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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속없는 AI와의대화-<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

★★

by honggsungg labnote

이 책은 카이스트 뇌인지공학과 김대식 교수와 챗지피티의 대화를 기록하고 편집했다. 나는 2년 전 쯤 동아시아 서포터즈를 통해 이 책을 제공받아서 읽게 되었다. 서평을 필수로 작성해야 하는 도서가 아니었어서, 그냥 가볍게 읽었다. 김대식 교수는 신과 죽음, 인공지능과 인류, 사랑과 행복, 등에 대해 인공지능에게 질문하고, 챗지피티는 그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내놓는다.


Q. 챗지피티가 무엇인지 소개해줘.
A. 챗GPT(ChatGPT)는 OpenAI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언어 모델로, 자연어 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스템입니다. "GPT"는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약자로, 대규모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하여 인간처럼 글을 이해하고 생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챗GPT는 여러 가지 용도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 대화. 일상적인 질문에 답하거나, 특정 주제에 대해 대화할 수 있습니다. 2) 글쓰기 보조. 글을 작성하거나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3) 정보 제공. 다양한 주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지식 기반의 질문에 답할 수 있습니다. 4) 언어 번역. 다른 언어로 번역을 돕거나, 언어에 관한 질문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5) 창작. 이야기, 시, 대본 등 창작 활동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22년 말에 챗지피티가 대중들에게 오픈되기 시작하면서, 나도 23년부터 챗지피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내가 챗지피티를 활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영어 논문을 작성하거나 파이썬 코드를 작성할 때 챗지피티를 사용했다. 인터넷에는 영어 데이터가 가장 많기 때문에, 챗지피티는 영어 문장은 확실히 잘 다뤘다. 그리고 아무래도 파이썬도 프로그래밍 "언어"니까 챗지피티는 파이썬도 잘 다뤘다. 말을 잘 하는 언어모델인 챗지피티에게 이런 저런 쓸데없는 질문을 던져보기도 했고, 챗지피티는 질문에 걸맞는 답변들을 내놓았다. 그렇게 나 나름대로 챗지피티와 인공지능 언어모델에 익숙해지고 친해졌다. 그러면서 이 책을 읽었다.


Q. 나는 너가 영어와 파이썬을 잘 다루는 언어 모델이라고 알고 있어.
A. 맞아요! 저는 영어와 파이썬을 매우 잘 다룰 수 있는 언어 모델입니다. 영어는 다양한 자료로 훈련되어 있어, 영어로 된 질문이나 텍스트에 대한 답변을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또한, 파이썬 코드 작성을 비롯해 알고리즘 구현, 디버깅, 데이터 처리 등 다양한 프로그래밍 작업을 도울 수 있습니다.
- 영어 관련: 1) 문법, 스타일 교정. 글을 더 명확하고 자연스럽게 바꾸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2) 글쓰기 및 번역. 학술적 글쓰기나 비즈니스 이메일 작성에도 유용하고, 다른 언어로의 번역도 지원할 수 있습니다.
- 파이썬 관련: 1) 코드 작성. 알고리즘, 데이터 구조, 웹 크롤링, 머신러닝 등 다양한 파이썬 코드 예시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2) 디버깅. 코드에서 발생하는 에러를 찾아내고 수정할 수 있습니다. 3) 라이브러리 활용. pandas, NumPy, matplotlib, scikit-learn, TensorFlow 등 파이썬 라이브러리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 머신러닝, 시각화 등도 도와줄 수 있습니다.
혹시 영어 또는 파이썬과 관련된 구체적인 질문이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읽는 내내 쓰레기같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김대식 교수가 물어보는 질문은 굉장히 추상적이었다. 인공지능에게 신과 죽음의 개념을 물어본다던가, 사랑을 느낄 수 있는지 물어보는 것들이었다. 챗지피티는 그 질문에 대해서 너무 당연한 말을 하거나 재미없는 말만을 늘어놓았다. 챗지피티에게서는 지식, 영감, 인사이트는 하나도 얻을 수 없었다. 김대식 교수는 챗지피티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보라고도 지시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들도 너무 전형적인 한국드라마이거나, 영화시나리오일 뿐이었다. 챗지피티는 새로울 게 없었다.


Q. 네가 내 질문을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 놀랐어. 내가 질문하는 내용을 실제로 이해하는 거야?
A. 저는 머신러닝 모델로,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텍스트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대신 제가 학습한 데이터의 패턴과 상관관계를 바탕으로 이해합니다. 당신이 질문을 하면, 저는 질문에서 사용된 단어와 구에서 특정 패턴을 인식합니다. 그 다음 그 패턴을 바탕으로 질문에 적절한 답변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질문 속에 숨어 있는 의미나 의도를 사람이 이해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는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 다시 말해, 제가 당신의 질문을 이해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대답을 생성하기 위해 언어 속 패턴을 활용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내가 챗지피티에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챗지피티가 답답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고, 이 책에는 그런 답답한 내용이 300페이지 가까이 적혀있다. 너무 평범하고, 너무 당연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욕 먹지 않을 그런 답변뿐이었다. 챗지피티는 최대한의 평균에 가까운 답변만을 내놓았다. 챗지피티에 대한 뉴스를 접하고, 내가 직접 챗지피티를 활용하면서 챗지피티는 언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잘 다루는 인공지능이라 느꼈다. 정말 대단한 건 맞다. 하지만 챗지피티에도 한계점이 있었으니, 정보가 정확하지 않았다. 영어를 잘하는 일반적인 미국인에게 단백질 안정성에 대해서 물어보면 제대로 된 정보를 답해주지 않을 것이다. 대신에 내가 뉘앙스가 이상한 영어를 하고 있으면, 그 미국인은 내 영어를 고쳐줄 수 있을 것이다. 챗지피티는 말을 정말 잘 하고, 말만 잘 한다.




마치 똑똑한 정치인과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었다. 절대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너무나도 교과서적인 대답만을 반복하는 그런 분들 말이다.



마지막 11장까지 하나도 유익하지 못한 챗GPT과의 대화였다. 에필로그를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위에 적힌 에필로그의 첫 문장을 읽으면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김대식 교수는 챗지피티의 특장점과 한계점을 모두 파악하고서 이 책의 질문들을 던졌구나. 챗지피티에게 인류의 미래를 묻는 게 목적이 아니라, 챗지피티의 최대 장점과 한계점을 보여주려는 게 이 책의 목적이었구나. 김대식 교수는 챗지피티가 얼마나 바보같은지 소개하기 위해서 이 책을 기획했구나.


그래서 이 책은 챗지피티를 한 번도 써보지 않은 사람이 "챗지피티가 뭐하는건데?"라고 물어보면 읽어보라고 권할 책이다. 하지만, 이 책으로 챗지피티를 알아볼 바에야, 직접 무료 버전의 챗지피티를 사용해보는 편이 훨씬 낫다. 그러면 그 사람은 챗지피티가 처음에는 신기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이내 너무 당연한 말만 하는 챗지피티의 스탠스에 싫증이 날 것이다. 그리고 이게 챗지피티같은 현재 인공지능 언어모델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이다.


이 책이 주는 메시지가 분명히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을 그닥 추천하지 않는다. 이 책을 읽을 바에야 동아시아 유튜브에 업로드되어있는 김대식 교수의 강의 영상을 시청하는 편이 훨씬훨씬 더 낫다. 에필로그 3페이지에는 충분히 담기지 못한 김대식 교수의 인사이트가 1시간 가량의 영상으로 업로드되어있다. 챗지피티에 관련한 김대식 교수의 짧은 유튜브 강연으로 큰 인사이트를 얻어가길 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CKS_etvZyI



덧.

추천하지도 않는 이 도서의 독후감을 읽은지 2년이나 지난 후에야 작성하는 이유가 있다. 이 다음 도서의 독후감을 작성하기 전에 생각을 정리하기 위함이다. 다음 독후감도 인공지능 언어모델과 관련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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