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양으로...
온양은 우선 온천이 떠오르는 도시다. 오래전부터 온천 하면 온양온천이었다. 신혼여행지로 온양이 인기였던 적이 있었고 때로 온천욕을 하러 마음먹고 떠나던 곳이었다. 이제는 대중교통을 이용한 하루코스로 후딱 다녀올 만큼 온양 여행이 쉬워졌다. 지금은 아산시로 통합된 온양에 가면 온천뿐 아니라 오래된 도시답게 역사적 유적지와 인물들까지 두루 매력을 갖추어 하루쯤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온양민속박물관, 옛 선조의 유물과 아름다운 정원
일상을 벗어나 차분하게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챙기는 하루를 보내기 딱 좋은 곳이 온양이다. 두어 시간 전의 복잡했던 도심에서 벗어나 온양에 닿으면 평온하게 가라앉는 듯한 기분이 된다. 우선 온양역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며 도시를 구경하면서 걷는다. 그렇게 15분쯤 걸으면 넓은 앞마당과 멋스러운 한옥 대문의 온양민속박물관이 나타난다.(시내버스도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민속박물관인 온양민속박물관은 1978년에 개관되었다. 우리의 민족성을 유지하면서 전통문화를 보존 계승하기 위해 도서출판 계몽사 김원대 회장이 사재를 들여 박물관 문을 열었다고 전한다. 이곳은 잘 알려진 주요 박물관에 비교될 만큼 방대한 자료와 고증을 보여주는 박물관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돌아보면서 규모 또한 만만치 않음을 알게 된다. 우리에게 친근하고 정감이 가는 민속소품이나 유물, 또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것들이 가득하다. 아직 추위가 남아있는 요즈음 실내나들이로 안성맞춤이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곧바로 박물관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부드럽게 휘어지는 곡선의 길을 따라 걷게 된다.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니 내부에서 전해오는 고유의 분위기에 남다름이 느껴진다. 전시관의 구조와 계단, 그리고 창을 통해서 들어오는 빛이 은은하고 아름답다. 아래층에서 올려다보는 위층의 모습도 기대감을 갖게 한다. 전시관은 상설전시관과 기획전시관이 있고, 조금 전 들어오면서 보았던 야외전시관으로 나뉜다. 기획전시관은 때에 따라 전시작품이 달라진다. 언제든 누구나 관람할 수 있는 상설전시는 3개의 전시실로 구분되었다.
제1 전시실은 <한국인의 삶>을 테마로 구성되었는데 한국인의 일생과 의, 식, 주 생활문화를 통해 조상들의 생활상과 지혜를 상세히 엿볼 수 있다. 우리들이 이 땅에 태어나 성장을 하고 혼인을 하고 부모 자식의 입장이 되어보고 생을 마감하는 일까지 조상이나 자손들의 안녕을 위한 선조들의 이야기를 전시를 통해 본다.
그중에서 의생활은 우리 선조들이 갖추는 기본적인 덕목이었다. 자연으로부터 얻는 옷감과 고유의 복식문화를 보여주는 부분에서는 은은하면서도 화려한 염색과 질감의 아름다움이 눈길을 끈다. 또한 사람 됨됨이를 나타내는 수단인 우리 고유의 복식문화를 두루 살펴보게 된다.
식생활 전시관에서는 사계절의 뚜렷한 자연조건 속의 음식문화를 보여준다. 전시 음식 하나하나 일일이 만들어 갖추었다. 이해하기도 쉽고 맛을 상상하게 한다. 절기나 의례에 따른 음식은 물론이고 요즘 보기 어려운 식기와 도구 등을 꼼꼼히 살피는 재미가 쏠쏠하다.
주생활 전시관을 둘러보면서 자연에서 얻는 흙과 나무와 같은 건축 재료를 이용한 계절별 구조나 형태를 보며 조상들의 지혜를 알게 된다. 소박한 살림살이가 변화하는 자연과 함께 하고 있다. 근래 들어 비로소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과 연결해서 생각해 볼만하다.
한국인의 일터 2전시관에서는 현대인들에게 생소한 풍경과 도구들을 보게 된다. 산과 강, 바다, 들과 밭에서 지리적 조건에 맞는 농업과 어업으로 생계를 위해 어떤 종류의 기구나 도구를 이용했는지, 어떻게 발달해 왔는지 다양하게 보여주어 흥미롭다. 사냥과 채집, 대장간의 모습에서는 관람하는 아이들이 즐거워한다. 자연의 순리에 맞는 삶을 일터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게 전시되었다.
한국문화와 제도를 볼 수 있는 제3전시관에서는 공예, 신앙과 놀이, 학술과 제도를 알 수 있다. 한 땀 한 땀 손길이 느껴지는 공예품들의 섬세함과 더불어 화려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실용성을 겸비해서 조상들의 솜씨와 예술적 감각이 동시에 엿보인다. 또한 농경사회에서 오랜 시간 동안 뿌리내려온 민간신앙과 전통놀이도 공동체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천문이나 기상 등의 과학기술 덕분에 발달해 가는 사회상도 이어진다.
우리의 전통적인 생활상을 생생하게 재현한 전시와 실제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 등이 옛 모습을 보는 감흥을 더한다. K푸드나 K팝이 미디어를 통해서 전 세계로 알려지고 있는 요즘이다. 민속박물관의 전시를 통해 현재에 이르는 역사 속의 이야기와 신비로운 유물들을 보면서 기본적 지식을 쌓고 환기시키는 시간이다.
온양민속박물관은 단순히 전시관 안의 전시물뿐 아니라 주변으로도 볼거리가 가득하다. 박물관 앞 야외 전시장에서는 옛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너와집이나 비각 등의 건축물과 고인돌 등의 전통적인 전시물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바람 쐬며 둘러보기 좋다. 이제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여름과 가을을 맞으면서 아름다운 수생식물과 사계절의 자연풍경을 만끽하며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은 전통정원이다.
전시관이 있는 본관을 돌아서 특별한 건축물이 있는데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준이 한국에서 첫 번째로 설계한 구정아트센터가 있다. 나무·흙·돌·바람에 따뜻한 온기와 생명을 담는다는 마음으로 설계된 구정아트센터는 특별전시가 있을 때만 열리기 때문에 언제나 볼 수 없어서 아쉽다.
아름다운 숲으로 둘러싸인 박물관과 한국적인 정서와 문화와 사계절의 풍광이 멋스러운 야외공간이 주는 안식이 있는 곳, 온양민속박물관은 봄날 하루 호젓하게 떠나 조용히 감상하며 시간을 보내기에 딱 좋은 기품 있는 공간이다.
-간 김에 잠깐 더 들러볼 만한 곳
고불맹사성과 맹씨행단
온양의 좌부리를 지나면서 ‘맹씨행단’이라는 안내판을 보게 된다. 고려와 조선 초 명정승 맹사성은 우왕 때 과거에 장원하고 세종 13년에 좌의정이 되어 명재상으로 이름을 날렸던 분이다. 검은 소를 타고 피리를 불며 다닌 우리나라 대표적 청백리로 많은 일화를 남긴 온양출신의 인물이다. 조용하고 운치 있는 시골마을이었다. 맹사성 선생이 이곳에 머물며 학문에 힘썼다고 한다. 맹씨행단은 맹사성이 살던 고택일대를 말하는데 행단은 공자가 은행나무 아래서 강학을 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했으며 그 뜻에서 맹씨행단이라 부른다고 전한다.
마을로 접어들면 고불맹사성기념관이 먼저 보인다. 단아한 전시관 안에는 행단의 역사와 선생의 일대기, 관련 유물 등이 전시되어 있고 선생의 청백리의 일화가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영상관 및 체험관에서는 청백리교육 및 체험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체험마당과 전시마당이 여유롭다.
몇 걸음 더 걸어 오르면 사적지 맹씨행단이다. 고택은 고려말 최영 장군이 살던 집을 그의 손녀사위 맹사성이 물려받았다니 적어도 6백50년 세월이다. 아름드리 잘 생긴 나무들이 고택의 배경을 이룬다. 사당 세덕사, 정자 구괴정, 600년이 넘는 수령으로 추정되는 은행나무가 겨울을 나고 있다.
-어의정과 온양온천역
온양 시내 주택가에 어의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세종대왕이 안질로 고생 중 온양에 왔을 때 치료했다는 우물을 복원했다. 사각형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일반 우물보다는 크고 독특하다. 어의정 계단 아래로는 주민들의 휴식장소인 공원이어서 여행 중이면 잠깐 쉬어가도 좋다.
기차나 전철을 타고 온양온천 역을 나오면 역 광장 옆으로 온천도시답게 족욕 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주로 여행객들이 피로도 풀 겸 발을 담그고 있거나 어르신들이 많이 하는데 동절기에는 멈춘 상태다. 역 주변으로 10여 개의 온천탕 보인다. 역광장 입구에는 시장이 열리고 있어서 장보기의 즐거움도 제공한다.
-여행 및 교통정보
-온양민속박물관 입장료: 일반 8000원(65세 이상 경로 1000원). 주차: 무료
-무궁화호 장항선 용산역-온양온천 1시간 반 정도 소요.
-일반전천 용산역(신창행) 1호선-온양온천역 2시간 13분
-급행전철 하루에 3~4회 용산역-온양온천역 1시간 57분 3400원
-온양에서는 시티투어를 이용하는 것도 편리한 방법이다.
이용 요금: 성인 4000(경로 2000)※ 중식 및 관광지별 입장요금 별도
(http://citytour.asan.go.kr/아산시티투어) 온양온천역 앞에서 출발한다. 동절기 지나 3월부터 진행한다. 시티투어 코스는 기간별, 요일별로 다르니까 미리 홈페이지에서 확인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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