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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힝고 Aug 31. 2018

오늘의 폭염에서 내일의 미국 경제 추론하기

기후는 생각보다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친다

사실 기후변화를 사용해 경제적 현상을 예측하는 것에는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 인과관계가 없는 것을 마치 인과관계가 있는 것처럼 호도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은 조심스럽게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 보려고 한다. 지금은 수그러들었지만, 올 여름 북반구를 지옥으로 밀어넣었던 폭염이 올해 말부터 주요 선진국의 경제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는 방아쇠로써 작용할 것이라는 증거가 조금씩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대서양 난류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난류는 근처의 해양 지역 기후를 온난하게 만든다. 예컨대 북대서양 난류의 종착지에 위치해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경우, 추운 나라의 대명사인 러시아의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추운 달인 2월의 평균 기온이 -6~7도 정도에 그친다. (연 평균 기온은 영상이다!!) 북대서양 난류는 카리브 해 인근에서 시작되어 북유럽까지 흐르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해류 중 하나인데, 이 때문에 미 동부와 서유럽은 겨울에도 한국보다 평균적으로 온난한 기후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따금씩 여름에 알 수 없는 이유로 북반구에 전반적인 폭염이 찾아올 경우 이 북대서양 난류의 흐름이 방해받는 경우가 발생한다. 폭염이 북극과 그린란드의 빙하를 과도하게 녹여서, 수온이 낮은 물이 바다로 유입됨에 따라 해수 염도가 낮아지고 수온도 함께 낮아지기 때문에 북극에서 흘러내려온 해류가 북대서양 난류의 북상을 저지하는 경우가 2009년 이후 잦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관련 아티클이 2018년 4월 네이처 지에 실리기도 했다.


이렇게 될 경우 미국과 서유럽은 기록적인 폭염 뒤 찾아오는 기록적인 한파에 시달릴 위험이 커진다. 예를 들어 바로 전 해인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까지 미국 동부는 엄청난 한파에 직면했는데, 당장 2016년과 2017년 북반구에도 폭염이 있었다. 우리나라만 해도 2016년의 폭염 일수가 역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1994년의 29.7일의 뒤를 이은 22.4일을 기록했으며, 미국 역시 2017년 6월부터 평년 기온을 5-6도씩 웃도는 폭염에 시달렸다. 그리고 나서 찾아온 것은 겨울의 혹한이었다.

문제는 혹한은 소비를 시작으로 하여 전반적인 경기 활동을 위축시키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2013년 북반구 폭염(2013년 한국의 폭염일수는 역대 3위이다.) 직후 미 동부에 역사적인 한파가 몰아쳤던 2014년 1분기의 경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9%까지 곤두박질 쳤으며, 역시나 혹한이 들이닥쳤던 2018년 1분기의 경우 미국 소비지출 증가율은 1.0%로, 2013년 2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택 건설투자 역시 -2.0% 감소했다. 물론 전체 경제성장률은 2.2% 수준으로 양호했지만 경기 회복의 추세에 기후가 어느 정도 제동을 걸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영화 투모로우 수준의 한파가 몰아닥치지 않는 이상 기후가 경제 활동에 독립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인류의 과학 기술은 어느 정도 자연 환경을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으며, 경제 메커니즘에서는 수많은 요소들이 상호작용을 받고 있기 때문에 한파가 내년 선진국 경제를 망가뜨릴 것이라는 전망은 섣부르다. 그러나, 만약 경제의 각종 지표들이 곧 이 경제가 고점에 도달할 것임을 알려 주고 있다면 이야기가 조금 다를 수 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우려 사항이다.

물론 현재는 미국과 유럽 모두 양호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 연준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인해 경기 고점의 판단 근거 중 하나인 장단기 금리차는 계속 축소되고 있으며 올해 말에서 내년 초에 역전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예측되고 있다. 여기에 미-중 무역 분쟁은 글로벌 교역량 축소라는 위험을 몰고 올 수 있으며, 현재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2,0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수입품 관세를 기존의 10%에서 25%로 상향할 움직임이 예측되고 있다. 증시는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

만약 이러한 상황에서 19년도 1분기에 거대한 한파와 함께 일시적인 경기 수축이라도 발생한다면 여러가지가 맞물린 끝에 그 파급 효과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커질 수도 있다. 물론, 누차 말씀드리지만 기후가 독립적으로 경제에 끼칠 수 있는 영향은 아직까지 적다. 그러나 우리가 충분히 예측하고 경계해야 할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해 두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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