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신이 쑤셔요
임신 초기에는 입덧으로 힘들었고, 중기에 조기 진통으로 힘들었다. 퇴원 후 잠시동안의 평화로운 시기가 지나고 임신 후기에 들어서면서 아내는 부종으로 고생하기 시작했다. 왜 밤에 라면 먹은 것도 아닌데 몸이 부을까? 주차가 늘어가면서 바뀌는 건 몸이 무거워지고 움직이기가 불편해지는 것뿐만 아니다. 몸의 혈액량이 50%는 많아지면서 몸속 수분이 많아지고, 무거워지는 몸이 다리에서 심장으로 가는 하대정맥을 누르면서 혈액순환을 어렵게 한다. 이로 인해 몸이 붓기 시작한다. 몸이 붓는 증상은 85%의 임산부가 경험하는 흔한 증상이라고 한다.
아내는 며칠 전부터 부종으로 손가락 마디마디와 손목에 통증이 있다고 했다. 요즘처럼 비가 와서 산책을 못한 날이면 혈액순환이 더 힘들어서 그런지 심해지는 것 같은데, 다행히 마사지를 해주거나 따뜻한 물에 손을 담그고 있으면 빠르게 좋아지기는 한다. 부기 빼는데 좋다는 루이보스, 호박차를 마시고 가능한 많이 움직여서 혈액순환을 돕는다. 잠을 자는 동안에는 혈액순환이 느려지면서 별 수 없이 통증이 심해지는 것 같은데, 잠결에 손가락이 이불에 걸리기라도 하면 손마디 통증으로 잠이 깨어버리니 잠들기가 힘들다고 한다. 출산 후에 사용하려고 미리 사두었던 손목 보호대를 쓰기 시작했다. 손목은 통증이 가라앉는다고 한다. 부종은 출산 이후까지 계속된다고 하니, 지금부터 나는 마사지사가 되기로 한다.
몸이 무거워지고 힘든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배에 손을 대고서 태동을 느끼며 쫑알이의 모습을 상상한다. 쫑알이는 이제 사람이 다 된 것 같다. '이건 발차기구만. 이건 엉덩이 같은데' 하고 태동에 집중한다. 이내 사람 모양을 한 형태가 그려진다. 아내 말로는 다른 때보다 우리가 얘기하고 있을 때 잘 움직인다고 한다. (혹시 알아듣는 거니?) 몸을 뒤척이면서 자세를 바꾸면 이렇게나 움직여도 되는 건가 싶다. '오오오'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잘 움직일 때는 발차기에 맞춰서 여기 너의 부모가 있다고 알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배를 살짝씩 눌러주기도 하고 톡톡톡 치면서 모스부호를 보내보기도 한다. 지금쯤이면 소리도 구별하고 기억도 할 텐데. 세상을 어떻게 느낄지 궁금하다.
어제는 쫑알이가 처음으로 딸꾹질을 했다. 일정한 간격으로 툭툭툭하고 태동이 느껴져서 뭐가 잘못된 건지 깜짝 놀랐는데, 찾아보니 태아는 딸꾹질을 하기도 한단다. 뭔가 불편한 일이 있어서 똑같은 부위를 계속 차는 건가 싶었는데. 이게 딸꾹질이었다니 놀랍다. 그리고 그걸 바로 알아채다니 아내가 엄마가 되어 가는 것 같다. 태아의 딸꾹질은 양수를 들이마시고 내쉬며 폐·횡격막을 단련하는 과정인데 숨쉬기를 연습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한다. 따라서 나처럼 놀랄 필요는 없다.
임신 중기까지의 입덧과 조기진통이 태아와 산모 간의 내적 갈등이라고 한다면, 임신 후기의 힘듦은 물리적이다. 태아가 바깥에서 나올 준비를 위해 더 몸이 커져야 한다. 혈액도 더 필요하고 숨 쉴 연습을 할 양수도 많아져야 하고, 이래저래 필요한 것들이 있다. 바깥으로 나올 준비를 하는 태아를 뒷바라지하기 위해 엄마는 고생이다. 쫑알이는 1.5kg인데 몸무게는 10kg이 넘게 늘었으니. 대체 뭐가 이렇게 많이 필요한 건지. 아내는 그걸 이고 지느라 오늘도 삭신이 쑤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