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필드는 왜
'그려지지 않는' 게임이 되었나

Pixiv 투고 수가 말해주는, 서브컬쳐 게임의 '개발 철학' 차이

by 마픽스

우리는 어떤 게임이 좋으면 그린다.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으면, 화면을 캡처하고, 2차 창작을 하고, 밤새 팬아트를 올린다. 이것은 서브컬쳐 게임에서 매출 다음으로 중요한 지표다. 어쩌면 매출보다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림이 그려지는 게임'은 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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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일방주: 엔드필드가 글로벌 출시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사전등록 3,500만, 출시 첫날 3,000만 다운로드. 숫자만 보면 대성공이다. 그런데 Pixiv를 열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엔드필드의 Pixiv 투고 수는 약 3,000건. 같은 시기 스타레일은 첫 달에 만 건을 훌쩍 넘겼고, 명조도 5,000건 이상을 기록했다. 사전등록 수는 세 게임 모두 비슷하거나 엔드필드가 오히려 더 많은데, 2차 창작 지표에서는 명백한 격차가 존재한다.

이 차이는 단순히 '인기'의 문제가 아니다. 개발 철학의 차이다.




숫자가 보여주는 냉정한 현실

2026년 2월 기준, Pixiv 태그별 누적 투고 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명일방주: 엔드필드 (2026.1.22 출시, 약 1개월)

中文 태그 「明日方舟终末地」: 약 2,084건

日文 태그 「アークナイツエンドフィールド」: 약 758건

합산 추정: 약 3,000건


붕괴: 스타레일 (2023.4.26 출시, 약 34개월)

누적 합산: 약 18만 건 이상


명조 Wuthering Waves (2024.5.23 출시, 약 21개월)

누적 합산: 약 4만 건 이상


물론 운영 기간이 다르니 단순 비교는 불공정하다. 그래서 '출시 첫 달'로 좁혀보자. 스타레일의 첫 달은 약 1만~1.5만 건, 명조는 약 5,000~8,000건으로 추정된다. 엔드필드는 현재 진행형이지만, 한 달을 채워도 3,500~4,000건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사전등록은 3,500만이었다. 그런데 그림은 3,000장이다.

이 괴리가 말해주는 것이 있다. 사람들은 엔드필드를 '다운로드'는 했지만, '그리고 싶어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려지는' 게임과 '플레이되는' 게임은 다르다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필요하다. 엔드필드가 나쁜 게임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Metacritic 79점, 글로벌 미디어 평가 '긍정적'.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는 상당하다. 문제는 방향이다.

스타레일과 명조는 '캐릭터를 소비하게 만드는' 게임이다. 호타루의 비극적 서사, 카프카의 미스터리, 명조 진시의 헌신적 리더십. 이 캐릭터들은 플레이어에게 감정을 심는다. 감정이 심어지면 그림이 나온다. 그림이 나오면 커뮤니티가 돌아간다. 커뮤니티가 돌아가면 게임이 산다.

이것이 서브컬쳐 게임의 '표준 생명 공식'이다.

엔드필드는 이 공식을 따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다른 공식을 선택했다.


엔드필드가 선택한 '다른 길'

엔드필드의 핵심 콘텐츠는 캐릭터가 아니라 '집성공업 시스템'이다. 컨베이어 벨트를 깔고, 전력망을 설계하고, 자원 채취 라인을 최적화하는 Factorio 스타일의 공장 자동화가 이 게임의 진짜 정체성이다.

이것은 대담한 선택이다. 그리고 대가가 따르는 선택이다.

플레이어의 시간은 유한하다. 엔드필드에서 한 시간을 플레이한다고 하자. 그중 상당 시간은 전력 배선을 고민하고, 생산 라인의 병목을 해결하는 데 쓰인다. 캐릭터의 필살기 연출을 감상하거나, 동행 퀘스트에서 캐릭터와 교감하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적다.

스타레일에서 한 시간을 플레이하면? 캐릭터의 대사를 읽고, 필살기 연출에 감탄하고, 동행 퀘스트에서 캐릭터의 속마음을 듣는다. 이 '감정 축적'의 밀도가 완전히 다르다.

2차 창작은 '감정의 오버플로우'에서 탄생한다. 게임이 심어준 감정이 넘쳐서, 자기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태. 엔드필드는 감정 대신 '지적 만족감'을 준다. 공장이 완벽하게 돌아갈 때의 쾌감은 분명 강렬하지만, 그것은 Pixiv에 그림을 올리게 만드는 종류의 감정이 아니다.


캐릭터 디자인의 '기질' 차이

더 근본적인 층위에서 보면, 캐릭터 디자인 철학 자체가 다르다.

스타레일의 캐릭터는 '일러스트레이터 친화적'이다. 선명한 색상 대비, 뚜렷한 실루엣, 기억에 남는 의상 포인트. 호타루의 나비 모티프, 아벤츄린의 파격적인 컬러링, 카프카의 관능적 포즈. 이 캐릭터들은 "그려달라"고 설계된 캐릭터다.

명조도 마찬가지다. 카를로타의 이탈리아풍 우아함, 진시의 동양적 고결함. 이 캐릭터들은 출시 직후 Pixiv를 뒤덮었다. Kuro Games는 아예 Pixiv에서 5차례 공식 일러스트 콘테스트를 열어 상금 30만 엔을 걸었다. '그려라'는 시그널을 명확하게 보낸 것이다.

엔드필드의 캐릭터는 다른 방향이다. 아크나이츠 본가의 미학을 계승한 밀리터리/산업적 톤, 수인(獸人) 요소가 가미된 종족 다양성, 절제된 색감과 기능적 의상. 이것은 '세계관의 진정성'을 추구하는 디자인이다. 세계관 안에서는 완벽하게 설득력 있다. 하지만 세계관 밖에서 팬아트를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에게는, 스타레일의 캐릭터만큼 '손이 가는' 디자인은 아니다.

실제로 엔드필드에서 Pixiv 투고가 집중되는 캐릭터는 인간형에 가까운 플로라이트(약 386건), 페리카, 관리인(주인공) 등이다. 수인 특성이 강한 캐릭터들은 상대적으로 투고가 적다. 이것은 Pixiv라는 플랫폼의 주류 소비층과 엔드필드 캐릭터 디자인 사이의 구조적 미스매치를 보여준다.


스토리의 '온도' 차이

서브컬쳐 게임의 2차 창작은 대부분 '관계성'에서 나온다. 두 캐릭터 사이의 케미스트리, 미묘한 감정선, 해석의 여지가 있는 대사 한 마디. 이것이 수천 장의 팬아트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다.

스타레일은 이 점에서 교과서적이다. 개척자와 삼월 나노카의 동행, 단항의 비밀, 은랑의 반항. 리리스 첫날부터 CP(커플링)가 형성되고, 해석이 분분한 장면들이 커뮤니티를 달궜다.

엔드필드의 초반 서사는 다르다. 관리인은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나고, 주변 캐릭터들과의 관계는 '위탁자-피고용인'이라는 비즈니스적 프레임 안에서 시작된다. 이것은 세계관적으로 일관성 있는 설정이다. 하지만 2차 창작의 불을 지피기에는 '차가운' 시작이다. TapTap 평점 4.5점에서도 "개편 스토리가 평탄하다"는 비판이 가장 빈번했다.

감정의 온도가 낮으면, 그림의 양도 적어진다. 단순한 상관관계가 아니라, 인과관계다.


그래서 엔드필드는 실패한 것인가?

아니다. 실패가 아니라 '다른 게임'인 것이다.

서브컬쳐 게임 시장에는 두 가지 생존 공식이 있다.

첫째, 캐릭터 중심 모델.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고, 감정적 서사를 부여하고, 2차 창작 생태계를 활성화하여 게임의 문화적 존재감을 유지한다. 스타레일, 명조, 블루 아카이브가 이 모델이다.

둘째, 시스템 중심 모델. 독자적인 게임플레이 메커닉으로 리텐션을 확보하고, 콘텐츠 소비의 깊이로 유저를 붙잡는다. Factorio, Satisfactory, 그리고 어쩌면 엔드필드가 이 모델이다.

문제는 엔드필드가 이 두 모델의 '사이'에 서 있다는 것이다. 가챠 시스템을 채택한 이상 캐릭터 소비를 완전히 포기할 수 없고, 집성공업 시스템의 깊이를 추구하는 이상 캐릭터 중심 게임과 동일한 2차 창작 생태계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 '하이브리드 포지션'은 양날의 검이다. 어느 쪽에서도 1등이 되기 어렵지만, 어느 쪽에도 없는 독자적인 자리를 만들 가능성도 있다.


시장에서의 포지션: 엔드필드는 어디로 가는가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엔드필드의 2차 창작이 Pixiv에서는 저조하지만, Reddit와 Bilibili에서는 다른 종류의 콘텐츠가 활발하다. 공장 설계도 공유, 생산 라인 최적화 가이드, 건축 스크린샷. 이것은 '일러스트'가 아니라 '설계도'라는 형태의 2차 창작이다.

이것은 엔드필드만의 고유한 커뮤니티 동학이다. Pixiv 투고 수만으로 이 게임의 커뮤니티 활력을 판단하는 것은, 레스토랑의 디저트 메뉴만 보고 요리 실력을 평가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면, 서브컬쳐 가챠 게임의 수익 모델에서 캐릭터 매력도는 곧 과금 동기와 직결된다. 엔드필드가 집성공업이라는 독자적 가치를 가지고 있더라도, 신규 캐릭터 가챠의 매출을 견인하려면 결국 '그리고 싶은 캐릭터'가 필요하다.

앞으로의 관건은 명확하다. 엔드필드가 '시스템의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캐릭터 서사의 온도를 끌어올릴 수 있느냐. 스토리 업데이트와 신규 캐릭터가 감정적 어필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Pixiv 공식 콘테스트 같은 2차 창작 촉진 전략을 병행한다면, 이 게임은 지금까지 서브컬쳐 시장에 없었던 독특한 포지션을 구축할 수 있다.

반대로, '공장은 좋은데 캐릭터는 기억에 안 남는 게임'으로 굳어진다면, 가챠 모델과의 구조적 모순이 장기 운영에서 치명적 약점이 될 것이다.




마치며

Pixiv 투고 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게임이 플레이어의 마음에 얼마나 깊이 뿌리내렸는지를 보여주는 '감정의 체온계'다.

엔드필드의 체온은 아직 낮다. 하지만 그것이 이 게임에 열이 없어서가 아니라, 열을 내는 곳이 다르기 때문이라면, 이것은 실패가 아니라 '실험'이다.

서브컬쳐 게임 시장이 캐릭터 매력도 경쟁의 레드오션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 게임플레이 그 자체의 깊이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엔드필드의 선택은 무모하면서도 용감하다.

문제는, 시장이 그 용기에 보상을 줄 것인가다.

그 답은 앞으로 6개월 안에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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