 시절 필드 연구자로서, 토네이도를 소멸시킬 방법을 연구했다. 하지만 대형 토네이도를 만난 케이트는 토네이도를 충분히 소멸시키지 못하고, 이내 그 토네이도로 인해 친구들을 잃고 만다. 그 후유증과 죄책감으로 케이트는 필드 연구를 그만두고 뉴욕 기상청 도심 속 연구실에서 일을 한다. 케이트는 필드 과학에서 실험실 과학으로 그 관점을 옮겨 일을 했다.


나는 실험실에서 미시적인 자연현상을 연구한다. 실험실 연구의 가장 큰 특이점은 모든 실험 조건을 실험자가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정한 온도와 염분 조건에서 단백질의 특성을 확인한다. 실험자는 온도와 염분 조건을 조금씩 조절하면서 단백질의 특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본다. 다양한 온도와 염분 조건을 테스트하다보면, 단백질을 섭씨 4도씨에서 실험하기도 하고, 바닷물보다 10배 이상 짠 용액에서 실험을 하기도 한다. 이런 극한의 조건들에서 실험함으로써 단백질의 일반적인 특성과 규칙을 알아낼 수 있다. 다만 극한의 조건들은 실험실에서만 존재하는 조건이다. 실제 사람의 단백질은 섭씨 4도에 존재하지도 않고, 바닷물보다 짠 용액에 존재할 리도 없다. 


영화 주인공들은 필드에서 거시적인 자연현상을 연구한다. 필드 연구의 가장 큰 특이점은 모든 실험 조건을 실험자가 컨트롤 할 수 없다는 점이다. 토네이도 크기가 얼마나 클지, 어느 위치에서 생성될지, 실험자는 아무것도 조절할 수 없다. 토네이도는 금방 사라질 수도 있고, 대규모일 수도 있고, 동쪽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 실험자는 그냥 하염없이 토네이도가 나오기를 기다릴 뿐이다. 또한 특정 자연현상을 유도하는 전조 현상이나, 조건들도 굉장히 많다. 대형 토네이도가 나타나기 직전에 고기압이 형성되고, 바람이 위로 불고, 습도가 높아지는 등, 여러 전조현상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전조현상 중에서 어떤 원인이 대형 토네이도를 불러일으키는지 알기가 매우 어렵다. 필드에서 그 원인 현상을 다시 재현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필드 과학자들이 관측하는 모든 현상은 실험실에만 있는 현상이 아니라 실제로 자연에 있는 현상이다. 영화를 보면서 필드 과학자는 '진짜'를 연구한다는 낭만을 느꼈다.


진짜 자연 현상은 필드, 생명체, 그 무엇도 가공하지 않은 자연에서 현상을 관찰해야 한다. 우주의 천체들이 움직이는 양상을 관찰하고, 식물의 식생과 그 주변 환경을 관찰하는 것이 진짜 자연 현상이다. 다만 관찰을 함으로써의 문제는 그 자연 현상의 더 깊은 이면에 있는 그 원인이나 더 깊은 자연 이치에 대해서는 지식을 얻을 수 없다. 식물이 여름에 꽃이 핀다는 관찰만을 하면, 이 식물의 개화에는 온도가 중요하다거나, 광량이 중요하다거나, 낮시간이 중요하다거나 하는 정보를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관찰이라는 그 행위 자체도 약간의 가공과 오차가 들어가있다. 천체들이 움직이는 양상을 망원경으로 관찰해보자. 그렇다면 천체들의 빛은 대기라는 왜곡을 한 번 거치고, 렌즈라는 광학기기를 통하기 때문에 광학 수차가 발생한다. 따라서 자연을 관찰함으로써 진짜 자연 현상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어떤 과학자들이 항암제에 관련된 연구를 한다고 해보자. 그러면 인간 몸 속이 아니라 인큐베이터에서 자라나는 암세포로 실험을 해야하며, 암세포의 특정 단백질을 육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 특정 단백질에다가 이상한 형광 염료를 매달아야하며, 자연상에는 극미량 존재하는 화합물을 일부러 암세포에 처리해야한다. 자연 상태에서 통제되지 않은 수많은 환경 변수 중에서 어느 요인이 암 발생에 영향을 끼쳤는지 알아내기 위해서 실험실은 환경을 통제하고 변형한다. 실험실 과학은 자연 현상을 연구하기 위해서 자연과 극도록 다른 환경을 조성한다.



- 기자와 소방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와 솔루션 과학자


몇 년 전에 봤던 '피노키오'라는 드라마가 있다. 거짓말을 하거나 양심에 가책을 느끼는 행동을 하면 딸꾹질을 하는 피노키오 증후군을 가진 신입 기자(박신혜 분)의 성장기를 그린 드라마이다. 드라마에서 신입 기자가 빙판길에 미끄러지는 시민들을 도와주느라 겨울철 빙판길 뉴스 영상을 촬영하지 못했다. 이 상황을 본 선배 기자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며 신입 기자를 혼낸다.


기자는 지켜보는 게 공익이야. 그걸로 뉴스를 만드는 게 공익이고, 그 뉴스를 구청 직원이 보게 만들고, 대통령이 보게 만들고, 온 세상이 보게 만드는 게 그게 기자의 공익이다. 그 뉴스를 보고 사람들은 집 앞에 눈을 치웠을 거고 구청직원이 제설함을 설치했을 거야. 니들이 연탄재 몇장 깨서 몇 명 구하겠다고 뻘짓하는 동안에 수백수천명을 구할 기회를 날린거야.


이 말을 듣고 본인의 의무를 깨닫은 신입 기자는 그제서야 빙판길 뉴스 영상을 제대로 촬영해온다.



하비의 연구팀, '스톰파'는 엄밀히 말하자면 토네이도를 소멸시키는 연구를 하는 팀이 아니다. 스톰파는 토네이도의 규모, 형태, 이동경로를 3차원 상에서 정확히 측정하고 수집하는 연구를 하는 팀이다. 토네이도 가까이에 위치한 세 군데에 측정장치를 설치하면 토네이도의 입체 구조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토네이도가 어디로 갈지 미리 예측을 해야하는데, 이 분야의 전문가가 케이트이기 때문에 하비는 케이트를 섭외하려 했다. 영화의 중후반부에 하비가 케이트에게 토네이도의 3차원 자료를 건내주고, 케이트가 그 3차원 자료를 시뮬레이션 상으로 구현하는 장면이 나온다. 케이트는 그 토네이토의 3차원 자료를 살펴보면서 어떤 물질을 어느 규모로 살포해야 토네이도를 소멸시킬 수 있는지 계산한다. 케이트가 정확히 계산을 하기 위해서는 하비의 토네이도 측정 데이터가 필요했다.


대학 시절의 케이트는 정말로 토네이도를 소멸시키는 연구를 했다. 케이트는 기저귀에 들어가는 흡습성 폴리머를 토네이도에 대량으로 살포하면 토네이도 내부의 수분이 폴리머에 흡수되어 토네이도의 세기가 약해질 거라는 가설을 세웠다. 그 가설을 테스트하기 위해 케이트는 친구들과 함께 토네이도에 폴리머를 살포했다. 하지만 폴리머를 살포해도 토네이도는 약해지지 않았고, 강력한 토네이도로 인해 케이트는 친구들을 잃고 말았다. 그러고 한참 시간이 지나 케이트는 하비를 따라 다시 토네이도 연구를 하러 왔다. 과거 본인이 진행하던 폴리머 연구를 보았고, 타일러와 하비의 도움으로 정확한 폴리머 살포량을 계산할 수 있었다. 정확한 양의 폴리머를 준비한 케이트는 토네이도 한가운데서 폴리머를 살포해, 토네이도를 소멸시킬 수 있었다. 케이트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과학자이다.


전반부에는 케이트가, 후반부에는 하비가 토네이도의 데이터를 수집하지 못했다. 케이트는 본인의 토네이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수집을 포기했고, 하비는 토네이도의 희생자들을 도와주기 위해서 수집을 포기했다. 영화적으로 하비가 옳은 일을 위해서 자신의 일을 용기있게 때려치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하비로 인해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았기 때문에 그의 도움이 꼭 필요했던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피노키오 드라마와 동일한 이유로, 하비는 토네이도 데이터를 계속 수집해야 했다.


모든 문제에 있어, 그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사가 중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 문제를 그대로 관측하고 보고하는 관찰자도 굉장히 중요하다. 관찰자가 정확히 문제를 관측해야 해결사가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확한 해결책을 내놓는다. 영화에서 토네이도의 3차원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던 것처럼, 내 연구의 경우도 단백질의 겉넓이나 부피 등, 3차원 구조를 제대로 측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 구조를 제대로 측정하고 관측해야, 이 단백질이 하는 일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만약 이 단백질이 발암 단백질이라면, 이 단백질을 저해하는 화합물을 개발해야 하는데, 이 화합물은 제대로 된 3차원 구조의 측정 없이는 개발이 불가능하다.


케이트, 하비, 타일러는 토네이도 재난 피해자들을 도와주기 위해서 마을에서 대피활동을 하고, 토네이도로 뛰어들어가 폴리머를 살포해서 토네이도를 소멸시키려 행동한다. 사실 실제 과학자들은 이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실제 과학자들은 소멸시키는 폴리머를 개발하고, 토네이도에 걸맞는 적정량의 폴리머를 계산하고, 폴리머를 대량으로 합성한다. 폴리머를 직접적으로 살포하는 일은 소방관들이 해야하지, 과학자들은 직접 나서지 않고, 나서서도 안 된다. 과학자가 재해에 바로 나섰다가 다치면, 그 다음 토네이도가 왔을 때의 폴리머 연구는 누가 하나... 정말 옳은 일은 모든 사람이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가 해야할 일을 하는 것이다.



- 기업과학과 시민과학


영화 초반, 타일러의 토네이도 카우보이 팀은 날라리처럼 그려진다. 타일러는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실시간 방송 플랫폼이나, 옷이나 굿즈를 판매한 금액으로 일반 시민들에게서 바로 후원금을 받는다. 타일러는 그 후원금으로 토네이도에 들어갈 수 있도록 차를 개조하고, 토네이도를 상공에서 촬영할 드론을 제작하고, 토네이도 안에서 폭죽을 쏘아올린다. 타일러는 스릴넘치는 토네이도 컨텐츠를 제작해서 후원금을 받고, 그 후원금으로 다시 토네이도 컨텐츠를 제작한다. 타일러는 토네이도 컨텐츠의 미스터 비스트 같은 역할이다.


반면, 하비의 스톰파 연구진은 유니폼을 잘 차려입었다. 스톰파 연구진은 기업에서 연구비를 제공받아, 연구를 수행한다. 스톰파 연구진은 3차원 토네이도 자료를 제작해서 토네이도의 생성위치, 이동경로, 피해규모 등을 예측한다. 기업은 스톰파의 연구자료를 기반으로 어떤 마을의 피해규모를 대략 예측한다. 기업은 그 마을에 필요한 구호물자를 보낼 수도 있고, 마을 피해자들의 부동산을 구매하기도 한다. 기업은 부동산 투자를 통해서 다시 수익을 내고, 그 수익금으로 스톰파에게 연구비를 지원한다.


영화의 초반부에는 타일러의 토네이도 카우보이가 불량하고, 하비의 스톰파가 모범생처럼 그려진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토네이도 카우보이가 선역이고, 스톰파가 악역처럼 그려진다. 진정으로 시민들을 돕고, 재난피해를 위로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타일러이고, 반면에 하비는 재난 피해자들의 돈을 뜯어내기 위한 악덕 기업의 편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스톰파는 관찰자로서 피해자들에게 한발짝 떨어져서, 악덕 기업의 지갑만을 두둑하게 만드는 집단으로 보인다. 그런데 나는 T형 인간같은 사고방식으로 딴지를 걸고 싶다. 토네이도가 지나한 후의 생존자들도 앞으로 경제활동도 하고 살아야할텐데, 그럼 기업에 부동산을 팔고 다른 데서라도 정착을 해야하지 않을까? 스톰파가 기업의 편이라고 해서 악역일 수는 없다.


게다가 스톰파가 부동산 대기업의 큰 연구비 후원을 받았기 때문에 기깔난 장비를 제작할 수 있었다. 만약에 스톰파가 시민들의 직접 후원을 통해서만 연구를 했다면, 연구비 규모가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스톰파의 정확한 3차원 토네이도 측정 장치는 절대로 제작될 수 없었을 것이다. 시민과학이 할 수 있는 규모의 과학 연구와 정부나 기업의 지원으로 할 수 있는 규모의 과학 연구는 다르다.





실험실 과학, 필드 과학, 솔루션 과학, 데이터 과학, 시민 과학, 기업 과학, 이 외에도 과학 연구를 여러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 모든 과학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과학의 최전선을 헤쳐나간다.




덧 1. 4Dx로 관람하면 빗방울과 세찬 바람을 느끼면서 관람할 수 있다.

덧 2. 서브 남주는 아무리 생각해도 황정민을 닮았다. 토네이도 드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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