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방향을 바꾸는 인터뷰'에 대해
-제주대에서 18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주제는 ‘삶의 방향을 바꾸는 인터뷰’.
-20대 아이돌만 좋아했지 실체로서의 20대를 만나는 건 오랜만이었다. 대학생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려줘야 할까 고민하다가,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이야기, 내가 대학생일 때 미리 알았다면 좋았을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
-지난 15년간 인터뷰어로서 수많은 ‘보통 사람들’을 만나왔다. 모두가 주목하거나 수없이 인터뷰를 해본 사람이 아니라, 인터뷰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들. 내 이야기가 과연 도움이 될까요?‘라고 의심하는 사람들. 누군가에게는 평범하고 소소해 보일 수 있는 서사를 관통하며 가장 큰 도움을 받은 사람은 인터뷰어인 나였다. 퇴사, 출산, 번아웃 등 삶의 변곡점마다 나의 삶의 방향을 바꿔준 이야기를 대학생들과 나누고 싶었다.
-인생에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와 불확실성이 수시로 찾아온다. 이 고비만 넘어서면 고속도로처럼 뻥 뚫린 길이 나올 줄 알았는데 웬걸. 울퉁불퉁한 길이 나오고, 길이 끊어지고, 때로는 길을 잃기도 한다. 그럴 때 마법처럼 위기를 ‘극복’하는 하나의 정답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삶의 단계마다 새로운 질문이 생겨날 때 우리는 우리와 닮아 있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참고할 수 있다. 나는 인터뷰 콘텐츠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을의 귀환>부터 <내 일을 지키고 싶은 엄마를 위한 안내서> 그리고 가장 최근 진행했던 ‘나의 엄빠일지‘까지. 지난 15년의 인터뷰를 복기하면서 20대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하나였다. 생의 어려움과 불안은 필연적이겠지만, 그럼에도 삶의 주도권을 가지고 살아가자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용기 있고 꾸준히 해나가자고. 40대인 지금의 내게도 필요한 이야기였다.
-이번 강연을 하게 된 것은 ‘나의 엄빠공감’ 인터뷰이로 만났던 성님 @sung__kim__ 덕분이었다. 강연 에이전시를 운영하고 있는 성님은 인터뷰 제안을 하면서 말했다. 이번에는 제가 에디터님에게 기회를 드리고 싶다고. 말하는 건 늘 자신이 없다는 내게, 성님은 강연 기획 일을 계속 해오다 보니 화려한 말 솜씨보다 중요한 것은 내실 있는 콘텐츠라고, 에디터님은 그걸 갖고 있으니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즐기라고 용기를 줬다. 나를 믿어준 누군가의 마음을 믿으면서 무사히 강연을 마칠 수 있었다.
-사실은 강연을 마치고서는 후련한 마음보다는 아쉬움이 컸다. ‘뭔가 더 대단한 사람처럼 보였어야 했는데 너무 찌질한 이야기를 많이 했나.’‘그 대목에서 그 이야기를 했어야 했는데 까먹었네.’ 이미 다 끝나버린 일을 곱씹고 또 곱씹으면서 우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말에도 퇴고가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미 흘러간 물에 다시 발을 담을 수 없는 법. 흘러간 것은 흘러간 대로 보내주기로 하며 회고 글을 쓴다.
-(교양 강좌라 다들 졸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1시간 넘는 강연 내내 눈을 반짝이며 들어준 제주대 학생들, 고마웠어요. 제 이야기가 아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기를.
+강연 내용은 제주의 소리에도 실렸다. 기사 잘 정리해 주셔서 감사해요:)
+내게 기회를 준 성님과의 인터뷰는 여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