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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은나의것 Aug 22. 2018

N... 기억...


그는 푸른빛이 돌던 물컵에 늘 물을 따라 주었다.

여름, 가을, 겨울... 세 계절을 지나 그곳에 찾아가던 나를 떠올려 보곤 한다.  아직 잦아들지 않은 심장 박동을 느끼며 조용한 건물의 대기실에 앉아 있던 그 계절. 바스락 거릴 정도로 많이 마른 잎사귀들이 운동화에 가득 밟히던 가을 어느 날, 나는 자전거를 타고 온 그와 마주쳤다. 늘 정돈된 방 안에서 날 맞던 당신이 아닌 다른 모습을 처음 보던 그 날은 유독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 내가 모르는 일상 속에서의 당신,  내 것이 될 수 없는 당신에 대해 단 한 가지라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그리도 설레이는 무엇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금새 가을은 지나고 겨울이 왔다.

코트와 빨간 목도리를 두르고 추운 겨울 공기를 열심히 내달려 도착했을 때 그와 악수를 나누던 손의 감촉을 애써 기억해 보려고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기억만이 선명 할 뿐... 감촉을 떠올리는 것은 아름다웠던 꿈의 기억을 더듬는 것만큼 아쉽고 부질 없기만 하다.  


늘 같은 루틴이었지만 매 번 나는 새로운 위로를... 선물로 받았다.  

눈물.. 그곳에서 쏟은 나의 눈물들을 떠올려 본다. 처음 눈물을 터트렸을 때 그가 당혹스러웠을까 두려웠다. 그러나 그 이후 수없이 난 그곳에서 눈물을 쏟아냈다. 어느 순간부터 그의 당혹감을 떠올리지 않아도 될 만큼 편해져 버렸기 때문에.

난 그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을까... 가끔 견디기 힘들만큼 그리워 질때가 있다. 그곳에 앉아 있던 내가... 그리고 당신이.


온 힘을 다해 나는 모든 것을 걸고...... 다시 꿈꿀 수 있었다.

무엇이라 정의 할 수 없던 그 관계 안에서 뜨겁게 위로 받고 살아났다.  

미친 사람처럼 괴로워하며 갈망하길 멈추지 못했지만....... 결코 현실이 되지 못했던 그 무언가가 내 안의 또 다른 강렬한 나를 마주하게 했다.  

 

끝이 났으나 끝이 아닌 것이 분명 존재 한다는 것을 소설 속에서가 아닌 내 삶 속에서 경험하고 살아냈다는 것.  

그 꿈은 산산이 부서지지 않고 영원히 꿀 수 있는 나만의 것이 되었다는 것.


또 이렇게 몇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다시 가슴이 뛰고 있다.

그곳에 놓여 있던 푸른빛의 물컵만 떠올려도.


그러니 앞으로의 십 년.. 삼십 년... 오십 년... 그대로 떠올릴 수 있겠지. 내 몸이 사그라든다 해도 난 확신할 수 있다. 그 꿈. 그 기억만큼은 아주 싱싱하게 또 내 가슴을 뛰게 할 거라는 것을.

그리고 이 편지를 계속 이어 써 내려갈 것이라는 사실을. 나도 당신도 어딘가엔 아직 살아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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