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주빛
이른 새벽, 산길 위에
날카로운 불빛 하나
순식간에 숲을 찢는다.
섬광에 놀란 아기 고라니
밭고랑을 박차고 튀어나와
산 너머로 내달린다.
그 불안한 질주는
자신을 증명하려던 것인가,
혹은 두려움을 향한
미성숙한 도발이었나.
강한 빛에 본능이 앞서
숨길 수 없던 존재가 되어버린 너.
가만히 있었더라면
어둠 속에 영원했을 것을.
4차선 도심 한복판,
나는 또 다른 고라니와 마주친다.
이번엔 멈춰 설 수 있었던 쪽이
가장 먼저 머리를 들이민다.
번쩍, 터니는 클랙슨 소리 사이
안 돼, 하고 외치는 목소리는
이미 늦은,
충동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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