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일방통행의 뇌

by 브로카

우리가 어떤 미적인 대상을 보고 판단하는 신경의 경로는 일방통행이다.


최초의 시각 정보가 눈에 들어오면, 그 신호는 망막을 지나 시상을 거쳐 후두엽의 시각피질에 도달한다. 시각 피질에서는 형태, 색, 깊이 같은 기본 정보가 분해되고, 그 정보는 두정엽과 측두엽을 거치며 사물의구조와 의미를 직관적으로 해석한다. 그리고는 전두엽으로 보내져, 경험과 맥락, 사회적 요인이 통합되어 예쁘다 혹은 별로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하위 감각에서 상위 판단으로 정교한 신경작용이 일어난다.


하지만 인간의 뇌에는 반대 방향의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두엽에서 구상한 이미지를 시각피질로 되돌려 ‘눈으로 본 것처럼’ 재생하는 기능은 뇌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머릿속 떠올린 이미지가 예쁜지, 조화로운지 판단할 수 없다. 예쁠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바꾸면 좀 더 예쁠것 같지 않아요?"


클라이언트의 이런 의견은 사실 너무나 막연하다. 그렇게 바꿨을 때 더 예쁜지 아닌지 아무도 모른다. 다시 판단하기 위해서는 결국 이미지로 다시 표현해야한다. 생각 속 이미지를 외부로 꺼내 눈으로 다시 확인하고, 다시 판단을 해야한다.


"저는 봐도 잘 모르겠어요."


가끔 이런 반응을 하는 클라이언트도 있다. 이런 반응은 디자이너의 잘못일 가능성이 크다.

최소한


"뭔지 모르지만 멋있네요..."


라는 반응정도는 나와야 한다.

전두엽이 판단 할 수있는 경험과 지식이 없을 수 있지만 두정엽, 측두엽에서 판단하는 본능적 미감은 누구나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뇌의 일반통행은 시각피질로 하향하는 길만 없는 건 아니다.

운동피질로 하향하는 길도 없다. 전두엽은 ‘계획’을, 운동피질은 ‘좌표’를 담당한다.

개념의 언어와 근육의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전두엽의 생각을 손끝으로 그대로 옮기지 못한다.
머릿속의 생각을 그대로 표현할 수도 없다. 이것 역시 그리고 수정하고 또 그려서 판단하는 일방통행을 자꾸 반복해야 한다.


오랫동안

디자이너와 예술가들도 이 사실을 잘 몰랐다. 이유도 모른채 수없이 그리고, 지우고, 다시 그리는 훈련을 했다. 하향 회로가 없는 뇌의 구조를 경험과 손의 기억으로 보완해온 것이다. 손의 정교함을 체화하고 경험의 반복으로 작업 기억을 강제 주입하는 방식이다.


밥 로스 아저씨의 "참 쉽죠?"말도 안되는 질문인 것이다. 밥 아저씨가 알려주는 방법을 아무리 정확하게 이해한다하도 그 방법을 손으로 정확하게 지시 내리는 신경 경로는 인간에게 없다. 수백, 수천 번을 그려보고 판단해가며 손의 기억과 작업 기억, 의미 기억까지 연결시켜 패턴으로 연결시켜야 하는 복합적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인간의 뇌는 여전히 일방통행이다. 감각에서 판단으로 가는 길은 있지만, 판단에서 감각으로 되돌아오는 길은 없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함께 일하는 지금, 우리는 그 일방통행의 끝에 새로운 출구 하나를 만들어야 한다. 생각을 손으로 그리는 대신, 언어로 묘사할 수 있어야 한다. AI에게 무언가를 표현하게 하려면 우리는 머릿속의 이미지를 정확한 형태의 의미 단위로 변환해야 한다.


“예쁜 것 같아요”


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언어의 세밀한 구조가 감각의 회로를 대신하는 시대, 디자이너는 이제 언어를 다루는 공부가 필요한 시기이다. 어쩌면 우리는 인공지능이 잘 알아듣는 문법을 만들어는 공부를 다시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 언어의 정밀함이, 미의식의 새로운 방향 감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