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읊조림

고양이 여행 리포트

착한 영화가 보고 싶었다.

by 리즈





세상천지에 봄꽃이 피고 지고 있다.

겨울을 견디고 피어난 꽃들이 한 철 화려한 날을 보내고 이젠 떠나고 있는데 연일 뒤숭숭하고 편편치 않은 뉴스들 뿐이다. 순한 친구를 만나 순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홀로이 한적한 봄 숲에 들고 싶었다. 그리고 착한 영화 한 편 보고 싶었다.


- 고양이 여행 리포트 (旅猫リポート, The Travelling Cat Chronicles, 2018)


영화 전편에 흐르는 색감이 환하고 밝아서 좋다.

푸른 바다 빛, 노란 유채밭, 다정한 미소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시종일관 이어진다. 시끄럽거나 자극적인 화면이 아니어서 안심이다. 일본스러운 신파가 있을지 모르겠단 생각은 했지만 그 또한 어느 정도 기대를 했다. 물론 기대 충족은 되었다. 또한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미묘한 복선이 깔리는 알쏭달쏭한 내용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이런 밍밍한듯 편안함이 끝까지 어져 가길 바라면서 영화에 집중했다.


고양이와 사람 간의 이야기이기에 초반에는 상투적일 수 있다는 예상은 했다. 우리도 '돌아온 백구'나 '오수의 개'와 같은 동물과 의리있는 감정을 나누는 이야기가 있듯이. 하지만 그런 줄거리가 뭐 그리 중요한가. 영화를 감상하는 사람에게 전하는 따뜻함이나 위안 또는 카타르시스가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어릴 적 부모를 교통사고로 한꺼번에 잃은 <사토루>에게 다가온 고양이 <나나>, 여기서는 도도하고 똑똑한 길냥이 나나에게 간택된 순수 청년 사토루 이야기다. 그렇게 사토루와 가족으로 지내오던 나나를 누군가에게 맡겨야 할 사정이 생긴 것이다.


영화는 고양이 나나의 시점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의 찰떡같은 목소리 연기로 내레이션이 진행되어 재미를 주기도 한다.


이제부터 사토루와 나나의 로드무비가 시작된다. 그 여정에서 만나는 어린 시절의 친구, 고등학교 때의 첫사랑, 시골에 사는 순박한 친구, 부모님을 잃은 사토루를 키워준 이모... 누구 하나 거부하지 않고 나나를 맡아주려는 좋은 친구들도 있고 인생을 함께 해준 반려묘 덕분에 애잔하지만 행복했던 사토루의 마지막 모습은 따뜻하다. 덤으로 보여주는 일본인들의 일상 모습과 일본 전역의 멋진 자연 풍광은 힐링을 선물한다.


둘만의 이별 여행을 하면서 나나를 안고 후지산을 바라보는 사토루의 애틋한 뒷모습, 유채밭의 노란 물결 속에서 나누는 둘만의 소중한 존재감은 뭉클하다. 클로즈업되는 고양이 눈동자의 감정선이 명연기를 불러온다.


결국 나나를 키워줄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둘은 다시 함께 하기로 한다. 그러나 사토루에게 예정된 죽음이 다가온다. 병색이 완연한 사토루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주변을 맴돌던 나나는 단순히 사람이 키우는 애완동물이 아닌 동반자 관계였다.


"내 마지막 고양이가 너여서 참 좋았어"

푸른 수국에 내리던 비가 그치고 바다 건너편으로 무지개가 떠오른다. 사토루와 나나의 아름다운 관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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