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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핸 Jun 15. 2022

세가지 페르소나

내게 '시작'이란 단어가 갖는 의미

지금까지의 나를 세가지 자아로 나눈다면 부모를 위한 나, 너를 위한 나, 마지막으로 나를 위한 나였다. 


부모를 위한 나

 나의 꿈보다는 부모가 원하는 삶을 택했다. 그때의 나는 꿈보단 돈이 더 중요했고 무엇보다 부모와 다른 나의 선택은 화목한 가정에 균열을 줄 것만 같았다. 부모의 행복을 계속해서 지켜주고 싶었고, 내겐 부모의 바람을 꺾을 용기가 없었다. 부모의 시간과 나의 시간이 같지 않음을 알기에, 나는 부모가 원하는 삶을 살았고 내가 원했던 삶의 갈증만 남았다.


너를 위한 나

 내겐 항상 나보다 너였다. 나의 개인적 삶보다 너와 함께하는 삶이 더 중요했다. 모든 순간을 너와 함께하려 했었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모든 관계는 끊어지고, 자기 계발도 멈추고 너만 남았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보였다. 나는 사라졌다는 것을. 결국에는 헤어져야 했다. 나를 지키면서 사랑할 방법을 몰랐기에. 나를 사랑하기 위해.


나를 위한 나

 누군가를 위한 모습으로 가면을 쓰고 살아왔기에, 슬프게도 나는 ‘나를 위한 나’로 살아온 적이 없다.     

 

최근에 김태리가 나오는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나온 대사가 있다.     

“꿈을 지키려는 거.. 계획은 틀렸어도 네 의지는 옳아. 난 맨날 잃은 것에 대해서만 생각해, 근데 넌 항상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하더라. 나도 이제 그렇게 해보고 싶어.”     


 정말 오랜만에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었다. 현실주의자가 되어 버린 지금의 내겐 없는 자신의 꿈에 대한 굳은 신념. 너무 일찍 놓아버린 나의 꿈에 대한 갈증과 그리움, 복잡미묘한 감정에 나도 모르게 웃었다. 나도 매번 내가 잃을 것에 대해서만 생각했었다.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기에는 너무 두려웠고, 20대와 다르게 30대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고 시행착오를 겪을 시간이 부족하다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내게는 뭔가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단어가 ‘시작’이었다.     


 ‘시작’은 무언가를 한다는 것에서 여러 의미를 지닐 수 있는 좋은 행위이자 용기이다. 그 용기를 통해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찾을 수 있다. 시작하지 않으면 그 무엇도 얻을 수 없고, 그 결과가 좋을지 나쁠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은 없다. 목적의식을 가지고 무언가를 행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니 우리 모두 이제는 용기를 내었으면 한다.     


 내 삶에 시작이란 나를 위한 나의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일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행복감을 느끼는 일들을 하고 온전한 나를 위해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그려가는 단계이다. 나를 나타내는 무수한 점들이 모이면, 하나의 선이 되고 무수한 선들이 다시 모여 진정한 나를 만들 것이다. 지금의 하루하루가 ‘나를 위한 나’로 살기 위한 ‘시작’이다.     


좋아하던 대사를 잊고 있었다. 생각만 하면 제자리지만 걸으면 길이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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