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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Nov 14. 2021

지리산 자락의 자연친화적인 숲 여행

남원골 운봉 행정마을 서어나무숲, 이백 닭뫼마을숲, 용성고등학교숲 이야기










지리산 둘레길을 걷거나 웅장한 산세에 파묻혀 보았다면 한나절쯤 호젓하게 고즈넉해보는 시간도 가져볼 만하다. 더구나 깊어가는 가을에 오랜 세월을 지키고 있는 울창한 숲은 가슴속 깊이 풍성함을 준다. 


뿌리 깊은 나무가 있는 고을, 

남원에는 오래된 마을마다 아름드리 당산나무는 물론이고 곳곳에서 아름다운 숲을 본다. 여행길에 한나절 쉬어가기, 계절 따라 쉬어갈 이유가 달리 있겠지만 지리산 아래 남원골의 가을 숲은 마을과 함께 있어서 따뜻한 정취를 전한다. 숲을 찾아가는 테마 여행이라고나 할까.

-남원 운봉읍 행정마을 서어나무숲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 보면 멀리 들판 속에 섬처럼 숲이 자리 잡은 게 보인다. 100여 그루의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룬 서어나무숲은 그렇게 산과 들과 마을에 깃들듯 존재감을 보여준다. 자연친화적이고 생태적 조화가 아름답다. 아름답기로는 올해의 아름다운 숲으로  산림청이 실시하는 2000년 제1회 아름다운 숲 대상을 받기도 했으니 더 말할 것 없을터. 



(산림청이 (사)생명의 숲 국민운동 • 유한킴벌리(주)와 공동으로 2000년부터 우리 생활 주변의 아름다운 숲을 찾아내어 알리기 위한 아름다운 숲 전국 대회는 숲이 가진 경제, 환경, 문화 자원적 가치를 깨닫고, 숲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



지리산 운봉 자락의 행정마을 서어나무숲으로 가는 길은 들판을 달리고 마을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갔다가 마을 골목쯤에서 내렸다. 마을 속 논과 밭에서 일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에 쭈뼛거리며 이곳이 아닌 것 같은데 하면서 그럼 걸어가 보지 뭐 하고 조금 걸었다. 


골목을 걷다가 보니 주민이신 할머니께서 마당에 앉아 혼자서 콩 타작(?)을 하고 계셨다. 곁에 가서 나도 쪼그리고 앉아 서어나무숲을 물어보니 "아이고, 길을 잘 못 들었네, 저 짝으로 람천 뚝방길로 차를 몰고 가면 서어나무 숲 쪽으로 가는 길이 있는데 기왕 여기로 왔으니 걸어서 요기로 넘어 가봐요" 하시며 가까운 길을 알려 주신다. 더 앉아서 인정 많으신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방해되는 게 아닌가 싶어 조금 앉아 이런저런 말을 나누다가 "고맙습니다아~" 하고 일어섰다.


할머니께서 알려주신 대로 뒷문과도 같은 곳으로 넘어가니 

와우~ 가을이 거기 있다. 

빼곡한 서어나무숲의 세상

바람이 불면 쏟아지듯 낙엽이 우수수...



친구들과 가을 놀이를 하는 사람들, 

두 손 꼭 잡은 다정한 부부의 모습,

그 숲의 풍경이 된다. 



나무의 줄기가 튼튼하여 근육질과 같다는 의미로 근육질 나무라고도 불리는 서어나무. 여름엔 숲 그늘이 15℃ 안팎으로 주민들과 찾아오는 여행자들에게 힐링을 제공하는 남원의 핫플이다.


(지리산 둘레길 1코스에 속하는 마을이고 바래봉 둘레길의 출발지임)

-전라북도 남원시 운봉읍 행정리 155-3





-이백면 닭뫼마을 숲

서어나무 숲을 나와 20분쯤 달리면 닭뫼마을이 나온다.

알을 품고 있는 닭의 형태를 하고 있다는 닭뫼마을은 

1455년 단종 왕위찬탈 반대로 낙향한 순흥 안 씨 조상이 이 마을을 이루며 만든 숲이라고 한다. 

한적함과 고즈넉함이 최고다.


들판의 강한 북풍을 막기 위한 방풍림으로,

마을을 지나는 섬진강 지류의 범람으로 인한 재난예방의 기능도 겸하는데 이런 숲을 비보림이라고 한다. 느릅나무와 팽나무, 느티나무 등으로 70여 그루의 수목들이 주변 들판과 마을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너무나 잘 어울려서 자연스럽고 푸근하다. 마을 둑길 위로 거대한 나무들의 행렬이 아름답고 든든하다. 


(남원시에서 동쪽으로 지리산 허브밸리로 가는 방향으로 있다. 남원시 이백면 닭뫼마을 숲이 공존상(우수상)에 선정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전북 남원시 이백면 남계리 계산(鷄山, 닭뫼) 마을



-남원 용성고등학교 숲

찾아가기 쉬운 남원 시내의 용성고등학교에도 아름다운 숲이 있다. 

숲이 있는 학교로 매일 다니는 학생들은 그 아름다움이 그저 당연한 듯하다. 

숲이 어느 쪽인가 물어보니, 숲요? 하더니 아, 저거요? 한다. 


새롭게 조성되었거나 인공적 멋이 아닌 오랜 세월을 견뎌온 천혜의 자연과 사람의 보존 노력으로 나이 많은 나무들이 입구 한쪽에 숲을 이루고 있다. 푸른 노송과 삼나무, 메타셰콰이어... 봄이면 벚나무가 눈부시다고 한다. 숲이 있는 학교로 근처의 주생초등학교가 있다고 한다. 갖가지 나무와 숲이 있는 학교에서 여유와 창의성을 배우며 숲과 더불어 성장하는 아이들의 인성은 훗날 나무를 닮아가지 않을까나... (전북 남원시 도통동 220, 2006년 아름다운 숲 제7회 우수상 용성고등학교 숲, 장려상 주생초등학교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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