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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진 Jan 18. 2024

영국 최초의 AI직원 채용, 그 이후…

[그림1] 영국 최초로 등장한 AI직원, Avery Ingram. AI소프트웨어 개발자 직군으로는 전세계 최초의 (고용가능한) AI직원이다.

지난 2023년 5월, 영국에서는 최초로 공식적으로 고용 가능한 AI직원이 등장했다. AI소프트웨어 개발 직군으로는 세계 최초의 AI직원이었다. 그리고 6월부터 몇몇 기업들은 본격적으로 이 AI직원을 공식 채용하여 업무에 임하게 하였다. 이전에 AI로 만들어진 가수, 모델 등 여러 예술활동을 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회사 직원으로는 처음이었다. Avery를 채용하기 위해서는 공식적인 채용 과정(서류검토 및 인터뷰)를 거쳐야 하며, 최종 합격한 경우 입사 계약을 통해 기업이 직접 고용하는, 그리고 이에 따른 수당도 지급해야 하는 AI직원이 처음 등장한 것이다. Avery와의 고용계약에는 근로시간과 급여, 기타 업무조건 이외에 이직시 미리 통지해야 하는 통지기간(notice period)에 대한 내용도 담겨 있다. 


February라는 기술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개발한 Avery는 ChatGPT로 생성한 CV(이력서)와 [그림1]과 같은 이미지, 그리고 소셜 미디어 계정도 별도로 개설되었다. AI소프트웨어 개발 직군 직원으로서 Graze, Propello Cloud, Fabspot, Encode Health와 같은 기업의 시니어 레벨 full-stack 개발자로 공식적으로 채용되어 일하기 시작했으며, 고용 기업 규모와 상황, 그리고 Avery의 업무 역할을 감안하여 매달 약 £1,600 (약270만원) ~ £12,500 (약2,0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인간(human) 개발자가 비슷한 레벨의 프로그래밍 업무로 일하는 것보다 약 6.5배 가량 생산성이 높은 것, 그리고 실제 인간(human) 개발자가 받는 급여 수준과 비교하여 감안하면, Avery의 고용에 따른 인건비는 일반 인간(human) 개발자 대비 10%에 불과하다. 


그런데 약 반년 뒤, 2023년 말~2024년 초 Avery Ingram에 관한 내용은 영국 내 어디서도, 심지어 웹(Web)에서도 별다른 팔로우업 소식을 찾기 어렵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Avery Ingram의 위 내용을 다시 잘 살펴보면 Avery의 존재가 왜 시나브로 희미해지고 사라졌을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사실 Avery는 ‘AI직원’이라 명칭이 붙여졌을 뿐, AI소프트웨어 기술개발 프로그램을 계약을 통해 구매하여 사용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생성형 AI를 통해 CV(이력서)를 만들고, DALL.E로 이미지를 구현하고, 프로그램 구매 계약을 직원의 근로계약처럼 내용을 변경 구성했을 뿐, 본질은 기업에서 기술개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구매하여 사용하는 것과 비슷했던 것이다. 그렇다보니 영국에서도 ‘AI직원이라는 존재가 나타났다!’는 사실과 ‘AI직원의 생산성이 일반 사람의 수준보다 월등히 높다!’라는 평가에 잠시 매료되어 주목받다가, 그 실체를 인지하고 나서는 다시 잠잠해진 것이다. AI직원이지만 기존에 로봇, 챗봇,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등 이미 사람의 업무를 일정 부분 대신하고 있는 것에 대해 진짜 사람인 듯 외부 모습을 꾸민 것에 불과했던 것이다.


위 사례는 AI의 활용이라는 경계(boundary)가 모호한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포장하고 구성하느냐에 따라 내용의 본질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없이 그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고 혹하는 대중의 태도에 경종을 울린다.  



AI에 대한 영국정부의 가벼운 규제


AI관련 기술이 시시각각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영국 정부는 2024년 초 현재 ‘가벼운 규제’ 기조를 보이고 있다. 즉,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역효과에 대해 경계하기 위해 엄격한 규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지나친 규제로 기술 성장과 발전을 저해하는 것을 망설이는 태도이다. 특히 OpenAI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AI기술을 선제적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기업들에 대하여 자발적인 피해 방지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경우에 대한 처벌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기조는 현재 유럽연합(EU)이 지난 2023년 12월에 포괄적인 AI규제법을 통과시킴으로써 안면인식 기술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또한 LLM(대규모 언어모델)에 대한 기술도 규제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강경하게 선제 대처하는 상황과 대조된다.


영국정부는 오히려 기업이 AI를 사용하여 직장에서의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이 문건에는 LLM과 같은 도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민감한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법 등 AI를 활용하되 리스크를 줄이고 이점을 강화하는 측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AI는 HR분야도 대체할까


한 때, AI가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면서, 각종 연구에서는 어떤 직업군이 어느 정도의 가능성으로 AI에 의해 대체될 것인지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곤 했다. 특히 ChatGPT로 대변되는 생성형AI의 등장은 고숙련 화이트 칼라(white collar)직업군에 대해서도 위협을 가져오고 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다루는 직종 뿐만 아니라 이미지를 창의적으로 그려내는 직업, 교육, 법률, 의료, 마케팅 분야를 구분할 것 없이 AI에 의해 급변하는 상황에서 자유로운 분야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HR 역시 예외는 아니다. 특히 단순 반복적인 작업과 대량의 시간을 소모해야 하는 프로세스를 AI를 통해 자동화하는 시도는 이미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HR에서는 특히 다음의 다섯 가지 분야에서 AI의 활용이 일반화되고, 또 점차 확대되고 있다.


1) 이력서 서류 심사 – 이미 다량의 입사지원 서류를 받는 기업들은 서류전형 과정을 자동화 함으로써 기존에 사람이 하나하나 살피며 판단해야 했던 과정을 대폭 줄여버렸다. 특히 기존 직원들 중 성과를 잘 내는 유형이나 혹은 특정한 직무에 해당하는 지원자가 가져야 할 필요 스킬 등을 필터링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적합성 가중치를 차별화 함으로써 자동적으로 순위에 따라 구분될 수 있게 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인 유니레버의 경우 기존에 평균 4개월 정도 걸렸던 평균 채용 소요시간을 AI를 활용하여 4주로 단축하는 한편, 서류 검토에 걸렸던 시간은 75% 이상 단축한 사례가 있다. 이와 같이 다량의 입사 지원 서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AI는 그 몫을 분명히 하고 있다.


2) 직원 설문조사 – AI챗봇을 활용한 직원 설문조사 역시 이미 여러 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기존에 HR 직원들이 의도에 맞추어 설문을 기획/작성하고, 이를 수동으로 배포하여 의견을 취합하고, 별도로 분석하여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과정이 일반적인 수순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프로세스는 이미 거의 원스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AI챗봇을 통해 직원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행하는 것은 설문 배포와 답변을 취합하는 과정 이후, 분석에 따른 인사이트와 이에 걸맞은 액션플랜을 제시하는 것까지 24시간 이내의 프로세스로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절감된 시간과 지속적으로 취합된 설문조사 결과 데이터 자료는 직원 개인에 대한 맞춤형 그리고 직원경험(employee experience)을 증강시키는 HR 전략을 세우는 데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3) 적합한 지원자 검색 – 기존 인력 시장에서, 특히 경력직의 경우 채용 담당자는 적합한 지원자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에 제한이 많았다. 일반적으로 채용 담당자가 하는 방식은 채용 플랫폼에 채용 공고를 올리고 지원자가 지원하기를 기다리거나, 혹은 조금 더 적극적인 경우 헤드헌터와 같은 전문 업체를 통해 가능성 있는 지원자를 찾는 방식이었다. AI의 활용은 위와 같은 관점을 뒤엎고 광범위한 소싱 채널을 스캔하여 적합한 지원자를 자동적으로 스캔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특히 요즘같이 페이스북(Meta), 인스타그램, X(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에서의 활동과 평판 체크까지 필요한 경우,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적합한 지원자를 찾게끔 하고 있다.


4) 영상 분석을 통한 인터뷰 – AI를 통한 인터뷰는 단순히 지원자의 표정과 말투 등을 분석하여 해당 직무에 적합한 지원자인지 여부를 매칭하는 수준을 벗어나 더욱 그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면접관과 면접자가 서로 인터뷰 일정에 구애받지 않도록 면접자가 편한 시간에 직접 접속하여 인터뷰 영상을 녹화하고, 이를 채용 담당자에게 전달함으로써 영상분석 작업 과정을 AI가 직접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AI는 영상 녹화된 콘텐츠 중 업무 스타일, 협업 가능성, 인지 능력 등을 판단하고 수치화된 결과를 제공한다. [그림2]에서와 같이 하이어뷰와 같은 곳이 대표적으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림2] 하이어뷰(HireVue)에서 제공하는 AI기반의 인터뷰 서비스


5) 인력 구성의 최적화 – AI를 활용한 인력 구성의 장점 중 하나는 ‘최적화(optimisation)’이다. 기존 HR이 인력을 스케쥴링 하는 작업은 일정과 시기에 따라 매우 복잡했고, 특히 정규직, 임시직, 현장인력, 원격인력 등 직원들의 계약이나 업무 상황에 따라 변동성도 매우 컸다. 이런 상황에서 작업량이 일정치 않고 시기에 따라 급증하거나 줄어드는 경우, 또 예상치 못한 인력 변동 필요가 자주 생기는 경우, 유연하지 않은 인력 구조를 가진 기업일수록 이에 대한 대처가 매우 버거웠다. AI를 활용한 인력 구성은 스킬과 같은 각 인력의 특징과 작업량, 필요도 등을 매칭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에 적합한 팀원을 추천하기도 하고 시기에 따른 인력 구조 변화를 최적화하여 제시해주는 알고리즘을 사용하기도 한다.



AI는 HR 자체가 아닌 HR 업무를 대신한다. 하지만…


2023년에 영국의 HR 소프트웨어 업체인 Personio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HR 매니저 1,000명 중 약 43%가 AI에 의해 본인의 직업을 상실하게 될까 두렵다고 답한 바 있다. AI에 의한 대체와 상실 가능성을 전면 부정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AI의 활용이 HR 자체를 전부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HR의 프로세스를 효과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특정한 업무들은 분명 대체될 것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는 이러한 기술의 활용이 조직과 업무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본질적으로 생각해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AI는 효율성 측면에서 비약적인 증가를 가져오지만 아직 그 자체로 완벽한 결과물을 내기에는 불충분하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HR의 핵심 역량인 ‘공감’과 직원들 사이에서의 의사소통, 그리고 각 기업/조직마다 내부에 별도로 존재하는 뉘앙스 섞인 맥락은, 사회적 상호작용으로 이뤄지는 것이기에 AI 기술로 의미있는 가치를 산출하기 쉽지 않다. 단적인 예로 업무 관련 스트레스가 많은 직원과의 면담 과정에서 HR 담당자가 하는 역할은 단순히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해당 직원의 상황을 들어주고, 이해하고, 공감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술에 의한 사회변화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AI의 HR에서의 활용과 도입, 안착은 좀 더 시간을 가지고 고민할 필요가 있는 주제라 여겨진다. 기술의 독립적 발전이 사회의 변화를 야기시킨다는 기술결정론이나 혹은 사회가 기술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드리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회구성론으로 이분할 하여 어느 한 쪽의 프레임으로 해석해 버리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다. 오히려 Sociomaterial Perspective, 즉 사회물질적 관점이 우리로 하여금 HR 분야에서의 AI활용에 대한 이해를 좀 더 유연하게 만든다. AI가 HR분야에서 활용되는 각각의 상황이 사람과 기술간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상호작용의 축적으로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 관계에 주목할 때, HR분야에서의 AI 도입과 활용을 면밀하고 더 의미있게 할 수 있으리라 본다.



* 주요 참고문헌

- BasuMallick, C. (2021) Which HR Jobs Will Be Taken Over by Artificial Intelligence?

- Machell, M. (2023) The UK's first AI employee is now for hire

      

*위 내용은 국내 HR매거진 '월간인재경영' 2024년 2월호에 기고한 글의 일부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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