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을 수 없는
비좁은 화분 속 난패한 무궁화 한 송이
타들어 가는 열기 속에서도 자리를 지키니
검은 소복을 입은 사내가 손짓하며 인사한다
수많은 생채기보다 두려운 돌아오지 못할 동행
외면하려 할수록 사내는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감내하기 벅찬 기운마저 허공으로 날려버린다
지탱하던 양분은 숨죽인 채 눈치를 살피고
한 번 굽었던 줄기는 흙 위로 곤두박질치며
곪아 떨어진 잎은 한 줌의 재로 사라졌다
하나둘 간절하던 생을 놓아버리는 모습
무심코 사내의 손을 잡으려는 순간
소리 없이 꽃봉오리가 눈물을 흘린다
그는 애쓰며 피우려던 노력을 알기에
소실되는 한이 있더라도 손길을 뿌리쳐본다
놓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단단히 내린 뿌리
그 온기는 타오르는 열기보다도 뜨겁다
사진출처 - pex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