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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호 Jul 30. 2018

타인의 애인을 사랑하는 여자

희극과 비극의 경계에서



자신이 좋아하게 된 사람에게 애인이 있을 때, 어떤 것도 할 수 없고 시작조차 하지 못 한다는 마음은 달갑지 못 함을 넘어 절망까지 다다르기도 한다. 보편적인 도덕적 시각으로는 애인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관계에 충실함을 요구받는다. 보편타당하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애인이 있는 사람이 다른 이성에게 관심을 넘어 다른 사랑을 하려 시도할 때 얼마나 많은 타자들이 그 사람을 고운 시선으로 볼지 생각해 보면 답은 어느 정도 나와 있다. 애인이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떨까, 애인이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게 죄는 아니다, 도덕적으로 사실 큰문제도 없다, 그저 좋아한다는데 누가 뭐라 할 것인가. 그저 운이 없다거나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도덕적 또는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사회적, 암묵적 규칙으로만은 돌아가지 않는다. 사람들이 헤어지고 다른 이와 사랑을 새롭게 시작하는 일이 어디 하루이틀이고 한 두번 벌어지는 일이던가. 그렇지만 이런 일이 자신의 문제가 되었을 때는 약간의 고민 보다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권선징악이 낮은 확률로 일어나고 선과 악의 경계가 애매모호 한 경우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 아닐까 한다. 같은 일이라 할 지라도 똑같은 상황을 동시에 겪는다 할지라도 누군가에게는 비극이요 누군가에게는 희극이 될 수 있다. 현실이라는 극 속에서 악역을 맡게 될지 선역을 맡게 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보통은 본인이 극 중 악역이라는 생각은 잘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악역이라 할 지라도 극의 주인공이 될 수 있고 극의 끝에선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끝나는 역이 될 수도 있다. 현실은 모순투성이이며 대부분의 일들이 한 마디로 딱 잘라 어떤 것이 옳다 아니다라고 이야기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애인이 있는 이성을 사랑한 사람이 죄를 지었다고 말 할 수 없듯이 애인이 아닌 다른 이성을 사랑한다고 해서 죄라고 단정지어 말 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같은 이야기를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극으로 만들어 보자. 어느 쪽이 비극이고 희극이 될지 그리고 누가 악역이고 선역이 될지는 명확하지 않다. 


한 남자가 있다. 1년을 사귄 여자친구가 있다. 하지만 어느 날 새로운 여자가 자신의 마음에 들어왔다. 현재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와의 관계는 처음같지 않다. 애초에 이 여자친구와 진정한 사랑을 했는지 조차 의심스럽다. 관계는 편한하고 부담이 없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여자친구가 고맙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 자리에 있는 여자친구에게 언제나 돌아가야 하는, 그리고 그 옆에 서 있어야 하는 자신의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그러 던 중 나타난 이 새로운 여자에게 색다른, 지금의 여자친구와 느꼈던 감정이 싹텄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떨리고 손을 잡고 함께 돌담길을 거닐고 싶기도 하다. 함께 이야기하면 즐겁고 심지어는 여자친구와 이야기를 할 때도 생각이 난다. 하지만 자신의 옆에서 함께 해주고 있는 여자친구를 아프게 하고 싶지는 않다. 어느 쪽을 더 사랑하냐는 질문에 지금의 여자친구라고 망설이지 않고 대답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착하고 언제나 자기 편이 되어 준 그리고 사랑의 밀어를 나눈 여자친구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진 않다. 다만 지금 눈 앞에 보이는 다른 여자와의 미래가 궁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남자는 고민에 빠진다. 자신을 믿어주고 사랑한다 말하는 여자친구와 그런 여자친구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 같으면서도 의무적으로 행동하는 자신의 모습에 괴리를 느낀다. 고마움인 것인지 사랑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다. 아니 순수한 의무감으로 자신의 마음을 누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 새로운 여자가 생겼다고 말하고 여자친구에게 말한다면 여자친구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상상도 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지금 봄바람 처럼 마음을 어지럽히는 현실이 흘러 갈 것인지 아니면 안주하지 못 하고 현재의 자리를 떠나게 될 것인지 장담 할 수 없다.          



근래에 들어 남자친구의 태도가 이상해졌다. 함께 한지 1년이 되어 예전같은 설렘은 없지만 그래도 지난 시간동안 함께 한 남자친구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다. 다른 연인들처럼 남자친구에게 불만도 있고 가끔은 무딘 감정으로 의무적인 만남을 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여전히 남자친구와 있는게 좋다고 생각은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남자친구의 모습에서 약간의 변화가 느껴졌다. 시간이 흘러 변한것도 있겠지만 어딘가 대하는 모습이 어색하다, 심지어는 생판 남같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남자친구의 성격 상 바람을 피지는 않을 것이지만 조금은 불안한 기분이 들고는 한다. 설마가 사실이 되는건 아닐까 하고 약간의 막연한 두려움도 생긴다. 남자친구와 결혼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명확한 미래로 설정을 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관계를 끝내고 싶지도 않다. 무뎌진 감정이지만 여전히 남자친구를 좋아하고 옆에서 함께 하고 싶고 남자친구도 그런 마음이기를 바란다. 다른 여자가 생겨 떠난다는 상상은 상상만으로도 괴롭지만 남자친구를 믿기에 그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남자친구가 바람둥이 기질이 심하게 있었다면 이렇게 긴 관계를 유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른 남자들이 눈에 들어 올 때도 있고 다른 연인들의 행복한 모습에 부럽기도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 큰 불만이 있다거나 하지도 않다. 오늘도 내일도 싸우고 화해하고 애정어린 말투로 대화를 나누고 평소와 같이 서로의 따뜻한 손잡고 거리를 거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말 만약의 경우 남자친구에게 더 좋아하고 사랑하는 여자가 생긴다면 그것만큼 배신감이 드는 것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더 이상 사랑이 생기지 않는다는 남자를 붙잡고 있어야 할지도 의문이다. 배신을 당한 쪽이 더 불행한 것인지 아님 사랑이 없는 사람을 억지로 곁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 불행인지는 정확히 단정 지을 수 없을 듯 하다.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다. 처음에는 아무 감정이 가지 않는 그저 남자였을 뿐이다. 하지만, 그 언제나 하지만이 쫓아온다. 어느 순간부터 이 이성이 남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가슴이 뛰기 시작했고 얼굴에 홍조가 들기 시작했다. 함께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였기에 그저 지나갈 남자라고 생각했다. 애인이 있는 남자를 좋아하게 된거야 어쩔 수 없다 해도 이 남자를 다른 여자와 헤어지게 한 후 자신의 남자로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자라나는 감정이 이 배제했던 욕심을 현실화 시키고 만들게 한다.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남자에게 다가가고 싶고 자신의 감정도 마음 것 보여주고 싶다. 자신의 감정에 남자가 진심으로 반응해 줬으면 한다. 심지어는 그 여자친구보다 자신을 더 사랑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품게 되는 경우도 있다. 결혼을 한 남자도 아니고 아직은 젊고 젊은 나이에 너무 고리타분하고 꽉 막히게 생각해 행복과 사랑을 놓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이별을 하고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 아닌가. 아이를 두고 이혼도 하고 TV에서는 연예인들이 바람을 피다 헤어졌다 이혼을 했다 하는 이야기도 자주 들린다. 그런 일들이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일어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보통 다 비슷한 사랑을 하고 비슷한 일을 겪으며 이별도 하고 새로운 사랑도 시작하는게 아니던가. 도덕적인 관념에 사로잡혀 이별을 하지 못 하고 진정한 사랑을 찾지 못 하는 것만큼 불행한 것이 또 있겠는가 싶기도 하다. 만약 이 남자가 이별을 하고 다가와만 준다면 그 보다 더 행복한 일이 있을까도 싶다. 사랑이 가질 수 없는 어떤 것에 대한 욕심과 욕망으로 변한 것이라기 보단 진정한 사랑을 얻고 싶다는 바람이 더 적절한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남자는 자신의 상황에 만족하고 자신과의 관계는 전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끼는데 괜히 혼자 들떠 있는게 아니었으면 한다는 바람도 언제나 가져 본다.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리고 현실의 상황에 따라 악역이 될 수도 선역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어떤 극을 써나갈지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떤 역을 맡을지는 본인이 결정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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