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와 함께 - 1
가방이 낡았다. 재작년에 홈쇼핑 앱을 뒤지고 뒤져서 겨우 구입한 양가죽 가방인데, 가방 윗부분이 너덜너덜해지더니 조각조각 떨어진다. 가볍고 크고 디자인도 예쁜데, 이만한 가방을 어디에서 또 살까 싶어서 마음이 복잡해진다.
가방이 이렇게 망가지면 후속 가방을 구해야 한다. 들고 다닐 수 있을 만큼 더 들고 다니는 동안 후속품을 구하기 위해 쇼핑앱을 켠다. 일단, 가방 목록으로 간다. 토트백인지 쇼퍼백인지 숄더백인지 잠시 고민을 하다가 하나씩 들어가본다. 목록에 뜨는 가방을 모두 눌러 구경을 하는데, 가장 먼저 가격대부터 설정한다. 최대 **만 원을 넘어서는 안 된다. **만 원을 넘으면 내게는 가방이 아닌 가방님이 되기 때문에, 이 가격선만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렇게 필터링이 된 가방을 쭉 훑어보면서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찾는다. 물론 (내 눈에) 예뻐야 한다.
내 눈에 예쁜 것을 고르다는 것은 결국 익숙한 디자인을 고르는 일. 늘 들던 가방과 비슷한 가방을 찾는 일이지만, 그동안 쓰던 가방에 약간 아쉬웠던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가방 찾기에 돌입한다. 디자인은 평소랑 비슷하게. 사실 가방 디자인이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가방의 종류를 결정하는 것으로 갈음하는 편이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 늘 들던 숄더백을 찾다가 이번에는 갑자기 호보백이 눈에 들어왔다.
호보백. 주머니 모양이나 반달 모양의 가방. 호보백은 브랜드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끈 조절이 쉽지가 않다. 그런데. 이번에 눈에 들어온 이 호보백은 끈 조절이 가능하다. 평소에 종종 애용하던 a사에서 만든 제품이다. 갑자기 가방이 무한히 예뻐 보인다. 이제는 색상과 크기와 무게를 찾는 시점이 왔다.
색상은 크게 상관이 없다. 어차피 노란색, 분홍색, 하얀색을 살 것이 아니면, 어두운 색 가방은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검정, 네이비, 그레이. 멀리서 보면 그냥 어두운 가방에 속하기 때문에 가장 무난하고 가장 좋다. 하지만 주의할 것. 브라운은 가방마다 톤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원하는 색상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에는 반드시 상품평을 확인해야 한다. 그러함에도 브라운 가방은 한 번도 만족했던 적이 없었기에 과감히 포기한다. 이번에 눈에 들어온 색상은 회색 계열. 완전한 회색도 아니고, 약간의 브라운이 섞인 듯 한 오묘한 색상에 마음이 끌린다.
색상과 디자인을 결정했으니, 이제 크기를 확인한다. 책 한 권은 들어갈 크기여야 한다. 그래야 가방에 책을 넣어 다니지 않겠는가. 게다가 A4가 들어갈 정도의 크기라면 정말 환영이다. 아. 이 예쁜 호보백은 A4를 적당히 둥글려서 넣을 수 있는 크기이다. 책 한 권이야 당연히 들어가겠지. 갈수록 이뻐지는 이 호보백을 구입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 가방의 무게를 찾는다.
책 한 권, 가끔 두세 권의 책도 들어가야 하고, 지갑, 파우치, 화장품, 카드 지갑과 자동차 키 등등이 들어가려면 가방의 무게는 반드시 600g 이하여야 한다. 그래야 무리 없이 들고 다닐 수 있다. 그보다 무거운 가방은, 한 번 들고는 바로 장 속에 넣게 된다. 경험에서 나오는 서글픈 결론이다. 상세 설명 페이지에 가방 무게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 상품 문의에 글을 남긴다. “가방 무게는 어떻게 될까요?” 판매자의 답변이 달릴 때까지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제발 600g을 넘지 말아라. 제발. 띠링. 답변이 달렸다는 알림이 뜬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누르며 열어 본 답글. “고객님, 이 가방의 무게는 540g입니다.”
아. 이렇게 운명적인 만남이 이루어졌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살펴본다. 카드 할인. 쇼핑 사이트에서 카드 결제 시 추가 할인을 해 줄 터인데, 반드시 내가 가진 카드 할인이 되어야 한다. 만일 오늘 안 된다면 일단 장바구니에 넣고 기다리면 된다. 한 달 안에 반드시 카드 할인이 뜰 터이니 며칠만 기다리면 된다. 이번 주 목요일에 카드 할인이 예정되어 있다. 그것도 7%나. 가슴속에 날짜를 꼭꼭 새기고 기다렸다 결제를 한다.
그렇게 가방을 결제하고 배송되기를 기다리는데, 홈쇼핑에서 또 다른 가방을 추천을 해 준다. 몇 년 전에 유행했던 한지 가죽 가방이다. 그때 사려고 했다가 못 샀는데, 이걸 어떻게 알고 추천을 해 주는 것인지. 그동안 이리저리 쟀던 것이 무색하게 손은 어느새 결제창을 누르고 있다. 350g의 한지 가죽 가방은 가볍기도 크기도 딱이다. 디자인이 약간 마음에 걸리지만, 이렇게 가볍고 고급지며 약간은 저렴한 가방에 디자인까지 욕심을 부릴 수 없다는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그렇게 두 개의 가방을 사놓고는 뿌듯하다. 당분간 가방 걱정은 없을 것이다.
새 가방을 기다리면서 오늘은 백팩을 꺼냈다. 한동안 잘 메고 다녔던 것을 오랜만에 꺼냈더니 손잡이와 가죽 부분이 너덜너덜해졌다. 아. 어떻게 하나?
커버 이미지 출처: FreeP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