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인간의 뇌를 닮은 기계,
인간을 비추는 거울

인공지능과 인간의 진화

by 브로카

인공지능의 역사는 인간의 뇌를 이해하려는 오랜 열망에서 출발했다. 1943년, 워런 맥컬록과 월터 피츠(Warren McCulloch & Walter Pitts)는 신경세포의 작동 원리를 수학적으로 모사한 인공 뉴런(Artificial Neuron) 모델을 제시했다. 뉴런이 전기 신호를 주고받듯,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 ANN)은 입력된 데이터를 학습하며 연결 강도를 조정했다. 인간의 사고를 흉내 내려는 시도가 처음으로 현실화된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수십 년, AI는 인간의 인지 구조를 닮아가며 진화했다. 기계는 점점 더 많이 보고, 더 정확히 예측하고, 더 빠르게 학습한다. 그러나 질문은 남는다. 이 모든 모방의 끝에, 기계는 정말 ‘생각’할 수 있는가? 오늘날의 딥러닝 알고리즘은 인간의 시각피질을 본뜬 합성곱 신경망(Convolutional Neural Network, CNN), 언어의 구조를 학습하는 트랜스포머(Transformer) 모델 등으로 구현된다. 이미지는 인식되고, 문장은 이해된다. 기계는 놀라운 속도로 지능의 외형을 완성해가고 있다.


그러나 그 유사성은 아직 표면에 머문다. 인간의 뇌에는 약 860억 개의 뉴런과 100조~1,000조 개의 시냅스가 존재한다(Azevedo et al., 2009). 이 방대한 연결망은 감각, 감정, 기억을 얽어 하나의 판단으로 통합한다. 반면 최신 AI 모델이 가진 인공 뉴런의 수는 약 1조 개의 파라미터(parameter) 수준(OpenAI Technical Report, 2024)이다. 수치적으로도 여전히 100배 이상의 간극이 존재한다. 물론 기술이 축척되면 더 많은 파라미터를 갖게 될지도 모른다. 근본적으로 AI의 회로는 확률을 선택하지만, 인간의 뇌는 확률로만 결정하지 않는다. 기계는 “무엇을 생각할까”를 계산하지만, “왜 생각하는가”를 묻지 않는다. 그 간극이 지능과 의식, 알고리즘과 마음을 가르는 선이다.




인간은 언제나 도구와 함께 진화해 왔다. 칼이 위험하다고 버리지 않았고, 불이 뜨겁다고 어둠을 택하지 않았다. 자동차가 사고를 내고, 스마트폰이 범죄에 활용되어도 우리는 여전히 그것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도구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그 편의와 가능성 안에 머무는 것이 인간의 방식이었다. AI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그 위험의 가능성이 존재함에도 우리는 그 잠재력에 이끌린다.


AI가 인간의 사상을 지배할 것이라는 두려움은 사실, 인간 자신 안의 욕망을 비추는 그림자일지 모른다. 우리는 늘 ‘지배하는 지능’을 꿈꿔왔다. 만약 인간이 AI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사고한다면, 그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지배하고자 하지 않을까? 히틀러가 그랬고, 사이비 종교의 교주들이 그랬다. 때로는 구원의 언어로, 때로는 진리의 이름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통제했다. AI를 향한 우리의 공포는, 어쩌면 그 악의적 지능의 기억을 떠올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공상과학 영화 속 AI의 폭주는 그래서 낯설지 않다. 그건 미지의 존재에 대한 상상이 아니라, 인간 자신에 대한 회상이다. 우리는 기술의 폭력이 아니라, 인간이 그 폭력을 정당화하는 능력을 두려워한다. 결국 인간은 완전한 독립보다 호혜적 동맹을 택해 살아온 종이다. 서로를 조절하고 협력하며 생존해 왔다. AI와의 관계도 그 연장선 위에 있을 것이다. 지배로 끝날지, 공진화로 이어질지는 우리 안의 본성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달려 있다.




AI는 인간의 뇌를 모방하며 태어났지만, 아직 인간 지능의 통합적 구조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인간의 지능은 감각 정보, 정서 반응, 기억 회로, 사회적 판단이 상호작용하는 다중 모듈 시스템이다. 전전두피질, 편도체, 해마, 대상피질 등이 끊임없이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환경 변화에 적응한다. 이 복잡한 기능은 사실 현재의 생존 환경에 맞추어 최적화되어 있다.


예컨대, 영장류에서 인류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직립 보행을 선택하고 나무 위 생활에서 초원 생활로 전환되자, 나뭇가지를 구분하고 균형을 잡는 데 유리했던 시각피질과 후방 연합피질의 일부 기능이 축소되거나 재배치되었다는 연구가 있다. 대신 나무를 타지 않고 걷게 되면서 생긴 손의 자유가 정교한 운동 피질과 제스처로 언어적 소통을 할 수 있는 언어 처리 회로를 발달시켰다. 인간의 지능은 고정된 구조가 아니라, 환경 변화에 따라 뇌 회로를 재구성하는 적응 메커니즘이었다.


물론 수백만 년간 진화해 온 과정을 인공지능이 단 수년만에 변화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AI의 발전은 인간에게 새로운 인식의 틀을 요구하고 있다. 기계의 학습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지능이란 무엇이며 사고의 주체는 어디에 있는가를 지속적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AI의 등장은 인간 지능의 종말이 아니라, 인간의 지능을 다시 바라보며 사유하게 만드는 진화의 다음 장이 될 것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모방으로 시작되었지만, 인간이 스스로의 인식을 확장하게 되도록 실험하는 인간의 거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