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수리

매일 글쓰기 18일차

by 홍유


시계를 샀다. 신이 나서 차보니, 덜렁거린다. 역시나 크다. 시계줄이 끈으로 되었다면 구멍을 하나 뚫는 것으로 해결하겠지만, 이번에는 체인형으로 샀다. 전문적인 수리가 필요하다.


시계를 고치러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 계속 잊었다. 잊었다기보다는, 항상 뒤늦게 시계가 생각났다. 한참 길을 가다가 ‘아차, 시계!’라고 생각하기 일쑤였다. 다음에는 꼭 가져와야겠다면서 항상 그다음을 기약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심지어 시계를 잃어버렸다. 차고 다니지를 않으니, 어디에 두었는지도 생각이 안 났다. 식구들에게 단단히 부탁을 했다. 청소할 때, 보거든 TV 앞에 놓아달라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 시계는 혼자 달렸다. 어느 날, 아이가 피아노를 치다가 피아노 책 사이에 끼어 있는 시계를 찾아왔다. 어떻게 들어갔는지 여전히 궁금하다.


구입한 후 한 번도 못 차보고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이제는 무엇인가 행동을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시계를 들고 나가서 고치는 것은 포기했다. 안 되는 것을 한 달간 깨달았다고 해야하나? 집에서 고치자니 마땅한 도구가 없었다. 일단 집에 있는 도구들을 이용해보았다. 거의 성공했다. 체인 하나가 달랑달랑 빠지기 직전이었으니. 결국 시계수리공구를 주문했다.


무언가를 주문할 때는 물품 구입 명분이 필요하다. 일단은 시계줄 수리였지만, 추후 시계 전지 교체까지 염두에 두었다. 요즘 시계줄 하나만 수리해도, 전지 하나만 갈아도 비용이 만원이 훌쩍 넘는다. 시계수리공구를 만원 안팎으로 구매해 놓으면, 앞으로도 저렴한 가격에 언제든 수리가 가능하다. 상당한 명분에 혼자 끄덕이면서 기쁘게 구매했다.


공구를 받고, 이틀에 걸쳐 시계줄을 고쳤다. 분명 시계방에서는 10여 분 안에 끝났던 것 같은데, 시계 체인 하나 빼는 데 30분도 더 걸린다. 여기에서 숙련된 기술자와 마음만 앞선 초심자의 차이가 드러난다. 기술이 부족하면 끈기와 열심으로 메꾸면 된다. 공구 구입 명분을 흐려서는 안 된다는 묘한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고쳐봤다. 예전에 어깨 너머 배운 수리 순서를 계속 되새기면서. 망치와 핀을 들고 끙끙거리는 내 옆에 와서 아이도 몇 번 망치를 두드려주었다. 그렇게 체인을 세 개쯤 빼고 나니 요령이 생겼다.


결국 시계를 고쳐 냈다. 시계를 차고 보니 마음에 든다. 적당히 헐거우면서도 적당히 딱 맞는 줄의 길이가 좋다. 그 안에 담긴 초보자의 손길도 기특하게 느껴진다. 이틀 동안 자기 몫을 하느라 벌써 사용감이 느껴지는 공구에도 정이 든다. 시계도, 공구도 정말 잘 산 것 같다.


역시, 나는 물건에 의미를 부여하는데 재능이 있다. 미니멀 라이프는 오늘 또, 그렇게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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