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봉양과 자식 뒷바라지에 허리가 휘는 낀 세대..
집 근처로 산책을 나왔다. 스포츠센터 옆에 커다란 축구장이 있는데 사람들과 대형버스로 북적인다. 중고등
학생 또래들과 어른들을 보니 아마도 선수들과 학부모들 같다.
두 손 불끈 치며 연신 "아들, 파이팅"을 외쳐댄다.
손흥민처럼 유명한 축구선수가 되는 것은 쉽지 않고 축구선수 뒷바라지하는 비용과 시간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 남 일 같지가 않다. 조카 녀석도 초등학생 때는 태권도 선수, 중학생이 되어서는 축구선수를 하겠다고 해서 여동생이 신경을 쓰는 것을 보았다. 결국, 조카는 태권도와 축구 모두 포기하고 지금은 재수를 하고 있다.
끝없는 자식 뒷바라지에 부모는 등골이 휜다.
우리도 자식 뒷바라지를 아직 하고 있다. 큰아들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와
재수를 해서 지금은 서울의 모 대학 4학년 졸업반이고 공인회계사 공부를 하고 있다.
재수를 할 때도 기숙학원을 보내서 한 달에 몇백만 원이라는 학원비를 감당해야 했는데 다행히 원하던
대학교를 가게 되어서 투자비용이 아깝지만은 않다. 둘째 아들도 기숙학원에서 재수를 했지만, 다행히
사관학교를 들어가서 더 이상의 추가 부담은 주지 않았고 지금은 직업군인으로 경제적 독립을 했다.
남들은 아들 둘 잘 키워서 좋은 대학 보냈다고 하는데 둘이 재수하면서 들어간 돈이 얼마인지 모르고 하는
소리다. 결과가 좋았으니 다행이고 만족하지만..
이제 큰 아들이 졸업하고 자격시험 합격(취업)을 하면 뒷바라지를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결혼이 또
남았네.. 아들 둘 결혼시키려면 얼마가 있어야 하나? 정말 끝이 없다. 이래서 자식은 전생에 빚쟁이라고 하는 건가?
“낀 세대”
기성세대와 신세대 사이에 있는 세대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노부모 봉양에다 자녀 세대까지 부양하게 된 낀 세대, 중장년층만 이래저래 허리가 휜다는 소리가 많다. 현재의 50대 중반 60년대에 태어난 세대….
딱 지금의 내 모습이다.
부모님은 50대 초반에 첫 손주를 보셨다. 2남 3녀를 두셨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대를 살아오셨다.
그 고생하심을 오 남매는 잘 알고 있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집안의 장남인 큰 오빠는 학업을 포기하고 일찍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엄마는 평생을 그것 때문에 미안해하셨고 지금도 아쉬워하시고 큰 오빠의 희생 덕분으로 동생들은 대학을 졸업했고 각자의 몫을 하며 살고 있다.)
아버지는 지방의 말단 공무원으로 60살에 정년퇴직을 하셨다. 그 후 아파트 경비원을 짧게 하셨고 그 후로는 손주들을 돌봐주며 용돈을 받아 생활을 하셨다. 아흔을 바라보는 연세가 되셨으니 그 세월이 벌써 30년이 가까이 되었다. 첫 손주부터 끝 손주까지 부모님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아이들은 10명 중에 단 두 명뿐이다.
집으로 데려가시기도 하셨고 때로는 자식들의 집에서 생활하시면서 손주들을 돌봐 주셨다. 그 대가로 용돈을 받아 생활비로 쓰셨다. 그런데 돌봐줘야 할 어린 손주들이 없어지니 생활비가 문제였다. 노후준비는 살고 있는 작은 빌라 한 채가 전부였고 노후준비라고 따로 해 둔 것도 없었다.
그때부터 자식들이 매달 얼마씩의 생활비를 드리는 것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오 남매가 얼마씩 드리는 돈과 약간의 노령연금으로 생활하시는데 지낼 만하다고 하신다. 자식들이 엄청난
부자들은 아니라도 그럭저럭 밥 먹고 살고 아직 직장이 있으니 매달 몇십만 원의 생활비를 지원해 드릴 수 있는 것이다. 그것도 오 남매가 되니 가능한 일이고 요즘처럼 형제자매가 한 두 명이면 어려운 일이다.
한 달에 고정적으로 일정액의 돈을 부모님께 드리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때로 병원을 가시거나 목돈이 필요하게 되면 자식들이 얼마씩 나눠서 또 부담할 수밖에 없다.
자식들도 이제 50대에서 60을 바라보는 나이에 정년은 다가오고 노후 준비도 해야 하고 자식들 뒷바라지도 남았는데 걱정이다. 그나마 지금은 직장을 다니고 있으니 부모 봉양에 자식 뒷바라지를 할 수 있지만 퇴직을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솔직한 마음으로 그 부담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도 있었다.
부부의 노후준비만으로도 한 짐인데 부모님에, 또 자식들까지….
부모님처럼 되지 않으려면 우리 노후는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오래전부터 다짐했었고 준비를 해왔다.
"엄마 아빠 노후는 걱정하지 마. 너희들한테 부담 안 줄 정도로 준비해놨으니까.
엄마 아빠에게 뭔가 기대할 생각도 하지 마. 딱 이 정도(아들들에게 제시한 일정액)만 지원해 줄 생각이야.
대학교까지 보내고 스스로 취업할 정도로 지원해줬으니 그다음은 스스로 벌어서 살 생각을 해.
너희들 인생이고 엄마 아빠가 돈 벌 시간보다 너희들이 돈 벌 시간이 훨씬 많이 남아있으니까..
( 큰아들은 알겠다고 하는데 작은아들 녀석은 툴툴댄다. )
“요즘 살기가 얼마나 힘든데…. 쥐꼬리 만한 월급 받아서 언제 집 사고 결혼하고 애 낳고 사냐고…. 엄마
너무 한 거 아니야?”
은행 이자가 10% 가까이 되었던 엄마 아빠 살던 시대랑은 다른데 그게 말이 되냐고? “
”그건 너희들 사정이고…. 엄마 아빠 살던 시대에도 재테크 잘한 사람은 부자로 살고 돈 귀한 줄 모르고
마구 쓰던 사람은 궁핍하게 살았어. 지금도 마찬가지야. 살기 어렵다지만 열심히 일하고 절약해서
재산을 불린 사람도 많아. 그건 핑계일 뿐이야.
자신의 수준에 맞게 절약하고 사는 방법밖에 없어. 경제공부는 필수로 하고..
아들들에게 30년 가까운 결혼 생활하면서 축적했던 재테크 방식과 경험을 두 편의 편지로 정리해서 남겨주었다.
아들들아!
엄마 아빠는 낀 세대로 너희들 뒷바라지하고 부모님 부양하면서 살고 있다.
그것이 힘들고 부담될 때도 있다. 그렇다고 회피할 수는 없는 일이니 낀 세대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너희들에게는 엄마 아빠 부양해야 하는 현실은 물려주지 않으마.
대신 너희들도 우리에게 무엇을 바라지는 않기 바란다. 자신의 인생이니 그 주인공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살다가 엄마 아빠가 이 세상을 떠난 후에 조금이라도 남은 재산이 있으면 그것은 너희들의 몫으로 알고
감사히 받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