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족이니까 괜찮다?”

by 김태선


“가족이니까 괜찮다?”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하며, 가족 사이에서는 작은 무례쯤은 지나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오히려 가장 가까운 관계에서 지켜야 할 건, ‘예의’ 일지도 모릅니다.


최근 한 방송에서 소개된 사연이 있습니다.

신혼부부의 갈등 이야기였죠.

아내는 주변 사람들에게 별명을 붙여 부르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시어머니에게도 예외 없이 별명을 붙였다는 겁니다.


남편이 아내의 휴대폰을 보니, 시어머니는 ‘들었다 놨다’라는 이름으로 저장돼 있었습니다.

장을 보러 갔을 때 물건을 집었다 내려놓는 모습을 빗댄 별명이었습니다.


더 충격적인 건 시어머니의 생신 자리에서 드러났습니다.

장모님까지 시어머니를 ‘찡찡이’라 부르며 농담처럼 언급한 겁니다.

%EB%B6%80%EB%B6%80%EA%B0%88%EB%93%B1.png?type=w1


남편은 순간 얼어붙었습니다.

어머니는 신혼집 전세금을 도와주고, 반찬과 용돈까지 챙겨주는 분이었습니다.

겉으로는 감사 인사를 하면서 뒤에서는 조롱 섞인 별명을 붙였다는 사실이

남편을 크게 배신감에 빠뜨린 겁니다.


아내는 “스트레스를 풀려고 그랬다”며 사과보다는 오히려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심지어 “이혼해 줄까?”라는 말까지 내뱉으며 상황은 극으로 치달았죠.


전문가들은 이런 태도를 ‘수동공격적 의사소통’이라고 말합니다.

불만을 직접 이야기하지 않고, 별명이나 뒷담화로 풀어내는 방식입니다.

겉으로는 유머처럼 보일 수 있지만, 상대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관계를 망가뜨리는

독이 됩니다.


가족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불만이 있다면 돌려 말하는 대신, 차분히 직접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어머니, 이런 점이 힘들다”라고 이야기하는 건 어렵지만,

최소한의 존중이 담긴 정직한 방식입니다.


또한 가족이라 해도 경계 존중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배우자의 부모는 그 사람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존재입니다.

내 입장에서 불편하다 해도 함부로 낮춰서는 안 됩니다.

존중은 서로를 지켜주는 안전망이자, 관계를 오래 이어가는 바탕이 됩니다.


우리는 가끔 가족에게 더 함부로 대합니다.

늘 곁에 있고, 언제든 용서해 줄 거라 믿기 때문이죠.

하지만 가까운 사이라고 해서 예의가 면제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조심해야 합니다.

사소한 별명 하나가 깊은 상처를 남길 수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가족에게도 ‘존중’이라는 예의를 잊지 않는 것.

그게 우리 관계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 아닐까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부모가 자녀에게 빌려준 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