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상 근로자의 구분
A.들어가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상 근로자성 간의 혼동 문제
노동법을 공부할 때, 가장 처음 접하게 되는 것이 근로자의 개념이다.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법률의 적용 여부를 결정한다. 따라서 근로자 개념은 학문적으로나, 실무적으로나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하다. 노동법을 처음 학습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개념은 곧잘 이해한다. 그러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상 근로자의 개념을 배울 때가 되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개념과 혼동하여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 브런치에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상 근로자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여 초급자의 노동법 학습을 지원하고자 한다. 이 글의 목적은 두 법의 근로자 개념을 “혼동”하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데 있다. 두 법의 근로자 개념을 분리하여 이해하고 있으며, “판단기준”에 대한 학설이나 판례를 찾고 있다면 이 글은 적합하지 않다.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은 모두 헌법상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하거나 실현하도록 하는데 근본적인 취지가 있다. 그리고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은 모두 ‘근로자’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두 법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근로자는 서로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이해에 유리하다. 두 법은 근로자의 정의 규정도 각자 달리 가지고 있다. 동일한 용어를 사용한다고 하여, 동일한 개념이라 생각하는 것에서 혼동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은 ‘근로자’라는 동일한 표현을 사용하면서 다르게 정의 내리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을 얻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의 근거가 되는 헌법부터 차근차근 살펴볼 필요가 있다.
B.본문1: 헌법규정의 이해
우리 헌법 제 32조는 근로자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제1항은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국가는 사회적, 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 증진 및 적정임금 보장을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 규정하고 있다. 특히 제3항은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하도록 하여, 국가에 구체적인 입법의무를 부여함으로써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 즉, 근로의 주체인 국민이 근로의 권리를 실현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국가는 입법활동을 해야 한다. 그 결과물 중의 하나가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하는 것(근기법제 1조)을 목적으로 하는 것을 근로기준법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이제 우리 헌법 제33조를 살펴본다. 헌법 제 33조는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갖는다 규정하고 있다(제1항). 이 세 가지 권리를 노동 3권이라 부른다.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노동 3권을 쉽게 표현하자면, 1. 노동조합을 설립 및 운영하고, 2. 노동조합을 통해 사용자와 근로조건에 대해 교섭할 수 있으며 3.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노동조합이 파업, 직장점거 등의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즉, 노동조합을 통해 근로자들이 사용자와 동등한 지위에서 근로조건을 교섭할 수 있도록 만드는 근로자의 권리가 노동 3권이며, 그 노동 3권을 보장하여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을 가능하게 하는 법률이 바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이다.
여기까지 이해하였다면, 헌법 제32조와 제33조는 같은 ‘근로자’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권리를 보장하고자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서로 다른 헌법 규정으로부터 뻗어 나온 두 개의 개별법은 동일하게 ‘근로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도 각자 다른 권리를 보호한다. 이러한 관점의 차이는 각자 보호하고자 하는 근로자의 범위를 다르게 해석하게 만든다. 노동법의 근거가 되는 헌법 규정을 바탕으로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의 정의 규정에 대해 다시 고민해보자.
C. 본문 2: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근로기준법 제2조 제2항 제1호는 이 법을 통해 보호하고자 하는 근로자를 정의함으로써 근로기준법상 보호 범위인 근로자를 명확히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정의 규정만으로는 어떤 사람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 입법 취지를 살펴보자.
근로기준법 제1조는 “헌법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하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규정한다. 이러한 입법 취지는 일반적으로,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에 대하여 국가의 관리 감독에 의해 직접적인 보호”로 해석되고는 한다. 국가의 관리 감독에 의해 직접적인 보호를 받을 필요성이 인정되는 자가 바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 할 수 있으며, 그러한 근로자는 사용자에게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여야 한다.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여기서 살펴보지는 않겠지만, 판례는 실질 주의 원칙 하에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근로자로 보고 있다. 따라서 종속관계가 아닌 위임 관계를 맺고 있는 자, 현실적으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있지 않은 자는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에 의해 보호되는 자로 보지 않는다. 다만, 실질주의 판단 원칙에 따라 형식상으로만 그러하고 실질적으로 종속관계가 인정된다면 보호대상으로 본다.
D.본문3: 노동 3권을 보장할 필요가 인정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상 근로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제2조 제1호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을 통해 보호하고자 하는 근로자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의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 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의미한다. 근로기준법은 헌법 제32조에 근거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근로조건 보장에 목적이 있다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은 “노동 3권 보장”에 목적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제1조는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하여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고, 노동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하여 노동쟁의를 예방, 해결함으로써 산업 평화의 유지와 국민 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규정하고 있다. 노동 3권은 “노사 간의 실질적 대등성 확보를 통해 근로조건 및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을 가능하도록 하는 근로자의 권리”로 해석된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하고 있을 것을 요구하지는 않으며, 다만 노동 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면 특정 기업에 귀속되지 않은 자라 할지라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상의 근로자가 될 여지가 있다.
E.나가며: 근로자성 간의 관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은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지 않으므로, 현실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상 근로자 개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 된다. 달리 말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에도 노동 3권의 필요성이 부인되는 경우는 아직까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러나 법률적으로 모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상 근로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단언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두 법은 같은 근로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도 서로 상이한 관점에서 다른 근로자를 보호하고 있다. 따라서 강학적으로나마 근로기준법의 보호 필요성이 인정됨에도, 노동 3권의 보장 필요성이 부인되는 케이스가 있다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상의 근로자이나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자의 발생을 부인하기 어렵다. 비록 소수의견이기는 하지만, 불법체류 외국인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는 해당한다는 가정하에, 불법체류 외국인은 출입국 관계법에 의해 실질적으로 노동조합 활동이 불가능하므로 노동 3권의 보장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상 근로자성을 부인하려는 견해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가 조금 더 쉬울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