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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림 Oct 28. 2022

디지털 문학의 태동과 지향점

-한상림 칼럼

      

  ‘디지털 문학’은 지난 5월 ‘한국디지털문학회’를 창립하면서 문학의 범위를 새롭고 포괄적인 의미로 확장하게 되었다. 디지트(digit)는 사람의 손가락이나 동물의 발가락이라는 의미에서 유래된 말이지만, ‘디지털’이라는 접두어는 New Way 즉 새로운 방식을 말한다 ‘디지털 문학’을 Snak Culture’라고도 부르는데,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10-15분 이내 간편하게 문화생활을 즐기는 라이프 스타일 또는 문화 트렌드를 일컫는다.


  제4차 산업혁명이 ‘초고속 디지털 신인류’를 만들면서 현대인들은 좀 더 새롭고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것을 찾으려 한다. 따라서 AI 작가와 AI 공연예술, AI 화가 등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 종이로 된 책자를 읽는 사람이 점점 줄고 있다. 대신 디지털도서관 이용자 수가 늘고 있다. 이렇게 초고속 정보 교환 시대의 기술이 대단히 빠르게 우리 일상을 침탈하여 모든 삶을 바꿔 놓으면서 우리는 디지털 해일에 휩싸여 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숏폼 콘텐츠’로 2000자 이내 짧은 소설을 3분 독서를 위한 다양한 문학 콘텐츠가 인기를 끌기도 한다. 숏폼은 문화산업의 전방위에 펼쳐져 있다. MZ세대가 주축인 동영상, OTT 플랫폼과 차이가 있는 스마트폰으로 빠르고 간편하게 생산하고 소비활동으로도 이어진다. 숏폼 콘텐츠는 휘발성이 강하고 즉흥적인 편이라 사색의 시간을 제공하는 독서 활동과는 다르다. 반면에 긴 과정과 시간이 필요한 출판 콘텐츠는 점점 줄어든다. 대신 주제와 내용에 밀도를 높이면서 휴대성까지 지원하는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로 글을 쓰거나 독서를 할 수 있다.


  호모스크립투스(Homo-scriptus)는 글 쓰는 인류로서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신인류이다. 또한 누구나 읽고 쓸 수 있어 ‘리터러시’를 할 수 있다. 예전 방식으로는 작가의 등용문을 나온 사람이나 학자들만이 종이책으로 지식과 정보와 의사를 전달하는 소통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제 종이 시대는 끝나고 모니터와 스마트폰으로 글을 읽고 영상으로 정보를 전달한다. 이 시대에 맞춰 핸드폰 하나로도 누구든 글을 읽고 글을 쓰고 아무나 작가가 되고 독자가 될 수 있는 시대이다. 따라서 ‘디지털 리터러시’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정책과 개념, 활용 등 모든 분야에 연결되어 있다.


  스마트폰 기능이 다양화되면서 기기에 대고 말을 하면 글자로 입력하여 주기도 하고 읽어도 준다. 즉 눈으로 화면을 보고 글을 읽는 게 아니라 귀로 책을 읽을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 세상인가. 거기에 세계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해주는 기능까지 갖추었다. 누구나 스마트폰 활용법에 조금만 관심을 두고 배우면 얼마든지 자신이 하고 싶은 생각과 말을 문서화할 수 있고 그것으로 책을 만들 수 있는 시대이다. 예를 들면, 나이 많은 노익장이 노후에 자서전을 내고 싶어도 디지털 기기 활용하지 못하여 평생 터득한 경험과 지식을 그대로 갖고 죽게 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그 사람은 말로는 얼마든지 잘할 수 있어도 글로는 쓸 수 없으니 그대로 묻혀버릴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어르신에게 녹음기를 주고 하고 싶은 말을 회상하면서 편안하게 이야기하라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후 녹음기에 녹음된 내용을 바로 한글로 바꾸는 앱을 이용하여서 한글로 바꾼 후 전문 작가의 손에 의해 다듬으면 쉽게 자서전 한 권이 만들어지는 거다.


 과연 ‘디지털 문학이 진정한 문학일까?’하는 질문도 던져 보겠지만, 현대인의 요구에 맞춰서 문학도 변화해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스마트폰 하나로 전 세계 지구촌 인류사회가 페이스북, 인스타, 유튜브, 트위터, 왓츠앱, 카톡, 밴드 등에서 한순간도 벗어나서는 살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곳곳에서 짧게는 1초, 길게는 8초 이내에서 모든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이에 맞춰 한국디지털문학회에서는 이미 디지털 문학의 선구자로서 구글 드라이브에 회원들이 직접 쓴 글을 올리고 그곳에서 교정작업과 편집 작업을 병행하여 두 권의 책을 짧은 시간 내에 발간하였다. 상반기 문집으로 『내 인생의 선택』을 발간하였으며 하반기 문집으로 『위로』 문집을 곧 발간할 예정이다. 그 과정은 참으로 간결하고 편리하며 시간이 절약된다. 또한 문학 행사를 할 때도 행사 식순지를 종이로 인쇄하지 않고 화면에 띄워놓고 진행하여 에너지 절약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디지털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정보를 교환한다 해서 모두 다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 약 80억 인류가 8초 만에 소통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보니 텍스트를 잘 읽지 않고 유튜브나 넷플릭스 동영상 사이트에서 3분 이하 짧은 동영상을 더 많이 본다. MZ세대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8초가 낳는 오류 중 하나가 문해력이 심각하게 뒤떨어진다는 점을 오태동 박사가 지적하였다. 또한 전자도서관에서 디지털화된 책을 보다 보니, 각종 출판사가 위기를 맞이하여 독서의 죽음과 책 출판의 동반자살로 도서관이 몰락하게 될 우려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곧 독자보다 작가가 많은 시대가 올 것이다. 문단을 거치지 않고도 누구든 작가가 될 수 있는 ‘호모스크립투스 문학인’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다음카카오 ‘브런치’라는 사이트에서 누구나 간단한 심사만 거치면 등단작가가 아니더라도 바로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글을 올리고 구독자 수를 늘리면서 다양한 글을 공유하고 있다. 종이책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브런치 사이트 개인 글방에 언제든 자유로운 소재로 글을 쓰고 모은 글로 브런치 북을 만들거나 종이책을 만들기도 한다.


  요즘은 AI 창작 인공작가가 탄생하고 AI 화가가 대상을 받기도 하였다. 일본은 휴대폰 소설이 유행하고 있다. 따라서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 문학의 생존 모델을 찾아야 연구해야 할 때이다. 신문학의 우주 지평이 앞서가는데 문학을 대하는 문인은 뒤따라가기 바쁘다면 어떻게 되나? 하지만, 원고지를 주고받던 시대와는 달리 단 1초 만에 지구촌 구석구석 멀리까지 원고를 보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루이 세바스티앙 메리시의 소설 『서기 2440년』의 예언처럼 인류는 역사상 모든 허튼소리 책을 다 태워 버리고 우주국립도서관에 딱 디지털 책장 4개만 남겨둘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인공지능 로봇이 작가와 함께 나란히 창작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때 인공 지능로봇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더군다나 책을 잘 읽지 않는 시대인데, 책과 출판사, 서점, 도서관이 과연 살아남을까 하는 문제점도 생각해 봐야 한다, 이에 따른 다양한 각도로 문학을 생각해 보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문학인의 자세도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 후손에게도 문학에 대한 좀 더 광범위한 의미를 물려주기 위해서는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여도 문학의 근본은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을 읽고 쓰는 것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이다. 글에는 그 사람의 생각과 감정과 인생관이 담겨 있어 인공지능 로봇이 아무리 글을 잘 써도 인간의 두뇌에서 나오는 감정을 흉내 낼 수는 없다. 따라서 디지털 문학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갈지는 알 수 없지만, 후손에게 잘 물려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 문학의 역사에 ‘디지털 문학’이 큰 획을 그었으면 한다.

제가 현재 한국디지털문학협회에서  시분과의원장을 고 있습니다.

언제든 문학회 회원을 희망하시는 분은 환영합니다.

18개 분과가 있으며 미 등단자도 입회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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