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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까 Oct 02. 2020

종교와 신

상념#2

**종교에 대한 토론이 불편하신 분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



신은 존재할까?


신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물음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질문이자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는 난제다.

어릴 적 부모님과 친구들 손에 이끌려 교회를 다녔었다. 심지어 친구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는 이유로 성가대까지 했었다. 만화였지만 성경책도 여러 번 완독 했다. 하지만 교회를 다니는 내내 하나님에 대한 믿음은 도통 생기질 않았고 결국 하나님을 넘어 신의 존재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졌다.

기독교를 비롯한 불교, 이슬람 등 대부분의 종교에선 눈에 보이지 않아도 믿어야 한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는 것들을 알 수 있는 사례들이 있다. 전자(electron), 블랙홀, 사람의 의식 등등. 하지만 이 사례들은 과학적 혹은 간접적으로 그 존재 유무가 증명 가능하다. 그에 반해 종교에서 주장하는 신의 존재 근거는 각 종교의 교리가 담긴 성경, 불경 등이 전부다.


성경과 불경 같은 경전들도 인간의 창작물 아닌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믿어야 하며 믿지 않으면 인간의 원죄(原罪)를 씻을 수 없고 천국에 가지 못한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믿어야 한다는데 왜 믿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신이 뭐길래?


신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대해 생각을 하다 보면 먼저 신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질문이 함께 떠오른다.

보통 여러 종교에서 정의하는 신의 공통적인 특징은 전지전능한 자로서 인간에게 화복을 가져다주며 초자연적인 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존재로 묘사된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와 같이 하나의 신을 믿는 일신교에선 '유일신'이라고도 표현하고 그리스, 로마, 힌두, 북유럽 등의 다신교에서는 인간처럼 다양한 성격을 가진 신들이 여럿 존재하기도 한다.

원시시대에는 천둥번개가 치는 원인을 몰라 신이 화난 걸로 설명했다. 고대 이집트나 마야문명, 우리나라 삼국시대, 조선시대 등등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가 오지 않는 원인을 신의 노여움으로 설명하고 아프던 사람이 갑자기 낫거나 집안에 좋은 일이 생기면 신이 내린 축복이라 했다. 과학이 발전한 오늘날 더 이상 천둥번개를 신을 통해 설명하지 않는다. 홍수와 가뭄, 심지어 인간의 진화과정까지 신의 도움 없이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말기암에 걸린 환자가 기적적으로 완치하면 '하나님이 살펴주셨다'라고 하거나 과학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부분을 신의 이름으로 설명하려 한다.


이런 걸 보면 인간은 기본적으로 어떤 현상에 대해 어떻게든 설명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 같다.

과학적 지식이 없던 예전에는 자연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신의 존재를 만들어 설명하려 했고 사람들의 이런 상상력이 더해져서 점차 종교로 진화한 것 같다.


그럼 자연현상이 신인 건가?

신을 그렇게 정의한다면 신이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기독교인들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던 예수님이 실존했었고 신의 아들이라고 한다. 이슬람교 신자들은 마호메트가, 불교 신자들은 부처가 모두 실존 인물이며 자연현상이 아니라 초월적 존재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예수나 마호메트, 부처 모두 실존했다고 해도 신의 아들이 아니라 우리와 똑같은 사람으로 단지 뛰어난 정신적, 도덕적 이념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당장 오늘날 우리 주변을 봐도 똑같은 일을 얘기해도 사실보다 과장되게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간의 이런 특성 때문에 과거에 남다른 일을 한 사람들이 신격화, 우상화되고 그 과정에서 종교가 생긴 건 아닐까. 비슷한 사례들을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불과 몇십 년 전인 1970년대 우리나라의 박정희나 더 가까운 북한의 김정일조차도 벌써 신으로 추앙받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에 살이 보태지며 영웅이 탄생하고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면서 신이 되며 결국에는 후세에 종교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지금의 종교 경전들은 과거 위인들의 이야기를 쓴 방대한 분량의 위인전이 아닐까?


영화 <Man from Earth, 맨 프롬 어스>
이와 관련해서 영화 한 편을 추천한다. 신의 기원에 대한 여러 시사점을 던져주는 영화로 몰입력이 대단하다.




과학적으로 인류의 진화 과정과 우주의 탄생에 대한 여러 가지 가설들이 제시되었지만 근원적인 질문인

'누가 우주를 만들었을까?'

'우리는 왜 존재하는 거지?

에 대한 답은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듯하다.

아직까지 인간이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인 이 부분을 우리는 '신이 창조했다'로 얼버무리고 있다.

만약, SF영화처럼 외계인이 지구에 생명의 씨앗을 뿌려 생명이 시작됐다면 우리의 신은 외계인인 건가?

이쯤 되면, 신은 특정한 형태로 정해진 게 아니라 인간이 모르는 미지의 영역을 신이라고 하는 것 같다.

시간이 흘러 인간의 지식이 많아지면서 천둥번개의 원리가 설명되는 동시에 우주의 탄생이라는 새로운 미지의 영역이 생기듯이 '신'이라는 이름도 점점 다른 영역으로 확장해 나가는 듯하다.


신은 결국 '인간의 무지'의 또 다른 표현 아닐까.


영화 <프로메테우스>
인간의 기원이 외계인이라는 내용으로, 여러 명작을 만든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다.
이 영화도 추천한다.

   



혹자는 '신이 있든 없든 그게 무슨 상관이야. 그냥 내 살길이나 찾으면 되지'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

신을 믿든 안 믿든 내게 직접적인 영향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누군가는 종교의 이름으로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테러를 하기도 하며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선거에서 표가 갈리기도 한다.

신을 안 믿는다고 해서 갑자기 마른하늘에 번개가 떨어져 죽지는 않겠지만, 아직까지 종교가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은 것 같다. 나 혼자 신을 안 믿거나 종교를 안 가졌다고 해서 종교적 이념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종교에 대해 가치관이 확실히 세워져 있어야 앞으로 맞닥뜨릴 종교적 이슈에 대해서도 나만의 노선을 확실히 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전쟁이 일어나기도 하고 일부  광신교 및 잘못된 신앙의 형태를 통해 부작용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기능도 많다고 생각한다. 아니 사실 더 크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큰 종교들을 보면 대부분 '신과 경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경전은 오늘날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데 정해놓은 최소한의 규칙인 '법'보다 넓은 형태의 도덕적 규범 역할을 한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 '생명을 소중히 여겨라' 등 집단을 이루며 살아가는 인간 사회에 도움이 되는 말들이다. 도덕적 규범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심리적 안식처가 되어주기도 한다. 큰 불행이 닥쳐 몸과 마음이 아프고 힘들 때 종교를 통해 그 상처를 치유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게 해 준다. 이런 측면에서 난 종교의 사회적 순기능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신이 있든 없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닐 수도 있다. 어떤 형태든 우리가 믿는 것이 곧 신이고 신을 향한 믿음을 통해 내 마음이 편안해지고 사회가 평화로워진다면 신이 있는 게 좋겠다. 신을 악용하는 사람들만 없다면...


종교가 있는 사람들에게 신은 없다고 강요할 생각도 없고 내 생각이 맞다고 확신도 하지 않는다. 종교의 자유가 있는 만큼 종교를 갖고 있는 게 더 좋지도 안 좋지도 않다고 생각하고 각자의 생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종교와 신에 대한 내 생각은 이렇다는 거다. 나도 신이 있다고 믿고 싶다. 항상 권선징악, 사필귀정이 이루어지며 모든 건 신의 뜻이라고 믿으면 내 마음이 좀 더 편해지지 않을까. 모르겠다. 신이 있는가에 대한 주제는 항상 내 상상력을 자극하는 풀리지 않는 떡밥이다. 종교가 있다고 무시할 필요도 없으며 종교가 없다고 불쌍히 여길 필요도 없다. 서로가 모두 잘 모를 뿐이고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것뿐이다. 종교와 신이라는 주제로 전쟁까지 했던 예전과 달리 자유롭게 토론하고 글도 쓸 수 있게 된 오늘날에 감사하며 글을 마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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