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들면 나는 그 집으로 돌아간다

― 푸른 지붕 아래, 엄마가 있던 시간

by 홍승표 승우담

나는 잠이 들면 어린 시절의 내 고향집으로 간다.

의식적으로 떠올리지 않아도, 애써 기억을 더듬지 않아도

꿈은 늘 같은 방향으로 나를 데려간다.


푸른 지붕에 넓은 마루가 있는 집.

햇살이 낮게 내려앉고, 바람이 마당을 천천히 가로지르던 곳.

그곳은 주소가 아니라 감각으로 남아 있는 나의 고향이다.


나는 마루에 누워 있다.

아이였을 때처럼 등을 대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마루의 나뭇결이 등을 통해 전해지고,

하늘과 지붕 사이로 흘러가는 빛이 눈을 스친다.

그 순간에는 시간이 움직이지 않는다.

계절도, 나이도 멈춰 있다.


마당에서는 엄마가 빨래를 넌다.

빨랫줄 위로 하얀 옷들이 하나둘 걸리고,

바람이 불 때마다 천들이 조용히 몸을 흔든다.

물기 섞인 비누 냄새와 햇볕 냄새가

마당을 가득 채운다.


엄마는 말이 없다.

돌아보지도 않는다.

그저 빨래를 널고, 매만지고, 다시 널 뿐이다.

하지만 그 뒷모습 하나로

세상은 충분히 안전했다.


나는 그 장면을 부르지 않는다.

다가가지도 않는다.

마루에 누운 채 바라본다.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풍경이 내 안에 오래 머물기를 바라면서.


어쩌면 이 꿈은 그리움이 아니다.

이미 지나간 것을 다시 갖고 싶어서가 아니라,

내가 어디서 왔는지를

잊지 않기 위한 확인에 가깝다.

지금의 나는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많은 것을 잃는 법도 배웠다.

삶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도,

사랑이 늘 같은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꿈속의 나는

여전히 그 마루에 누워 있다.


아무 책임도 없던 시절,

아무 조건 없이 사랑받던 존재.

부르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던 세계.


우리는 아마 평생

그 장면을 향해 걸어가는지도 모른다.

푸른 지붕 아래의 집,

넓은 마루,

빨래를 널던 엄마의 뒷모습.

그 모든 것이 겹쳐진

하나의 완전한 순간을 향해.


나는 오늘도 잠이 들면

그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다시 아이가 된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했던 자리,

엄마의 시선 안에 있던 나로.


그 꿈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은

어쩌면 내가 아직

완전히 어른이 되지 않았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사실이

조금도 부끄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