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시 학교 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하반기 공채가 시작됐기도 했고, 집에서는 눕고 싶은 마음을 이기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도서관에 왔습니다. 마침 내일이 시험이고, 오늘이 연차인 덕입니다. 오래간만에 도서관 매점에 들러 마실 걸 사려는데, 익숙한 얼굴이 보입니다. 지난해 아침마다 매점에서 뵀던 매점 사장님이었습니다. 아침이라 퉁퉁 부은 얼굴로 에너지 드링크를 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잠이 깨곤 했습니다. 내심 반가워 인사를 드릴까, 말까… 나를 여전히 기억하실까 고민 끝에 조심스레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러나 걱정이 무색하게도, 사장님은 절 반겨주셨습니다.
‘오랜만에 왔네요, 머리 많이 길었다!’
거의 1,2년 동안 매일 아침 도서관으로 출근해 늦은 밤이 되어서야 퇴근을 하며 늘 생각했습니다. ‘내가 다시는 이곳에 오나 봐라!’ 2년 동안의 노력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공간이지만, 동시에 2년간의 고민과 애쓴 흔적, 속상함도 함께 묻어있는 곳인 탓입니다.
그래서 오늘 도서관에 오는 발걸음도 흔쾌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일과 시험을 병행하는 와중에 시험장에 갈 기회를 잡은 건 감사하지만… 다시 도서관으로 가자니 불과 몇 달 전까지 열람실에서 (나름) 고군분투하던 때의 기분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늘 가던 열람실, 앉던 자리에 가방을 두고 향한 매점에서 사장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사소한 마주침으로 기분은 단숨에 달라졌습니다. 오랜 기간 고여있다시피 머무르던 곳에서 느낀 생소한 반가움, 그 새로움을 찾을 수 있단 사실이 기뻤습니다.
틀에 박힌 하루의 예기치 못 한 이음새. 이런 이음새가 모인다면 삶의 새로운 한 조각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상정도야, 내가 하기 나름이라는 말에 다시 한번 공감이 되는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