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드리드에서의 휴식(2) -
아침 8시 반 경에 동네 산책에 나선다. 길거리에 사람이 없다. 조용하다. 아주 가끔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이 보인다. 공기는 선선하다. 그러나 정오가 넘어가면 기온이 올라가 더워질 것이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동네 고층 아파트 벽에 담쟁이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마드리드에서 처음 보는 풍경이다. 보기는 그런대로 좋은데 이 나무들이 벽에 뿌리를 내리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동네를 생각 없이 크게 한 바퀴 돌아 호텔로 돌아온다. 아침 삭사를 할 데가 없다.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마친다. 그런데 그동안 호텔 아침식사 비용이 평균 15유로 정도였는데 이 호텔은 22유로를 받는다. 그렇다고 특별한 것도 아니다.
오전 10시에 지인이 맡겨 논 짐을 가지고 오기로 했다. 10시에 만나서 아내와 함께 여행에 관한 얘기들을 즐겁게 하고 헤어진다. 짐을 맡아주어서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한다. 지인은 근무를 성공적으로 잘 마치고 귀국할 것이다. 매사에 긍정적으로 그리고 치열하게 도전하며 일하는 사람이다.
호텔에만 머물 수 없으므로 일단 마요르 광장에 가기로 한다. 그 근방에 있는 어떤 곳에서 구입해야 할 것이 있기도 하다. 또 마드리드를 상징하는 광장이기도 하니 마지막으로 한 번 가본다는 의미도 있다. 동네에서 32번 버스를 한 번 타니 마요르 광장 근처 베네반테 플라자(Plaza de Benevante)에 도착한다. 종점이기도 하다.
지난번 런던 가기 전에 들렀던 마요르 광장에는 서적전시회가 열려 전시 부스가 광장을 메웠는데 이번에는 그런 것들이 없어서 광장이 시원하게 보인다. 사람들도 꽤 많다.
광장을 싸고 있는 건물의 회랑에는 고화, 우표 등을 거래하는 노점상들이 들어서서 서로 사고팔고 흥정을 하고 있다. 얼핏 보니 은화를 전시해 놓고 매매하고 있다. 나도 30대 중반에 고화를 수집하는 취미가 있었는데 이 것이 상당한 비용을 수반한다. 그냥 눈요기만 한다.
오후 1시가 되어 기온이 오르고 햇빛이 강해지다 보니 피로하고 지친다. 아내도 그렇고 나도 피로감 때문에 더 돌아다니기가 힘들다. 호텔에서 쉬기로 하고 다시 베네반테 플라자 종점으로 돌아와서 버스를 타고 동네 정류장에 내린다.
점심은 먹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어제 호텔로 돌아올 때 봐두었던 중국음식점을 찾아간다. 마드리드에 도착한 뒤로 그 동안 먹을 만한 중국음식점을 보지 못했는데 이 음식점은 기대를 충족시킨다. 내가 찾고자 했던 그런 중국 음식점이다. 여기에 기록을 남겨둔다.
식사 후에 호텔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다. 오늘이 한국을 떠난 지 88일 되는 날이다. 자꾸 피로감이 느껴지는 것은 긴장이 풀어진 탓인지도 모른다. 이제 이틀 후면 한국으로 출발한다. 귀국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