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홍주빛
시뻘건 주검이
차디찬 도로 위에 나뒹군다.
야속하게도
새까만 까마귀 떼가
조문객인 듯 주위를 둘러싼다.
무관심한 표정으로
덜컹덜컹 소리를 지르며
쌩쌩 스쳐가는 그림자들.
욕구를 탓하랴,
불빛에 뛰어든
헛된 용기를 원망하랴.
몰래 어디선가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탄식의 눈물,
먹장구름을 불러오겠지.
곁으로 돌아와 달라며
이름을 부여잡고 매달리지만,
못내 애처로워
눈물만 바람결에 흩어진다.
잔인한 상실감에도
설움을 감추느라
숨죽여 울었다.
철썩대던 파도만
야속하다는 듯 쳐다보던 그 옛날,
별이 된 오빠가 불현듯 떠오른다.
선연한 핏자국은
오랫동안 잊히지 못할,
너무 짧은 안녕이었다.
부디, 가엾은 이별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제발, 모든 이들이
예상된 끝을 맞을 수 있기를.
생명의 주인 앞에
두 손 모아 기도한다.
– 오늘의 기도, 생명을 위한 마음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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