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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 무모함

by 홍주빛

안 돼, 무모함

글 / 홍주빛


이른 새벽, 산길 위에
날카로운 불빛 하나

순식간에 숲을 찢는다.
섬광에 놀란 아기 고라니
밭고랑을 박차고 튀어나와
산 너머로 내달린다.


그 불안한 질주는

자신을 증명하려던 것인가,

혹은 두려움을 향한

미성숙한 도발이었나.


강한 빛에 본능이 앞서

숨길 수 없던 존재가 되어버린 너.

가만히 있었더라면
어둠 속에 영원했을 것을.


4차선 도심 한복판,

나는 또 다른 고라니와 마주친다.
이번엔 멈춰 설 수 있었던 쪽이
가장 먼저 머리를 들이민다.


번쩍, 터니는 클랙슨 소리 사이

안 돼, 하고 외치는 목소리는
이미 늦은,
충동의 이름.


# 새벽의 고라니 #충동의 이름 #현대인의 무모함 #도시와 야생 #미성숙한 도발 #숨길 수 없던 존재 #홍주빛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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