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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 끝 햇살 Jul 23. 2020

엄마 석사논문 쓸 동안 방치된 아이

육아에세이

 작은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석사논문을 썼습니다. 논문이라는 게 원래 그런 건지 진도는 안 나가고 마음만 쓰이고 스트레스만 받았습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박사학위는 돈 있고, 시간 있는 사람이 오다가다 줍는 건 줄 알았습니다. 꼴랑 석사 논문 하나 쓰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어찌나 크던지, 박사 논문을 써서 학위를 받은 박사들은 세상의 모든 존경을 다 받아도 모자란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아이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편지를 받았습니다. 아이가 추워졌는데도 양말도 안 신고 머리는 산발을 한 채 학교에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논문 막바지라 거의 매일 학교에 갔는데 경기도 원당에서 성북구에 있는 학교까지 가려면 아이들이 깨기 전에 집을 나서야 했습니다. 아이들 아빠가 당시에 챙긴다고 챙겼지만 가끔 놓치는 날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담임선생님의 편지에는 양말도 못 신고 빗지 않은 머리를 하고 등교한 아이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프고, 아이가 이러고 학교에 오는 것을 엄마가 모르고 있을 것 같아 알려주노라고 하면서 엄마가 바쁜 것은 알겠지만 그러다가 다른 아이들의 손가락질을 받을까 걱정이 된다고 쓰여있었습니다.

 맨발에 실내화를 신고서 발이 시렸을 아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지만 아이를 다그치는 것도, 부부싸움을 하는 것도, 논문을 때려치우는 것도 해법은 아니었습니다. 아이에게 물어봤지만 자신의 복장 때문에 친구들이 자기를 멀리한다는 느낌은 못 받은 것 같았습니다. 만일 친구들이 손가락질을 한다고 느꼈더라도 손가락질을 안 받기 위해 머리를 빗고 가는 것만이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선생님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아이가 그러고 학교에 가는 줄은 몰랐습니다. 쌀쌀한 날씨에 양말도 안 신고 머리도 안 빗고 학교에 갔다니 제 마음이 아픕니다. 제가 마지막 논문학기라 정신이 없습니다. 아이 키우면서 대학원에 다니는 것이 생각보다 많이 힘드네요. 이제 논문 완성까지 두 달 남짓 남았습니다. 저도 아이에게 신경을 좀 더 쓰겠지만 아이가 머리를 빗지 않고 양말도 신지 않은 채로 학교에 오더라도 다른 아이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지 않도록 선생님께서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으로부터 답장을 받았는데, 엄마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은 채 그런 편지를 쓴 게 생각이 짧았다고 하면서 아이가 이런 일로 상처 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고마웠습니다. 출산휴가를 마치자마자 복직해서 5월 체육대회에 보여줄 율동을 지도하느라 매일 방과 후에 2학년 전체를 운동장에 모아놓고 얼굴이 새까매지도록 구령을 하시던 분입니다. 지난 글에도 썼지만 2학년 아이들에게 매일 일기를 공책 한 바닥씩 써오라고 숙제를 내주면서 지금 당장의 어려움을 극복하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열정으로 아이들을 교육하시던 분입니다. 삶의 열정과 목표지향성으로 충만한 선생님이 보기에 이런 엄마가 얼마나 어이없고 뻔뻔해 보였을까요? 그래도 이해해 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나는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산발을 하고 양말을 신지 않은 채 학교에 가는 것이 다른 아이들의 손가락질을 받거나 따돌림을 당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 생각이 그래서인지 아이도 자신의 복장 때문에 위축되지 않았습니다. 중학교 때에도(지금은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세상에 꼴찌도 대학에 가더라고요.) 교복에 뭘 묻혀와 빨아도 지워지지 않는 교복을 입고 다녔습니다. 깔끔한 엄마였다면 매일 잔소리를 달고 살았을지 모르지만 ‘교복이 더러우면 애들이 싫어하니까 깨끗하게 다녀라’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뭐라고 할 수도 없는 게 제 언니와 같은 중학교에 배정되었길래 언니 교복을 물려 입으라고 제가 꼬드겨서 언니 교복을 3년 더 입었습니다. 교복을 6년이나 입었으니 더러운 건 당연한 일이지요. 아이는 더러운 교복을 입고 한 덩치 하는 몸매에 성적이 바닥을 치면서도 친구들을 잘 사귀면서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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