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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선 Sep 06. 2024

정리가 필요해.

이승 문 밖이 저승이다.
'죽음이 먼 듯하나 실상은 바로 가까이에 있다'는 의미다.


인명재천(人命在天)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달려 있다고 한다.

언제 어떻게 생(生)을 마감할지는 아무도 모르고

이 세상에 오는 것은 순서가 있어도 가는 것은 순서가 없다.

오늘을 선물이고 축복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

살아 숨 쉬고 있는 지금 이 순간순간이 감사하다.


죽음은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일.

나이를 먹을수록 죽음이 그리 멀지 않음을 느낀다.

살아온 날보다 죽을 날이 더 가까워진다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한다.


살아있을 때 내 물건과 생각을 어떻게 정리해둬야 하는지 

죽음을 어찌 준비해야 하는지 알고 싶다.

내 생의 마지막 순간은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남길 물건과 생각들도 미리미리 잘 정리해 둬야 한다.


'내가 죽으면 내가 남긴 물건들은 어떻게 될까?

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드립니다.(김석중 지음)

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드립니다.

책 제목이 눈길을 끈다.

마지막 이사는? 무슨 의미일까. 

저자(김석중)는 대한민국 1호 유품정리사라고 한다. 

유품정리사는 '고인(故人)의 유품을 정리해 유족에게 전달하거나 폐기하는 직업'

가족들이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고 옷가지 등을 불에 태우던 모습을 봤었는데

그 일을 대신해 주는 직업이라니..    세상이 많이 변했음을 실감한다.

유품정리를 맡겨 본 경험도 없고 주변에 그런 경험을 한 사람을 접해보진 않았지만

그 직업이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하고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 문장으로 이해했다.


"죽음은 반드시 일어나지만 
나에게 언제 그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에 
매일 매 순간 정리를 잘하고 살아야 합니다.
오히려 그때가 언제인지 모르니 
하루하루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간다면 많은 추억을 남길 수 있을 것입니다."

책에는 연명치료 거부 신청(사전 연명의료 의향서)에 대한 내용도 있다.


부모님 연세가 많으시다 보니 관심이 갔다.

아버지는 올해 89세, 엄마는 85세. 

건강도 예전 같지 않으시고 한 해 한 해 야위시고 다르시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자식들 마음은 안타깝고 불안(?)하다.

언젠가는 보내드려야 하는데..   마음의 준비도 안되었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막연하다.


부모님도 당신들이 떠날 시간이 머지않았음을 아시고..  준비를 하고 계신 것 같다.

몇 년 전에 연명치료 거부 신청(사전 연명의료 의향서)을 셨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고 어떻게 알고 그런 결정을 하신 걸까?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 부담을 줄까 염려하신 것이다.

그것이 부모 마음이고 현실이다.


오래전 얘기다.

지인의 아버지가 회생의 가망도 의식도 없는 상태로 산소마스크에 의지해서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었다. 

육 남매 자식들은 나름 성공한 효자들이었다. 

그러나, 긴 병에 효자 없다고

간병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식들 간에 이견이 생겼다.

아버지를 보낼 수 없다는 자식이 있었지만

이제 그만 보내드리자는 자식도 있었다. 

결국은 간병비용문제로 형제간에 다툼이 생겼고

우애가 좋던 형제 사이도 소원해졌다.


만약 연명치료 거부 신청을 해뒀더라면 어땠을까? (당시에는 그런 제도가 없었다.)

간병비용 부담이나 심적 부담, 형제간 갈등과 다툼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살아있을 때 내 물건과 생각을 어떻게 정리해둬야 할까?

쓸데없는 미련과 욕심으로 움켜쥐고 살지 말고 미리 정리해 둬야 할 것 같다.

옷장에 몇 년째 넣어두고만 있는 옷과 가방..  사용하지 않는 오래되고 잡다한 물건들.

불필요한 생각들..

불필요한 것들을 너무 많이 끌어안고 살고 있다.

법정스님이 말씀하신 무소유

불필요한 것은 버리고 정리하는 삶이 필요하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의 생각은 글로 정리를 하고 있다.

블로그. 카페,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이 세상에 내가 없더라도 나의 가족과 지인들이 나를 기억해 주면 좋겠다.

그것은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고 

글쓰기는 나를, 내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매일 매 순간 내 물건과 생각을 정리하면서

하루하루 감사하고

많이 사랑하고 추억도 많이 남기며 살자.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면.


오늘이 선물이고 행복입니다.


지금 행복하자.

happy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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