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때는 이 책 금서였는데."
고등학교 2학년 때, 지금으로부터 무려 30년 정도 전 교생실습을 나오셨던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다. 그 기억 덕분에 나는 내가 '태백산맥(조정래, 해냄)'을 처음 읽은 것이 고등학교 2학년 때라는 것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부터 대학생 때까지 태백산맥과 아리랑을 각각 대 여섯 번씩 읽었다. 그때 샀던 책들은 지금도 우리 집 책장에 잘 진열되어 있다. 많은 책이 버려지고 했지만, 계속 남아있는 책들 중 하나가 바로 태백산맥이다.
계속 '다시 한번 읽어야지, 읽어야지'라고 생각을 했었지만, 다시 읽지 못했던-바빠서 일수도 있고, 우선순위에 밀려서 일수도 있고- 뭐 이유야 어쨌든 한 권짜리 책이라면 어떻게든 다시 읽었겠지만, 10권짜리 책을 다시 읽을 엄두는 못 내고 있었다. 아리랑도 마찬가지이다.
작년에 토지(박경리)를 다시 읽은 것은 윌라 오디오북 덕분이었다. 토지 역시 20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에 다시 읽을 엄두도 내지 못했었는데, 윌라에 올라온 것을 알게 되곤 열심히 들었다. 한번 읽었던 내용이기에 살짝 놓치는 부분이 있더라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었다.
윌라로 들으면서 윌라 인스타그램에 몇 번 "태백산맥"이랑 "아리랑"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렸었는데, 몇 달 전에 이 두 시리즈가 윌라로 올라온다는 소식이 있었고 그게 너무 좋아서 주변 사람들에게 막 알렸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이제나 저제나 마냥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제..(2023년 7월 24일) 드디어 오픈되었다. 아싸라비야.
바로 신청을 하고 듣기 시작했다. 정하섭과 소하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태백산맥. 들으면서 '그래 그랬지'라며 기억이 떠올랐다. 이제 막 듣기 시작했는데, 감회가 새롭다. 토지는 들으면서 1부( 평균 4권 분량)마다 짧은 소감을 남겼는데, 태백산맥은 각 권의 짧은 꼭지마다 소감과 줄거리를 남기려고 한다. 짧게나마.
학창 시절의 기억과 현대사의 아픔과 인간에 대한 깊은 사색을 다시 한번 되돌릴 기회가 생김에 윌라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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