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문화 콘텐츠, 혼자 여행하기, 액티브 시니어, 나 홀로 문화...
이전과 달리 요즘은 무엇을 하든 소위 적당한 시기라는 게 따로 없는 세상이다. 일 년 사시사철 계절과 상관없이 무엇이든 대부분 할 수 있고 먹을 수 있고 떠날 수 있다. 특히 이 중에서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여건을 가진 사람들 중에 시니어들이 있다. 은퇴 후의 시간적 여유로움과 공허함을 채워줄 가장 좋은 도구 중에 여행이 있다. 그동안 세상 속에서 치열하게 사느라 미루어 두었던 세상 나들이를 언제라도 할 수 있는 즈음인 것이다.
잇단 연휴가 있던 날을 앞둔 지난번 언젠가 남편은 틈만 나면 인터넷을 뒤적이고 있었다. 조직 속에서 일하는 사람에겐 어쩌다 찾아온 연휴 기회를 유용하게 보내고 싶은 것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남편 덕분에 지금껏 세상을 돌아다니며 자유로운 여행을 제법 했다. 이번에도 남편 특유의 치밀한 계획으로 최대치의 유익을 얻을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번에 나는 그리 내키지 않는다. 유난히 그 무렵 피치 못할 나만의 일정이 몇 가지 있어서 고민이었다. 기대에 차서 준비하는 그에게 이런 내 사정을 얘기했다. 그리고 요즘 트렌드인 이른바 혼행(혼자 여행)이란 걸 권해보았다. 그런데 별로 오래 생각하지도 않고 그는 쉽게 혼행을 받아들였다. 물론 나는 그가 혼자 여행을 잘 해낼 사람이란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흔쾌히 응할 줄은 예상치 못했다.
혼자 하는 여행으로 다시 계획하면서 그는 한결 가볍게 준비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우리 부부가 함께 하는 여행은 인내심이 부족한 나 때문에 이동의 불편함이나 숙식문제 등으로 경비가 조금 더 나갈 수 있는데 이젠 달라진 것이다. 아무리 해외지만 숙소나 교통편도 본인만 편하면 되니까 부담 없이 일정을 만들고 예약하더니 단출하게 꾸린 가방 하나 달랑 들고 그는 떠났다.
그런데 현지에 도착했으면 간단한 연락이라도 할 사람인데 하루 이틀이 지나도 소식이 없어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생존은 알고 지냅시다’ 참다못해 내가 먼저 문자를 보냈다. 그제야 전화가 왔다. 혼자서 어찌나 신나게 다니는지 틈이 없었던 것이었다. 조금 어이가 없었다.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에 슬그머니 화가 나기도 했다.
그 날 이후 그가 숙제처럼 여행지에서 보내오는 멋진 풍광의 사진이 밀려들고 현지인들과 섞여 어울리는 모습의 사진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한 톤쯤 높아진 목소리의 통화로 혼행의 즐거움을 생생히 전해왔다. 아이들과 함께 했던 네 식구의 여행이나 부부만의 자유여행에 이미 익숙한 사람이어서 혼자 하는 여행 역시 문제없이 즐기고 그는 돌아왔다. 게다가 불필요한 낭비 없이 초저가의 알뜰한 여행이었다. 혼자라서 더욱 가능한 일이었다. 한층 밝아진 안색을 보는 것도 또한 기분 좋은 일이었다.
동행자와 의견을 조율하거나 인솔해야 하는 부담을 털고 홀가분하게 혼자 하는 여행으로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진작에 필요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좀 더 일찍이 이런 시간을 갖도록 배려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나고 있는 젊은이들의 1인 가구와 또 고령화 사회로 다양한 1인 문화 콘텐츠가 등장하고 있다. 날마다 진화하는 나 홀로 문화 중에 액티브 시니어들의 활력 있는 여행은 매우 긍정적이다. 이것의 효과를 높이려면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우선 독립적인 시간 활용을 위해서 홀로서기의 자신감을 미리 키우는 게 중요하다. 신노년의 문화는 매사를 스스로 해결하며 살아나가려는 의지가 변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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