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미사

by Hoon

회사 게시판에 낯선 공지 하나가 올라왔다.


‘사내 미사 안내_

사내 가톨릭교우회에서 알려드립니다. 2월 사내 미사가 20층 대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가톨릭 교우들의 많은 참석 부탁드립니다.'


자본의 논리가 가장 치열하게 충돌하고, 인간의 이기심이 첨예한 창날이 되어 서로를 겨누는 이곳 회사에서 ‘미사’가 열린단다. 평소엔 차가운 숫자와 건조한 언어가 총알처럼 교차하던 테이블 위에 하얀 제포가 깔리고 사제가 집전하는 성스러운 의식이 펼쳐질 모양이다.


그 광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형용할 수 없는 그로테스크함이 밀려왔다. 절대자가 정한 안식일도 아닌 평일 저녁, 생존을 위해 타인을 딛고 서야 하는 이 ‘현세의 전장’ 한복판에서 창조주와 독생자, 그리고 성모를 향한 경배라니. 혹시 그것은 신앙이라는 낱말 뒤에 숨긴 또 다른 이기심은 아닐지. ‘내가 너보다 먼저 천국의 문에 들겠다’, 혹은 ‘이 치열한 죄업의 현장에서 가장 손쉽게 면죄부를 받겠다’는 계산된 몸짓 말이다.


성(聖)과 속(俗)이 기이하게 뒤섞인 그 공간은 내게 안식이 아닌 이질감을 준다. 사제가 회사의 구성원들과 빵을 나누는 그 저녁, 나는 정해진 의례가 집전되는 회의실 문을 여는 대신 빌딩 숲 밖으로 나가는 출구로 향할 것이다.


나에게 필요한 성소(聖所)는 인위적으로 조성된 사내의 제단이 아니다. 고단한 하루의 흔적이 묻어나는 내 마음 안의 작은 성전을 조용히 들여다보는 일, 그리고 오늘 하루 무사히 일과를 마칠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묵묵히 귀갓길 만원 전철에 몸을 싣는 일이다.


어깨를 맞댄 채 흔들리는 노동자들 틈새에서 나는 비로소 가장 낮은 곳으로 임하는 평화를 느낀다. 성전의 향취 대신 하루만큼 농밀해진 사람 냄새 가득한 공간 안에서, 나는 박제된 미사가 아닌 살아있는 삶의 기도를 올린다.


신의 축복은 화려한 제단 위가 아니라, 일상의 무게를 견디며 집으로 돌아가는 우리들의 굽은 등 위에 머무는 것이라고 믿는다. [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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