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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은나의것 Jul 13. 2018

내가 영업을 하다니

수능 이후로 가장 힘들게 머리를 싸매고 집중하여 공부하고 일 년여의 기간 동안 몇 번의 시험을 통과하여 결국 나는 독일 연방 법정 번역사가 되었다. 독일 외무성, 괴테 문화원이 주체한 시험에 전국 1등의 기록까지 보유한 자부심으로 독일어 통번역을 해왔지만 통역가, 번역가라는 '보호되지 않은' 직업에 몸담다 보니 그 전문성을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늘 있었다.


독일어, 한국어 교사 이외에 내가 평생 할 수 있는 직업이 생겼다는 사실과 대학 때부터 하던 나의 통번역 일에 전문성을 확인받은 시험의 합격은 아이를 낳은 이후 좀처럼 경험할 수 없던 성공, 해냄의 뿌듯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시험에 합격하고 법정에서 선서를 마친 후 독일의 법원 사이트에는 내 이름이 올라갔고 독일 전역에 법정 번역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검색이 되게 되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일정 정도의 문의는 오는 편이다.

그러나 감나무 아래 누워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식으로는 원하는 만큼 일을 의뢰받을 수 없다.


예전에 어디선가 '모든 것은 결국 영업이다' 내지는 '영업력이 결국 가장 중요하다'와 같은 취지의 글을 읽고 고개를 끄덕끄덕했던 경험이 있는데 내가 자영업의 길로 들어서다 보니 그 말의 의미를 어렵뿟이 알 것도 같다.


지금까지는 굳이 영업을 하지 않아도 일이 알아서 굴러오는 식으로 살아왔던 것 같다. 가르치는 일만 해도 내가 영업하지 않아도 어쩌다 보니 하게 되고 또 하게 되니 큰 욕심부리지 않고 아이들 키우며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유지되곤 했다.


그러나 공증 번역 일만큼은 영업을 하지 않고서는 안 되는 영역인 게 확실한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해온 적 없던 영역에 도전을 해야 한다. 바로 '영업하기!'


생각이 너무 많아 결국 실제로 하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는 점이 나의 가장 큰 약점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조금 부족하다 생각되어도 일단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켜는 일부터 시작한다.


결국에는 완벽하게 하고자 하는 압박 때문에 시작도 못하는 나를 훈련시킨답시고 한때 너무 행동! 행동! 을 외치며 서두른 나머지 실수투성이의 이메일을 보내버린 일도 있었지만 이렇게 실수도 하고 엉뚱한 짓도 좀 해야 결국 너무 완벽하려다가 시기를 놓쳐버리는 나, 빨리 행동으로 옮기려는 훈련을 하다 오히려 너무 부족한 상태에서 일을 저지르는 나 사이에서 중심을 찾지 않을까?


오늘..

나는 네 군데의 변호사 사무실, 한 군데의 번역회사에 이메일을 보냈다.

나로서는 영업의 시작이다.


의외의 영업능력을 발견하게 될까 봐 조금 설레기까지 하는 걸 보니 오늘 영업에 도전한 것은 참 잘한 일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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