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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영화 속 인생
By 호송송 시네마 . Aug 14. 2016

당신은 패전처리 투수인가요?

슈퍼스타 감사용과 페이스메이커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회사에 입사하여 회사원이 되는 걸 목표로 학업에 매진하고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는 그 조직 속에서 임원으로 성장하기를 꿈꿉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회사에서 인정받고 승진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역 피라미드 구조의 기업 조직에서 성공은 일부의 몫일뿐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년과장이나 차장으로 정년을 마치게 됩니다. 


성공을 위해선 노력은 필수이고 실력도 있어야 하지만 운도 따라줘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내정치라고 불리는 인간관계입니다. 때로는 자존심을 구겨가며 상사의 비위를 맞춰야 되기도 하고 때론 다른 사람을 밟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적당히 이기적이어야 하고 적당히 타인을 배려해며 좋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남겨야 될 때도 있습니다. 그런 인간관계는 학연 혹은 지연을 통해 얻어지거나 이해관계를 통해 만들어집니다. 노력을 통해 실력을 쌓았지만 사내정치를 잘 못하거나 인맥이 없는 사람들은 조직에서 패전처리 투수가 되거나 밀어주는 사람의 뒤를 받쳐주는 페이스메이커가 됩니다. 오늘은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 두 편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패전처리 투수 - 슈퍼스타 감사용

김종현 감독의 2004년 작품인 '슈퍼스타 감사용'에서 주인공인 감사용은 야구를 사랑하는 아마추어 사회 야구인 소속의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매일 저녁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꿈을 꾸며 행복함을 느끼는 그에게 프로야구 선수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옵니다. 다니던 직장에 프로야구팀이 생기고 그 팀에서 공개 선수 선발 오디션을 하게 된 것입니다. 감사용은 몰래 회사를 빠져나가 선발 테스트를 보게 되고 좌완투수가 없다는 이유로 프로야구 선수가 됩니다. 그렇게 그의 꿈은 이뤄지는 듯했습니다. 


프로야구 선수가 된 기쁨은 잠시 뿐, 그는 경기에 뛸 수 없었습니다. 선발 로테이션은 제대로 된 선발을 거쳐 야구 선수로 성장해 온 사람들의 몫이었고 그는 팀원으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프로야구선수가 된 감사용은 매일 그렇게 선발 출전만을 고대하는 선수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벤치에 앉아있던 그에게 출전하라는 감독의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경기는 이미 끝난 경기였고 감사용의 등판으로 승패가 바뀌지 않는 '패전처리' 역할이 주어진 것이었습니다. 이미 끝난 경기이기에 아무도 노력하지 않고 관중도 자리를 뜨며 TV 중계도 마무리되어 어느 누구의 기억 속에도 남지 않는 그런 역할이 그의 몫이 되었습니다.


패전처리 역할은 누군가 할 수밖에 없는 역할입니다. 절대 빛을 발할 수 없는 역할이지만 경기의 일부분이고 그 역할을 하는 사람들도 주어진일을 성실히 수행해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선발이 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채 제대로 된 선수가 아니라는 이유로 하기 싫은 역할만을 맡기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요? 우리 사회에는 많은 비정규직들이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면서 같은 조직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다른 임금을 받거나 복지에 대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성실히 노력해서 그 분야에서 실력을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시작한 출신으로 인해 구분 지어지고 패전처리의 역할만을 맡게 되는 그런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일상에서 묵묵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재조명받을 수 있을까요. 


이런 현실 속에서 감사용은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의 자리에서 계속 노력했고 누구보다 더 도전적으로 경기에 임했습니다. 결국 그의 선발은 누구도 던지기 싫어하는 OB 박철순 선수의 20승이 될 수 있는 경기가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피하는 그 경기를 스스로 자원하여 나선 것입니다. 현실에서 물론 이런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는 않습니다. 찾아온다 하더라도 쉽게 그 역할을 맡겠다는 말을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 좌절하다 보면 꿈도 희망도 사라질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감사용은 그 두려움을 극복해 냈고 슈퍼스타가 되어 경기장 가득 울려 퍼지는 자신의 이름을 듣게 되었습니다. 노력하고 준비했기에 기회를 얻어내고 증명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누구를 위해 달리고 있나요? - 페이스메이커

'페이스메이커'란 마라톤이나 수영과 같은 경기에서 우승후보의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투입된 선수를 뜻합니다. 42.195km를 달리는 도중 일어날 수 있는 상대 선수들의 방해와 오버페이스 등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 구간까지의 페이스를 조절해주는 도우미의 역할을 하는 선수이며 끝까지 완주할 수 없는 선수들입니다. 김달중 감독의 2012년 작품인 페이스메이커에서 주인공인 주만호는 평생 남을 위해 달려온 마라톤 선수입니다. 어릴 적 배고프던 시절 동생에게 맛있는 라면을 먹여주기 위해 육상경기에 나간 것을 시작으로 평생 동생의 뒷바라지를 위해 다른 사람의 페이스메이커로서 뛰어온 그는 아무런 명예도 성공도 하지 못한 채 치킨 배달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그에게 다시 한 번 올림픽 유망주의 페이스메이커가 되지 않겠냐는 제안이 들어옵니다.

주만호의 친구들과 가족들은 모두 그를 만류합니다. 평생 남을 위해 이용만 당하고 그렇게 해서 남은 것이 무엇이냐고 그에게 묻습니다. 감독은 그의 다리가 고장 난 것도 숨기고 다시는 뛰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 그를 다시 한 번 이용합니다. 페이스 메이커는 누구보다 노련해야 하고 경기의 흐름을 잘 읽어야 합니다. 절대 페이스를 잃어버리지 않는 강한 정신력과 성실함이 필수입니다. 팀의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한 역할이지만 경기가 끝나고 나면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우승을 한 사람만 기억할 뿐 팀 스포츠가 아니라고 생각되는 마라톤에서 조력자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습니다. 


마라톤 대표팀이 주만호를 이용해서 한 선수를 금메달리스트로 만들려는 것은 어쩌면 성과만 바라는 사람들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올림픽에 나가는 3명의 선수가 5등, 8등, 20등을 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금메달을 따지 않으면 그 종목은 그 올림픽에서 실패한 종목이 되며, 감독과 그 선수들은 영원히 사람들에게 잊혀버리게 됩니다. 사회는 어떤가요? 조직원 모두가 성실히 일해서 적당한 성적을 거둔다고 해서 임원으로 성장하는 사람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특출난 누군가가 성과를 내고 빛을 내었을 때, 그 성과를 기반으로 '광을 팔아서' 승진을 이루어내고 그렇게 승진한 사람은 특출난 누군가를 또 자기의 사람으로 만들어 '라인'을 만들어냅니다. 그렇게 자신들의 기반을 공고히 합니다.


그 특출난 사람을 선택하는 기준은 '성실성과 능력'이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원리원칙을 지키고 조직의 성장을 우선으로 하는 사람들은 라인을 만들려 하지 않습니다. 합리적인 방법이 아니면 지시에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연이나 지연 등을 통해 알게 된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금메달 후보로 내세웁니다. 그렇게 한 사람에게 성과를 몰아주는 방식은 필연적으로 문제가 따릅니다. 구조적 성장이 아닌 특정 성과에 대한 부풀리기는 시간이 지나면 폭탄이 되어 돌아옵니다. 대부분  폭탄에 대한 뒤처리는 폭탄을 만들어낸 사람이 아닌 조직에서 가장 성실하며 일을 잘 알고 주어진 역할에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집니다. 바로 '페이스메이커'들입니다. 


누구보다 성실히 조직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제 몫을 다해온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서 바보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30km 지점까지 밖에 뛸 수 없는 주만호는 자신의 인생에서 12.195km만큼 놓치고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남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서 뛰게 됩니다. 우리는 지금 누구를 위해서 뛰고 있는 것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특정 사람들의 이기적인 성공을 위해 뛰고 있는지 모릅니다.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용해 자신의 영달을 이루어내려는 사람들이 많은 우리 사회에서 자신을 지키고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직 한 가지 성공이 있을 뿐이다. 바로 자기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느냐이다.
-크리스토퍼 몰리-


개인의 힘으로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삶은 영화가 아니기에 대부분의 페이스메이커들은 결국 영광을 맛보지 못하고 페이스메이커로서 인생을 끝낼 것입니다. 하지만 그릇된 사회의 규율에 맞춰 나 자신을 포기하는 것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일지 모릅니다. 왜 그렇게 바보처럼 우직하게 사냐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굳이 나를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요? 어릴 적에는 성공이 가장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나의 가치관을 지키고 사는 게 가장 어려운 것이라 생각됩니다. 오늘도 자신의 분야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해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페이스메이커들에게 박수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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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한살의 직장인
평범한 일상에 이름을 붙이고 
삶을 축제로 만들기 위해 영화 제작, 밴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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