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난영 Apr 13. 2018

책 《요리본능 》에서의 인류 진화

책 《요리본능》에서의 핵심은 ’화식'이다. 익힌 음식물을 먹게 됨으로써 인류는 비약적인 발전을 한다는 주장이다. 간단히 살펴보자. (여기서는 호모 사피엔스로의 진화만 이야기한다.)


《요리본능》에서 이야기하는 진화의 계기


우선 유인원일 때 다른 동물은 식물의 잎, 줄기 그리고 과일 등을 먹었지만 인류는 알줄기나 덩이줄기를 찾아 먹게 되었다고 한다. 그게 결과적으로 영양적으로는 더 좋았기에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진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 하빌리스로의 진화는 ’고기'가 제공했다. 인간이 고기를 먹게 됨으로써 에너지 효율이 높아졌다. 소화기관은 작고 짧아졌고, 그 소화 기능에 사용되던 에너지는 뇌로 가게 된다. 일종의 트레이드오프다. 하지만 날고기는 씹기 힘들었다.


그래서 호모 하빌리스는 아마도 날고기를 연하게 가공해서 먹지 않았을까 추측하고 있다. 돌 같은 도구로 고기를 연하게 빻는 것이다. 돈까스를 할 때 돼지고기를 탕탕 두드려 연하게 만들지 않던가. 다시 영양소 흡수율이 높아진다. 그리고 인류는 서서히 직립하게 된다. 진화엔 반드시 어떤 계기가 존재해야 한다고 한다. 듣고 보니 과연 그러하다.


《인류의 기원》 이라는 책에선 호모 하빌리스가 사냥을 했다기보단 상위의 포식자가 먹고 남긴 사체의 뼈에서 골수를 빼먹고 머리에서 뇌를 꺼내 먹었다고 이야기한다. 아직 사냥할 수준이 못 된다는 거다. 그런데 재미있었던 건 ‘석기'의 기원을 호모 하빌리스로부터 봤던 것이었다. 단단한 뼈에서 골수와 뇌를 꺼내 먹으려면 그보다 더 단단한 무언가로 내리쳐 깨부수어야 한다. 그게 돌, 즉 석기의 기원이라는 것이다. 그럴 듯하다.


고기를 먹게 된 시점이 책마다 조금씩 다른데 사실 인류의 기원이나 진화 과정에선 어느 것 하나 명확한 게 없고 유물이 나오면 언제든지 바뀔 수 있으니 일단은 넘어가고 앞으로 나올 뉴스를 기대해봐야겠다.


직립원인이 현생 인류에 가까운 하이텔베르크인으로 진화한 원인을 이 책에선 바로 ’화식'으로 생각했다. 익힌 음식물은 날고기를 아무리 두들겨 연하게 만들어 먹는 것과 비교할 수 없게 소화율도 높아지고 에너지도 크게 발생하게 된다. 


한 가지, 이 책에서는 ‘직립원인'이라는 표현을 쓰며 특정 인간 종의 학명을 언급하지 않는다. 왜 그랬을까 궁금했는데 어느 인간 종을 지목해 이야기하기엔 명확하지 않은 것들이 많아 '서서 걷는 사람'으로 퉁 치고 넘어가는 듯하다. 


어쨌든 이 책에서 말한 하이텔베르크인으로 진화한 지점은 《사피엔스 》에서 이야기하는 ’인지혁명'의 시점이 아니다. 하이텔베르크인은 100만 년 전의 인간 종이니까. 인지혁명은 호모 사피엔스가 겪은 혁명이다.


그러니까 하이텔베르크인에서 호모 사피엔스로 넘어오게 된 계기를 인지혁명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요리본능》에서는 그 후로도 계속되는 인간의 진화를 계속 설명해야 했다. 그것은 ’다양한 조리법’이다. 그야말로 ’요리'가 발달하면서 영양소 흡수율이 더 높아졌을 거라고 가정한다.


그냥 불에 익혀 먹다가 그릇에 넣어 익혀 먹는다든지. 그릇에 넣어 요리하면 영양가가 훨씬 좋아진단다. 물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신석기 시대의 빗살무늬토기 같은 것은 아니다. 이때는 아직 수렵·채집의 시대다. 아마도 이때는 커다란 조개껍질이나 거북이 등껍질, 혹은 대나무 등을 활용했을 거라고 추측한다.


이건 내 생각인데 다양한 조리법이 발견되고 에너지 효율이 조금씩이나마 증가하고 고효율 상태로 오래 지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깨닫게 되는 시점(인지혁명)이 오지 않을까 싶다. 지금의 우리 인간도 그렇지 않은가. 자전거를 타기 위해 처음 연습할 땐 자꾸만 넘어지지만 그 넘어짐이 어느 정도 쌓이면 어느 순간 자유롭게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지 않던가.


자전거뿐이겠는가. 공부도 마찬가지다. 죽어라 이해되지 않던 것도 계속 고민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아르키메데스는 ’유레카~!’라는 유명한 말도 남기지 않았던가. 계속 생각하고 고민하다 보면 어느 순간 깨닫게 되는 거다.


그 긴긴 세월 동안 다른 인간 종이 신체 등으로 에너지를 활용할 때 호모 사피엔스는 조금 더 많은 에너지를 뇌로 보내며 조금씩 똑똑해졌던 것이 아닐까. 그리고 어느 순간, 인지혁명을 겪게 되었던 게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홀로 살아남았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