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둘째 며느리에게

군인가족으로 산다는 건..

by 김태선

“엄마 아들 육군사관학교 붙었어. 하하하하하”

육사 합격 소식을 전하는 둘째 아들의 문자를 받고 기쁨을 함께 한 기억이 엊그제 같다. 자전거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국토종단 일주를 하고, 눈 쏟아지는 겨울 한라산을 등정한 의지를 보인 아들이었기에 생도생활 잘 해낼 것으로 믿었고 4년의 시간을 무사히 지나 올 초 3월 소위로 임관했다.


미래의 둘째 며느리에게 인생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아들의 배우자가 된다면 군인 가족의 삶을 살게 될 것이기에 군인으로 또 군인 가족으로 삶을 경험한

선배로서의 염려와 조언이다.

무작정 당신이 좋아요~ 가 아닌 무작정 군복이 좋았다.

단발머리 중학생 때부터 직업군인의 꿈을 키웠다. 여군 장교 선발시험을 재수 끝에 합격하였고

9년을 복무했다. 전역 전의 마지막 근무지는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네’ 하는 강원도

인제 원통이다. 둘째는 강원도의 정기(?)를 받고 태어난 아들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아들의 첫 근무지가 바로 이 곳, 우리 부부가 함께 근무했던 부대라는 것이다.


군 동기로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아들 둘을 낳아 키우면서 힘든 점도 많았다.

당시의 교통사정과 육아 여건이 열악해서 군 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두 아들을 낳을 때는 부부군인이었던 때라 출산의 기쁨과 고통도 홀로 감당했다.

아이를 낳고 나서야 멋쩍고 미안한 표정의 남편을 대면할 수 있었는데 훈련이나 부대 일로 시간을

맞추기 어려웠던 때문이다.

첫 아이를 출산할 때의 에피소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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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가면 산모의 인적사항을 확인하는데, 직업란에 군인이라고 썼더니

간호사 왈, “남편 직업 말고 산모분 직업을 써주세요.”

"제가 군인 맞는데요."

여군이 드물던 시절, 산모가 여군이라고는 생각을 못 했던 것인데

멋쩍어진 간호사 말이 “아~~, 네. 여군이시라서 씩씩하셨나 보네요.”였다.

동료 전우의 비슷한 경험도 있었는데, (훈련 중이던 때라) 아내의 출산 소식을 듣고 급하게 병원을

갔더니 미혼모 취급을 당하고 있어서 속상했다는 웃고픈 진술(?)이다. 그때는 흔했던 일이다.

아이들 어렸을 때는 부부의 근무지가 달라서 한 달에 한두 번 가족 상봉을 했고

성장해가는 모습도 지켜볼 수 없었다. 지인에게 맡기거나 멀리 부모님께 맡겨두고 아이들을 보러

갔는데 아이들과 헤어질 때 그 아쉬움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한 기억이다.

큰아들이 서너 살쯤 되었을 때 잠자리에서 하던 말은 지금도 생생하다.

“엄마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 아이가 나를 얼마나 그리워했을까 싶어 밤새 잠도 못 자고

아이 얼굴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훔쳤다. 만남의 기쁨도 잠시 헤어짐의 시간이 가까워지면 아들도

울고 이 시간이 멈추기만을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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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으로 그리고 군인 가족으로 산다는 건 평범한 일상과 다르다.

근무지에 따라 가족이 같이 이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남편(혹은 아내)만 따로 움직이는 경우도 많다. 자녀 교육 때문에 불가피하게 가족이 떨어져 지내야 하는 불가피한 환경들도 생긴다.

포장이사가 드물던 시절에 이삿짐 싸는 달인이었다. 훈련할 때 군장을 싸는 것처럼 뚝딱뚝딱 이삿짐을 싸고 근무지를 옮겨 다녔다. 평균 2년에서 3년에 한 번은 근무지를 옮겨 다녔던 것 같다. 지금은 포장이사로 쉽게 해결을 하지만 그래도 일정 기간마다 근무지에 따라 이사하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도시가 아닌 열악한 근무지에서는 여러 가지 감수해야 할 불편함도 많다.


인생의 중요한 선택 세 가지는 직업, 배우자, 가치관이라고 한다.

부모의 직업을 물려받아 직업군인의 길을 선택한 아들의 모습에서 흐뭇함과 자부심도 느낀다.

사관학교를 지원하면서 아들은 ‘엄마 아빠의 군인 유전자를 물려받았다고! 했지만

군인 유전자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닐 테고 성장 환경의 영향이라는 생각이다.

두 번째 중요한 것은 배우자의 선택이다. 군인의 아내로 살아갈 현명한 배우자를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평범하지 않을 군인의 아내로 잘 내조할 수 있는 그런 배우자 만나기를, 쉽지 않을 군인 가족으로서

삶을 잘 인내하며 감내할 지혜로운 아내를 만나기만 소망해 본다.

군인과 군인가족으로 살아왔던 엄마 아빠의 삶을 걸어갈 아들의 무운장구와 미래의 둘째 며느리와의 행복한 만남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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