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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peyou Nov 08. 2022

집나간 90년생 멘탈 케어는
마드리드 맛집에서

유럽 여행 중 최고의 샹그리아 맛집 'Taberna Más Al Sur'

구글평점 4.4 마드리드 맛집

Restaurant in Madrid loved by Google


마드리드에 도착해서 1차 프라도 사태를 겪고 난 후, 흔들리던 우리의 멘탈은 연달아 2차 숙소 사태를 겪고 먼지가 되어 흩날리고 있었다. 점점 흩날리다 사라질 것만 같다. 호텔에 짐을 정리하고 잠시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다가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숙소 근처 맛집 Mas Al Sur(마스 알 수르) 입구



침대에 엎드린 채로 숙소 근처에 있는 식당들을 여기저기 눌러보기 시작했다. 멘탈이 흩날리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까운 거리와 맛있는 음식이었다. 숙소에 도착한 시간이 조금 애매해서 스페인의 시에스타 시간과 겹쳤다. 식사가 될만한 음식을 파는 곳 중에서 시에스타 시간에도 오픈한 곳들이 얼마 없어서 선택지가 적었지만, 구글 평점이 4.4에 리뷰가 3000개가 넘는 식당 한곳을 찾았다. 거리도 숙소에서 4분 거리로 매우 가까웠다!


결정하기 전에 평점과 리뷰에 많이 속았던 1인이라 다시 한번 리뷰들과 메뉴를 꼼꼼히 살폈다. 이 식당은 대체적으로 음식과 서비스에 대한 평이 매우 좋았고, 무엇보다 최근에 한국 사람들이 남긴 리뷰도 평이 좋아서 이 식당으로 결정하고 바로 숙소를 나섰다. 


숙소를 나선지 얼만 안되어서 초록색 어닝이 있는 'Mas Al Sur'(Taberna Más Al Sur)를 발견했다. 5월이라 적당히 덥고 선선한 날씨라서 창과 입구 문을 오픈한 채로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야외에도 좌석이 있었는데 우리는 밖이 보이는 실내 자리에 자리를 잡기로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멘탈이 나갔을땐 시원한 샹그리아!

The best of Sangria


식당을 들어가자 밝은 인상의 직원이 인사를 하며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우리는 밖이 보이는 벽 쪽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식당을 둘러보았다. 매장에서 흘러나오던 음악과 오픈된 출입구를 통해 들어오는 햇빛은 식당의 분위기를 한층 더 좋게 만들어 주었다.




식당 안의 풍경




바에 준비된 주류들이 식당의 포인트 인테리어가 되어주었고, 바 테이블처럼 꾸며진 입구 쪽 테이블들은 이곳의 저녁 분위기가 어떨지 상상하게끔 해 주었다. 저녁은 아니었지만 햇빛이 가장 뜨거울 시간에도 생각나는 게 시원한 샹그리아이기 때문에 우리는 샹그리아 두 잔은 디폴트 값으로 생각하고 메뉴를 골랐다.




이곳의 인기 메뉴 샹그리아




숙소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채로 식당에 왔지만, 먼저 나온 샹그리아 두 잔을 받고 한 모금 먹은 순간 흔들리던 멘탈이 시원한 샹그리아로 씻기는 경험을 했다. 


스페인에서 먹는 샹그리아는
원래 다 이렇게 맛있나?

스페인은 샹그리아를 매우 잘 만드는 나라인가? 아니면 이 집이 유독 맛있는 걸까? 이 의문은 45일 여행을 하면서 다른 곳에서 마신 샹그리아와 비교해 보면서 풀렸다. 구글 평점과 후기에서도 나오듯, 이곳은 샹그리아를 아주 시원하고 맛있게 만드는 집이었다. 흔들리던 멘탈이 복구될 만큼! 


식사보다 먼저 나온 샹그리아를 다 먹지 않도록 자제하면서 먹느라 힘들었다. 적당히 상큼하고 달달하고 시원했던 샹그리아는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감바스와 빠에야의 나라(feat. 후무스) 

Gambas and paella


스페인에 왔으면 가장 먼저 먹어야 하는 음식은 바로 감바스와 빠에야다. 이미 한국에도 많이 들어와 있어서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 음식들은 스페인이 고향인 음식들이다. 종종 스페인 식당들 후기를 보면 감바스와 빠에야가 너무 짜서 입도 못 대고 나왔다는 글들을 볼 수 있는데, 이곳의 감바스와 빠에야는 적당히 새우와 해산물의 맛이 나면서 짭잘해서 샹그리아와 아주 잘 어울렸다.




새우가 엄청 크고 튼실했던 감바스와 여러 해산물과 함께 팬에 나온 빠에야




우리나라에서 먹었던 감바스들도 새우가 컸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스페인 새우 스케일 엄청났다. 감바스가 나오자마자 남편이랑 둘이 감탄하면서 사진 찍는 것도 잊고 포크로 새우를 먼저 들어봤다. 먹을 때도 엄청 통통 쫀득해서 먹는 소리보다 감탄하는 소리가 더 많았을 정도로 정말 맛있었다. 빠에야도 커리 향이 나면서 다양한 해산물들과 잘 어우러져서 맛있었다. 해외에서 밥이 드시고 싶으신 분들에게 무조건 추천이다.


그런데 진짜 숨은 다크호스는 따로 있었다.

직원분께 주문을 할 때, 감바스와 빠에야 두 개는 생각보다 양이 부족할 수 있다고 얘기해 주셔서 한 개 더 골랐던 후무스! 내가 메뉴판에서 후무스를 고르자 직원분이 엄지 척을 하시면서 이 가게에서 맛있는 메뉴라고 잘 골랐다고 하셔서 더 기대를 했던 메뉴였다.




감바스와 너무 맛있었던 후무스




남편에게는 생소했던 후무스는 나의 최애 음식 중 하나였다. 전에 근무했던 직장이 이태원 근처여서 종종 회식을 하거나 점심을 먹을 때 식당에서 많이 시켰던 음식이었기 때문에 메뉴판에서도 바로 찾을 수 있었다. 


감바스에 감탄하고 빠에야에 즐거워하다가 같이 나온 후무스를 먹는 순간, 직원분이 왜 엄지 척을 하셨는지 알았다. 말린 야채 토핑과 구운 난이 함께 나왔는데, 고소한 후무스와 아주 찰떡이었다. 살짝 매콤한 소스도 후무스에 뿌려져 있어서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는 맛도 부담스럽지 않게 잡아주어서 건강한 맛과 살짝 매콤한 맛을 좋아하는 내 입맛에 딱이었다. 



그렇게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 시간을 보냈다.


나는 매우 만족하며 후무스를 헤치우는 동안, 남편은 감바스와 빠에야를 흡입하고 있었다. 처음에 직원분이 음식을 2개만 시키면 부족할 거라고 얘기해 준 것이 돈을 더 쓰게 만들려고 그런 건가 의심을 했었는데, 식사를 마치면서 남편이랑 2가지만 시켰으면 배고플뻔했다고 이야기하며 직원분의 센스를 칭찬했다. 정말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심지어 나는 샹그리아에 있는 과일도 다 먹었다. 


다 먹고 후식으로 샹그리아 한 잔씩 더 시키고 싶다는 얘기를 하다가 얼른 정신줄을 잡고 계산을 하기 위해 일어났다. 일어나는게 아쉬울 만큼 너무 좋은 식사였다. 





여행할 당시 최고의 이슈였던 인종차별 일화들 때문에 여행 첫 나라인 스페인에서 긴장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처음 찾아간 마드리드 식당에서 매우 유쾌하고 친절한 직원을 만나서 긴장감이 많이 풀렸던 것 같다. 


긴장되었던 첫 나라 첫 식당에서 좋은 사람과의 만남은 우리의 시선을 긍정적으로 바꿔주었다. 


이후에 방문했던 다른 나라 다른 도시들에서 만난 외국 사람들과 웃으며 눈을 맞추고 인사하고, 부족하지만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 말을 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던 스페인 마드리드. 섬세하고 보들한 친절은 아니었지만, 그들만의 유쾌하고 즐거운 에너지가 첫 여행의 걸음을 뗀 여행자들에게는 큰 친절로 기억된다.








https://goo.gl/maps/c7omunTzPqZMsN3W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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