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22일
어느새 전체 일정의 중반부.
어제는 롬복 남부를 탐험했으니, 오늘은 롬복 북부를 뒤져볼 차례.
롬복 북부는 린자니 산이 뒤덮고 있다. 해발 3,000미터 이상 솟은 린자니 산 2박 3일 트래킹 코스를 넣고 싶었지만 짧은 일정상 아쉽게도 폭포 트래킹으로 코스를 바꿔야 했다.
[롬복 북부]
섬 가장자리를 구불구불하게 돌아가는 해안 도로를 타고 북부 지방으로 올라간다.
북부 지방의 마을은 소박하고 간단하다. 해안선을 따라 도로가 있다. 도로 양 옆으로 집 한 채씩 이어져 있고, 왼쪽 옆으로는 백사장도 없는 망망대해가 바로 펼쳐지고, 오른쪽으로는 끝없는 야자 정글이다 빽빽하다.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밖을 쳐다보고 있으면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와 정글의 향연에 내가 CG 속에 있나 착각이 일 정도다.
[원숭이]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숲 속 원숭이들의 시선을 느끼며 땅콩 한 봉지를 사러 간다.
린자니 산 해발 700미터 높이까지 산길을 따라 구불구불 올라가다 보면 갑자기 원숭이 서식지가 나타난다. 이 길의 주인은 원래 원숭이여서, 길을 따라 운전하면 한참 동안 원숭이들을 만날 수 있다. 땅콩 봉지 소리가 부스럭거리면 숨어있던 원숭이들이 일제히 내려온다. 나를 향해 달려오지만 공격하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맴돌며 땅콩을 향한 사랑의 눈길을 보낸다. 땅콩을 들고 걸어가면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가 된 듯 원숭이 떼를 데리고 다닐 수 있다.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기는 느낌에 아래를 보면 세상 아련한 표정으로 땅콩을 바라보고 있는 볼에 하얀 털이 난 대장 원숭이가 내 바지 끝을 꼭 잡고 있다. 귀여워 죽을 것만 같다. 햄스터 마냥 볼에 한가득 씹지도 않은 땅콩을 넣어 놓고 보드라운 손으로 바짓가랑이를 잡으며 다른 한 손을 내민다. 땅콩으로 야바위 하며 원숭이와 놀았다. 왼손에 숨기면 찰떡같이 왼손을 툭툭 치며 달라고 한다. 그 손가락 마디마디 감촉이 너무 부드러워서 손을 잡고 놓지 않고 싶다. 엄마 품에 꼭 안겨있는 아기 원숭이는 호기심반 두려움 반이고, 엄마는 이미 안겨있는 아기 원숭이를 두 팔로 꼬리로 더욱 꼭 감싼다. 사람과 꼭 같다.
[폭포]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느낀 점이 몇 가지 있다. 그중에 하나는 멀리서 봤을 때 아름다운 것이 가까이 들어가도 아름답지 만은 않다는 것인데, 이런 경우는 그저 멀리서 바라봤을 때의 아름다움을 즐겨야 한다. 린자니 산 한참 위에 있는 폭포는 정말 아름다웠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를 통해 안개 같은 물방울이 솟아나고 무지개가 어른거린다. 멀리서만 바라볼 걸 그랬다.
폭포 아래로 가서 폭포수를 맞을 수 있는데, 폭포수를 맞는 것은 그냥 폭포가 나름 작은 폭포여서 가능하다. 큰 폭포는 그 아래 소용돌이가 몰아쳐서 혹여라도 아래까지 수영해 갔다가 영영 빠져나올 수 없을 수도 있어 접근조차 하지 못한다. 이 작은 폭포 줄기 밑으로 들어가면 머리에 구멍이 뚫릴 것만 같이 나를 다다다다다 쪼는데, 영화에나 나오는 폭포 맞으면서 기도하며 수련하는 장면은 진짜 대단한 거다.
폭포수 맞으면서 미친듯이 소리지르고 나면 그 시원함과 짜릿함과 더불어 머리 마사지에 ㅋㅋ 타이레놀이 아주 그냥 따로없다.
롬복을 떠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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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커버리 여름나라 원정대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여름나라 원정대 여행기입니다.
by 꾸꾸까까세계여행. 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