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정통 SUV와 색이 다른 거칠지만 매력적인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무브브로팀에서는 1년에 40여 대의 자동차 모델을 시승하고 경험을 한다. 시승을 하다보면 함께 타보고 싶은 모델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때가 있는데 현실적으로 2대 이상의 모델을 한번에 경험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12월 11일 성격이 다른 자동차 브랜드의 모델을 한 곳에서 시승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 행사가 있어 다녀왔다.
자동차를 전문으로 홍보하는 무브브로에서 기획한 '무브브로데이 & 시승회'이다. 행사에는 마세라티 컨버터블 그란카브리오 트로페오, 마세라티 SUV 그레칼레 트로페오, 전기차 폴스타 폴스타4, 해치백 푸조 308 GT , 영국 오프로드 SUV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필드마스터 2대(옵션별 2종) 총 6종의 모델을 한 자리에서 시승할 수 있었다.
시승 프로그램은 차량별 주요 사양과 기술적 특성을 소개하는 브리핑으로 시작해, 마곡에서 인천을 자유시승하는 방식으로 각 브랜드 차량의 주행 감각과 특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내연기관 스포츠카부터 하이브리드, SUV까지 다양한 모델이 있었지만, 우람한 차체를 갖춘 모델 2대가 뒤에 자리하고 조용히 손짓을 했다.
유행을 타지 않을 스타일이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쳐다볼 눈에 띄는 디자인을 한 정통 SUV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자동차에 진심인 나라가 영국이라는 사실은, 차를 조금만 깊이 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속도와 화려함보다 구조와 내구, 그리고 “끝까지 가는 능력”을 중시해 온 나라다.
이네오스 그레나디어는 그런 영국식 자동차 철학이 가장 잘 담긴 SUV다. 영국 황실과 귀족을 고려해 탄생한 랜드로버, 레인지로버와는 목적이 다른 오프로드를 지향하는 SUV라는 건 디자인에서도 느껴진다.
요즘 시장에 넘쳐나는 미국식 SUV들은 크고 편하고 부드럽다. 파워 스티어링과 전자제어가 주행을 대신해주고, 오프로드 이미지를 얹었지만 실제로 험지에 들어가면 운전자보다 시스템이 먼저 개입한다.
그레나디어는 이 흐름과 정반대에 서 있다. 이 차는 애초에 “편하게 만들자”보다 “끝까지 버티게 만들자”에서 출발했다.
이네오스 그룹의 짐 래트클리프 회장은 2017년, 믿고 탈 수 있는 정통 4X4가 더 이상 시장에 없다고 판단했고, 결국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 이름이 바로 이네오스 그레나디어다. 명품 슈퍼카들의 탄생과 그 궤를 같이 하고 한편의 신화를 시작하는 느낌이다.
실제로 차를 마주하면 첫인상부터 강렬한 힘이 느껴진다. 직관적이고 직선 중심의 라인 구성은 차체를 더 크고 웅장하게 보이한다.
박스형 차체, 직선 위주의 디자인, 장식 없는 외관은 유행을 따르지 않았고, 그래서 오히려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형태로 완성됐다. 차의 비율은 전장도 길지만, 전폭이 커 전체적으로 안정감과 함께 큰 차에서 오는 부담감을 운전자 입장에서는 줄어주는 효과가 있다.
휠을 차체 모서리에 배치해 접근각과 이탈각을 확보했고, 30/70 스플릿 리어 도어처럼 온오프로드 실사용을 고려한 디테일이 많다.
특히, 그레나디어의 측면에 장착되는 옵션인 유틸리티 벨트는 차량의 다목적성을 더욱 향상시킨다. 패널 변형을 방지하는 도어 내부의 탄탄한 구조에 의해 지지되는 프론트 도어 유틸리티 벨트는 최대 45kg의 장비 및 액세서리를 지지할 수 있으며, 리어 사이드 도어의 적재량은 35kg이다.
실내 역시 요즘 SUV와는 결이 다르다. 디지털 감성 대신 두툼한 버튼과 다이얼, 항공기 조종석을 연상시키는 오버헤드 컨트롤 패널이 중심이다. 12V 전면 소켓과 함께 6개의 손잡이, 6개의 컵홀더, USB-A 및 USB-C 포트가 있다. 2열의 추가 충전 USB-C 포트 2개와 화물칸의 두 번째 12V 소켓은 옵션으로 추가할 수 있다.
장갑을 낀 상태에서도 조작 가능하도록 설계된 이 구조는, 그레나디어가 어디를 주 무대로 삼고 있는지 아이덴티티를 분명하고 명확하게 말해준다.
여기에 독특한 30/70 분할의 리어 도어는 어떠한 적재물도 수용할 수 있다. 작은 30 도어는 작은 품목을 빠르고 쉽게 꺼낼 수 있으며 전체 개방이 필요한 경우 더 큰 70 도어를 열어 더 큰 품목을 제한 없이 적재할 수 있다. 도어는 최대 102도까지 열리며 너비는 1,255mm이다.
주행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조작감의 차이를 바로 알 수 있다. 이는 5년간의 개발 과정에서 그레나디어라는 영국 특유의 강인한 정신과 독일식 엔지니어링을 결합한 완성한 주행감이다.
요즘 차들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처음엔 당황할 수 있다. 파워 핸들이 가볍게 모든 걸 해결해주지 않고, 브레이크 역시 전자적으로 정제된 느낌보다는 직접적인 반응이 전달된다. 하지만 몇 분만 지나면 이 감각이 이 차의 매력이라는 걸 알게 된다.
특히 인상적인 건 섬세한 컨트롤의 재미다. 차는 크고 육중하지만, 저속에서의 토크 제어와 스티어링 반응이 정확해 험로에서 차를 “밀어 넣는다”는 느낌보다 “조율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락 디퍼렌셜을 직접 제어하고, 로우 레인지에서 차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과정은 요즘 SUV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어렵다.
그레나디어는 운전자에게 모든 정보를 숨기지 않는다.
노면 상태, 하중, 접지력 변화가 그대로 손과 발로 전달된다. 거친 험지를 달릴수록 이 차의 진짜 퍼포먼스가 드러난다. 전자 장비가 개입하기 전에, 차체와 서스펜션, 프레임이 먼저 버텨준다.
풀-박스형 사다리꼴 프레임 섀시, 카라로의 헤비 듀티 솔리드 빔 액슬, 상시 사륜구동과 2단 트랜스퍼 케이스, 그리고 BMW 직렬 6기통 엔진과 ZF 8단 자동 변속기의 조합이 이색적이지만 운전하는 재미가 확실히 있고 믿음이 간다. 요즘 SUV에서 보기 힘든, 교과서 같은 오프로드 구성이다.
온로드에서도 의외로 차분하다. 프로그레시브 코일 스프링과 정교한 5-링크 서스펜션 덕분에 도심 주행에서도 생각보다 승차감이 단단하게 정리돼 있다.
물론 부드럽지는 않다. 대신 무게감 있는 안정감이 있다. 이 차의 성격을 이해한다면 단점이 아니라 개성이다. 그레나디어는 모두를 위한 SUV는 아니다.
하지만 오프로드를 ‘이미지’가 아니라 ‘기능’으로 보는 사람, 차를 직접 조작하는 감각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에게는 지금 시장에서 거의 유일한 선택지에 가깝다.
거칠고 크지만, 그 안에 섬세한 조작의 재미가 숨어 있는 차. 그레나디어는 오래된 방식으로 만들어졌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특별한 정통 오프로드 SUV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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