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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춘 May 04. 2024

나이 듦이 싫다가도 좋은 이유

이승환 님의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를 우연히 다시 듣고 쓰는 글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개그맨 임우일 님이 정성을 다해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를 부르는 영상을 보았다. 음정과 박자는 불안하지만 진심을 다해 한 소절, 한 소절을 불러내는 그 모습이 참 인간다웠다. 임우일 님이 출연하여 노래를 부른 콘텐츠의 제목이 '진심을 다해 부르는 내 친구의 노래는 김나박이보다 좋다'이다. 나는 지인들과 노래방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노래를 부르는 것도 좋아하지만 언젠가부터 일행이 진심을 다해 부르는 노래를 눈을 감고 음미하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그 기억이 떠오르며 이 콘텐츠의 기획이 참 좋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나는 임우일 님이 과거 자신이 개그맨이 될 수 있도록 힘을 준 연인을 생각하며 이승환 님의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참 인간답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이가 든다는 것이 마냥 슬프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꽤나 감성적인 사람이다. 첫사랑, 친구, 가족, 사랑이란 단어 하나만으로도 쉽게 깊은 생각에 잠기는 사람이다. 그래서 노래를 들을 때에도 가사에 많이 집중하는 편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같은 노래가 다르게 들리는 경험을 한다. 예전에는 그저 지나간 연인, 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다고 이해하고, 나 역시 그런 마음으로 그 노래들을 표현해 왔는데 어느 날 문득 오랜만에 다시 듣게 된 노래가 전혀 다르게 다가오는 경험을 하곤 한다. 이번에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를 반복해서 들으면서도 같은 경험을 했다(아! 임우일 님의 노래를 계속 들은 건 아니고 이승환 님이 콘서트 7080 라이브 무대를 반복해서 보았다. 임우일 님 죄송합니다). 무언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울컥함이 가슴 한 구석부터 차올랐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역시나 글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하나 표현해 보자면 예전에는 그저 헤어진 연인에게 부르는 사랑 노래라고 느꼈다면, 이젠 각자의 인생에 얕지 않은 자국을 남긴 서로가 돌이킬 수 없는 남이 되어 각자의 인생을 살아내고 있는 장면이 떠오른다. 가끔 예전의 그 약속들을 회상하며 순수하고 뜨겁던 지난 시절을 떠올리는 인생이 떠오른다. 그리고 이렇게 같은 노래를 듣고 다른 느낌을 경험하는 나를 발견할 때면 내가 익어간다는 생각을 한다. 과거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느끼게 되는 익어감은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니다. 오히려 좋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기쁨이랄까. 하지만 마냥 행복하지는 않다.

 마냥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이러한 생각의 끝은 결국 인간에 대한 연민이기 때문이다. 각자의 우주에서 슬픔과 기쁨을 느끼며 늙어가고 있는 인간에 대한 연민이다.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너무도 짧고 강렬했던 돌아갈 수 없는 젊은 날의 시간들이 아쉽고,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는 기분이 날로 긴장되는 현실이 무섭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만 하는 숙명이 슬프다. 때때로의 기쁨이 이런 아쉽고, 무섭고, 슬픈 감정들을 중화시키는 것이 삶인 것 같다.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느끼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반복되는 일상이라는 연못에 작은 파장을 일으켜 주기 때문일까? 그리 나쁜 경험은 아니다. 이런 새로운 느낌을 경험하는 이유는 나이가 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이 드는 것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 이 글쓰기를 마치고 노트북을 닫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이 작은 파장은 어느새 고요해지겠지만, 이 글이 훗날 언젠가의 나에게 또 다른 작은 파장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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