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기르고 있는가?
1편에서 나는 이 시대를
디지털 농경시대로 정의했다.
AI의 등장과 기술 경쟁으로
인간이 하던 많은 일들이 빠르게 대체되고 있고,
앞으로 인간이 오직 '노동'만으로 생존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보아야 한다.
정보화 사회를 거치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깊든 얕든
수많은 정보를 접하게 되었다.
그 정보를 활용해 이득을 얻은 사람도 있었고,
그저 스쳐 지나가게 둔 사람도 있었다.
정보화 시대는 분명 수렵의 시대였다.
정보는 사냥감이었고,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발견한 사람이
대부분의 보상을 가져갈 수 있었다.
누구보다 먼저 해외에 나가 물건을 들여오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들에 선제적으로 접근해
급격한 가치 상승의 열매를 얻는 일이 가능했다.
그 시기에는
'노력'보다 '속도'가,
'실력'보다 '기회'가,
'지속'보다 '운'이 더 중요했다.
그래서 한동안
노력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무시되었다.
하지만 이제 사회는
분명히 다른 국면으로 넘어오고 있다.
속도와 기회가 지배하던 수렵의 시대를 지나,
축적과 시간, 인내와 절제가
삶의 질을 결정하는 농경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농사를 짓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시대의 디지털 씨앗은 무엇일까?
가장 직관적인 씨앗은 역시 돈이다.
투자에서 종잣돈을 '씨드(seed)'라 부르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 함께 재배해야 할 씨앗은 훨씬 복합적이다.
자신만의 히스토리 데이터
쉽게 무너지지 않는 신뢰
시간을 견뎌낸 철학이 담긴 브랜드
알고리즘과 흐름을 읽는 분석력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는 신호 포착 능력
이 모든 것들이
이 시대에 함께 길러야 할 자산이다.
과거에는
해외에서 저렴하게 들여온 물건을
국내에 판매하는 것만으로도
빠르게 부를 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정보는 너무 흔해졌고,
소비자는 같은 상품에 금세 실증을 낸다.
그 방식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전략이 되기 어렵다.
이런 흐름 속에서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강의가 쏟아졌고,
'브랜딩'이라는 단어는 일상어가 되었다.
"나 오늘 브랜드 만들었어."
이 말은
이제 너무 쉽게 들린다.
하지만 누구도 알지 못하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만큼의
인지와 축적된 신뢰가 필요하다.
모두가 브랜딩을 외치는 이 시점에서,
과연 내가 만든 그것은 정말 브랜드일까?
아니면
잠시 팔기 위해 급히 포장된
이야기일 뿐일까?
소비자는 이미 충분히 똑똑해졌다.
겉만 번지르르한,
만들어진 히스토리에는
더 이상 쉽게 반응하지 않는다.
결국 필요한 것은
진정성, 사실 그리고 실력이 함께 담긴 이야기를
끊임없이 노출하고,
그 이야기를 신뢰하며
내 제품과 서비스를 애정하는 사람들이 나타날 때까지
버텨내는 시간이다.
이제는 씨앗을 세상에 뿌리고,
물을 주고, 싹을 틔우고,
잡초를 제거하며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수확한 열매 중 일부는 다시 씨앗으로 남기고,
일부는 취하며
나만의 농장을 키워가는 삶을 살아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나는 확신한다.
쉽게 얻을 수 있고,
빠르게 얻을 수 있는 대부분의 포지션은
앞으로 AI로 대체될 것이다.
이번 글에서의 마지막 질문은 이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어떤 씨앗을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어떤 씨앗을 기르는 농장을 만들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